시중 및 지방은행 개방형 기술 적용한 핀테크 솔루션 개발 박차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만든 시스템만 수요자 요구 충족시켜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행정 서비스를 시혜로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다. 권력이 왕과 귀족에게 집중돼 있을 때 행정은 백성들의 편의를 위해 존재했다기보다 권력자들의 권위를 드높이기 위한 보조수단이었다. 하지만 권력은 점점 시민들에게 이양돼 이제는 군림하는 행정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선출직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도 더디기는 하지만 마찬가지 경로를 걷는 듯싶다. 아직 충분하진 않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근원은 정보에 있다. 정보가 어느 일방에 집중되지 않고, 공유되면서 행정력은 물론 정치력 또한 일반의 감시 체계 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조금만 서비스의 질이 바뀌더라도 그 변화는 민감하게 국민의 시선에 노출되고 언론은 바로 잘못된 행위를 보도한다. 즉 행위의 피드백이 상전벽해라고 할만큼 빨라진 것이다.

이처럼 피드백과 정보 교환의 속도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정보통신 기술 덕분이다. IT와 모바일 관련 하드웨어의 양적 발전은 물론 무선 네트워크의 처리량까지 과거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기술력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 21세기의 공용화두라고 할 수 있는 ‘개방’까지 보태져 사회 전 분야에서 대체로 균등한 정보를 활용하게 됐다. 

여기서 말하는 개방은 개방형 기술을 의미한다. 이 기술은 소수의 폐쇄적 컴퓨팅 환경이 아니라 네트워크에 연결된 불특정 다수의 컴퓨팅 환경을 활용하면서 이들의 집단지성을 기술 발전에 참여시킨다. 따라서 이 기술이 발전될수록 정보의 독점은 불가능해지고, 이 기술의 적용분야가 늘어날수록 정보 불균형에 의한 개인의 피해는 최소화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이 집중적으로 적용되는 곳이 금융산업이다. 핀테크와 블록체인, 그리고 인공지능 등이 다양한 경로에서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기술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금융회사의 수장들도 수요자 중심의 금융서비스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있다. 오프라인 채널을 줄이고 모바일 등의 온라인 환경으로 주력 채널을 변경하고 있는 은행들은 특히 대고객 서비스를 큰 틀에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이 주도하는 변화는 금융수요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환경을 제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금융회사의 CEO들은 기술 편의주의적 시각에서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지 말고, 고객의 시각에서 기술을 풀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황윤철 BNK경남은행장도 지난 주 창립 48주년 기념식에서 “수요자 중심 금융으로 빠르게 진화하기 위해 각종 상품과 서비스,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며 “고객 중심의 디지털 금융환경과 지역 맞춤형 채널 전략을 구축하는 등 중장기 전략의 실행력을 더욱 높여 나가야 한다”고 수요자 중심 금융을 강조했다. 

보통의 기념식사에서 나올만한 이야기지만, 황 행장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까닭은 기회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다 익은 과일은 나무에서 스스로 떨어진다. 그래서 떨어질 준비가 됐을 때 과일을 거둔다. 그리고 익은 과일을 수확하지 않으면 과일을 잃게 된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흔하게 놓치는 대목이기도 하다.

시중은행을 비롯해 전체 금융회사들이 핀테크와 모바일 중심의 금융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투자를 늘리고 있고, 관련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지방은행의 고민도 같은 지점에 모아지고 있다. 즉 규모의 차이가 아니라 편의성의 차이로 고객이 은행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인기 덕에 KB국민은행의 인터넷 콘텐츠가 전세계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시대다. 

잘 익은 과일을 따 먹는 사람은 매일 빠짐없이 과수를 돌보는 농부다.

새로운 시스템의 금융환경을 제대로 제공할 수 있는 사람도 매일 빠짐없이 고객과 소통하며 기술을 적용시킨 금융회사가 될 것이다. 황 행장의 고민도 바로 이 지점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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