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버 네트워크 로이 루 대표

2014년 최초의 암호화폐 거래소 마운틴곡스(Mt. Gox)는 약 460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해킹당했다. 2016년 비트파이넥스(Bitfinex)는 해킹으로 약 72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올해 1월에는 일본의 코인체크에서 역대 최대의 해킹으로 약 5620억원(5.62억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가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런 해킹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이유는 주요 거래소들이 고객들이 맡긴 암호화폐를 한 곳에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중앙화된 거래소의 치명적인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탈중앙화 시스템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은 ‘카이버 네트워크’의 로이루(Dr.Loi Luu) 대표를 만나보았다.

Q. 카이버 네트워크는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가?

나는 이더리움 재단의 리서처로 근무했으며 이더리움 재단에서 스마트컨트랙트 보안과 분산화 컨센서스 알고리즘을 전문적으로 연구했다. 또한 카이버네트워크 전에 이더리움 스마트컨트랙트 보안분석 솔루션 Oyente(오옌테)와 탈중앙화 마이닝풀 SmartPool(스마트풀)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또 다른 공동창업자이자 CTO인 아론 벨너(Dr. Yaron Velner)는 텔아비브 대학에서 컴퓨터 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이더리움 버그 바운티 프로그램에 전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의 기여도를 인정받고 있다. 공동창업자이자 리드엔지니어인 빅터 트랜(Victor Tran)은 내가 진행한 스마트풀의 리드엔지니어로서 2016년부터 블록체인 분야에서 개발을 진행해온 블록체인 전문 개발자다.

현재 싱가폴, 베트남, 대한민국, 이스라엘, 호주 등에서 카이버 네트워크의 성공을 위해 일하고 있으며 과반수 이상이 개발자로 포진돼 수준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Q. 카이버 네트워크는 ICO 당시 사전 등록인원만 5만명을 넘어섰으며 20만 이더리움(당시 5000만달러 상당) 모금에 성공한 프로젝트다. 탈중앙화 시스템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는데 탈중앙화의 개념을 쉽게 설명한다면?

카이버 네트워크의 모든 거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서 스마트 컨트랙트로 안전하게 처리된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하기 때문에 유저의 자산을 보유하지 않고도 유저의 지갑 내에서 거래를 처리할 수 있으며 거래에 필요한 이더리움과 토큰을 쌓아두는 ‘리저브’를 따로 둬 리얼타임으로 거래가 처리된다.

여기서 탈중앙화 거래소는 사용자의 돈을 전혀 보관하지 않고 거래를 연결하는 역할만 한다. 이더리움 스마트 컨트랙트를 사용해 자동으로 P2P 거래가 일어나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이더(ETH)를 50 오미세고 토큰(OMG)으로 바꾸고 싶다면 스마트 컨트랙트는 50 오미세고 토큰을 보유하면서 1이더를 원하는 사람을 찾아낸다. 이 둘의 돈이 자동으로 교환되도록 연결해주며 이더가 내 지갑을 떠난 순간 오미세고 토큰을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돈은 거래소를 전혀 거치지 않게 된다.

Q. 시장에는 탈중앙화 거래소가 다수 나와있지만 확실한 보안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빗썸이나 바이낸스 같은 의미 있는 규모의 거래가 이뤄지는 곳을 찾긴 힘들다. 카이버는 이 같은 유동성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유동성이 낮은 탈중앙화 거래소는 거래 상대방을 찾기 위해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리고 시세도 높게 받을 수 없어 결국 사장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우리는 ‘카이버 리저브’ 시스템을 구축했다.

카이버 리저브란 많은 양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으며 언제든지 거래가 가능한 계좌로 암호화폐 시장의 ‘마켓 메이커(Market Maker)’라 할 수 있다. 오미세고와 이더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카이버 리저브에 자신의 돈을 등록하고 OMG-ETH의 마켓 메이커가 될 수 있다.

리저브가 되면 항상 카이버 네트워크 사용자들의 거래에 응해야 하며 리저브 매니저는 오미세고와 이더의 교환 비율을 스스로 정한다. 카이버의 목표는 리저브들이 많아져 서로 경쟁을 통해 더 적은 스프레드를 받도록 만드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카이버 네트워크가 리저브들의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는 건 맞지만, 거래소 자체는 실제 거래를 하는 사용자들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에는 사용자들이 거래를 많이 해야 리저브도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Q. 이더리움 창립자 비탈릭부테린은 카이버 네트워크와 오미세고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어드바이저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됐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비탈릭과 조금의 관계라도 있으면 엄청난 주목을 받는데 비탈릭과 어떤 인연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비탈릭과는 이더리움 재단의 인연이 단초가 됐다. 비탈릭은 프로젝트의 초반, 솔루션을 구체화하던 시기에 현재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우리가 해야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많은 피드백을 줬다.

비탈릭과 카이버의 관계는 SNS에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는 정도를 넘어 굉장히 진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나는 2015년 이더리움에 관한 논문을 작성한 후 비탈릭의 피드백을 받기 위해 논문을 보냈으며 그 이후로도 이더리움 관련 프로젝트들을 비탈릭에게 보내주고 의견을 교환했다. 우리는 이더리움의 미래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카이버 네트워크를 창업할 때까지 비탈릭과의 관계는 계속 이어졌다.

비탈릭은 현재 카이버의 사업에 개입하고 있진 않지만 카이버 네트워크의 설계에 관한 초기 구상에 참여했으며 이것이 비탈릭이 생각하는 탈중앙화 거래소의 정의와 카이버 네트워크가 일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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