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급격한 고령화는 전세계적으로 국가채무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 국가의 고령인구가 1% 증가하면 실질 1인당 GDP 성장률은 약 0.041%포인트 감소하고 경제활동 인구 비율이 1% 증가하면 재정수지가 0.06%포인트 개선된다고 분석했다.

국가예산정책처는 “인구의 고령화는 정부수입을 감소시키고 지출을 증가시켜 국가채무를 늘리고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특히 부양인구 비율 증가는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압력으로 작용해 국가채무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고령인구 증가, 재정수요 증대시켜 채무 악화

한 국가가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구구조의 변동을 고려한 국가채무의 조정 기능이 원활히 작동해야 한다.

특정국가에서 정부, 비금융민간기업, 가계 부채를 모두 합한 전체 부채의 합계가 GDP 대비 85% 이하 수준에서는 부채가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적정 수준의 국가채무는 소비와 생산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소비와 소득의 둔화, 실업 증가 등 경기침체가 본격화된다면 과도한 국가채무는 채무의 부실화를 심화시켜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미 일부 산업화된 국가들은 높은 수준의 채무와 함께 저성장 상태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고령인구까지 증가하게 되면 사회보장, 연금 등 재정수요를 증대시켜 국가채무를 더욱 악화시킨다.

2000년 이후 전세계 국가들의 채무 추이를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선진국인 G7국가와 산업화된 국가의 채무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급격히 증가했지만 신흥공업국의 국가채무는 2000년대 초반 이후 대부분 감소하거나 정체되고 있다.

한남대학교 경제학과 황진영 교수는 “많은 산업화된 국가와 신흥공업국에서 고령화 진전으로 조만간 국가채무가 급격히 증가하는 국면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심각한 국가채무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미래에 지급해야 하는 미확정 부채뿐만 아니라 현재의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는 과감한 정책변화를 다양한 분야에서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국가채무를 유지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하지만 국가채무의 건전성 여부는 국가별 경제사회적 여건, 불확실성, 인구구조의 변동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국제비교를 통해 결정짓기는 힘들다.

황 교수는 “한 국가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기반은 공공안정망의 확충이다. 하지만 국가채무가 경제성장을 제약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공공안정망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미래 세대에 경제적 부담이 전가될 수 밖에 없다”며 “또한 고령화 시대에 정부나 사회가 공공정책을 신축적으로 변동시키지 못한다면 갈수록 더 많은 자원이 고령인구를 위한 사회보장, 연금, 건강비 지출에 사용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건전한 국가채무 ‘합리적 준칙 정해 지출해야’

국가예산정책처는 지속가능한 국가채무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방안으로 △근로인구를 늘리기 위한 이주노동자의 유입 △세계화의 진행 △사회보장체계의 변동을 포함한 고령인구의 고용증대 △국가채무의 수준 및 증가폭에 대한 준칙 마련 △고령화시대의 정부지출을 정부수입, 경제성장률 및 물가상 승률과 연동시켜 결정 등 5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고령인구 비율이 급증하며 심각한 국가채무를 경험하는 국가는 합리적 수준에서 젊은 노동자의 이민을 검토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는 자국의 근로인구를 증가시킬 뿐 만 아니라 근로인구 대비 고령인구의 비율을 감소시켜 고령화에 따른 국가채무 부담을 부분적으로 지연시킬 수 있다.

세계화의 진전 또한 과도한 국가채무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신흥공업국의 소득과 자산이 증가함에 따라 신흥공업국의 저축이 자산의 위험이 낮은 국가로 계속 이전하게 된다. 이는 지속적으로 낮은 실질 이자율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자본스톡을 증가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처럼 세계화 진전은 고령화 진전에 따른 한 국가의 위험을 여러 국가로 분산시킬 수 있다.

지속가능한 국가채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로인구 비율을 늘리기 것보다 고령인구 비율을 줄이려는 노력이 훨씬 효과적이다.

정부는 2차 인구배당 효과를 고려하는 형태로 사회보장체계를 변경시켜 고령인구를 고용해 일부 고령인구를 근로인구로 편입시킬 수 있다. 고령인구 비율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인구구조를 고려한 산업구조의 개편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함께 이뤄져야 하며 이를 통해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국가채무를 유지할 수 있다.

고령화 시대는 국가채무의 계속적인 증가가 불가피하다. 경제성장이 지연되거나 경제의 안정망이 무너질 경우 그 증가폭은 더욱 커지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매년 GDP 대비 국가채무의 비율 및 국가채무의 증가폭 수준을 정해놓고 준칙에 입각해 사회보장, 연금, 건강비 등을 지출하면 과도한 국가채무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황 교수는 “최적 수준의 국가채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일정 수준의 국가채무와 증가폭을 정해놓고 정부지출을 결정하는 방식을 취할 때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국가채무가 가능해진다”며 “고령화시대에 정부지출, 사회보장, 연금, 건강비 등에 대한 지출을 정부수입, 경제성장률 및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키면 개개인이 받는 혜택은 단기적으로 변동이 있겠지만 이같은 준칙 마련은 국가 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논쟁과 세대간 갈등을 줄이는 데 도 기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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