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수익률 불구 원금보장형 상품 가입이 90%
위험률 조정하면 실적배당상품이 수익률 더 낮아

국내 퇴직연금 규모가 해마다 10조원씩 늘어나고 있지만 수익률은 1%대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령화와 기대수명의 증가로 노후대비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재정불안정과 낮은 소득대체율로 퇴직연금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퇴직연금 규모 증가율에 비해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매우 낮아 노후보장 수단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DC형과 개인형 IRP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015년 36조원, 2016년 46조원, 2017년 56조원으로 해마다 10조원씩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2016년 1.58%, 2017년 1.88%으로 2017년에는 소비자 물가상승률인 1.9%보다도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현저하게 낮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실적배당형 상품보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선호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적립액 대비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적립액 비중은 80~90% 수준에 달한다.

2016년 기준 퇴직연금의 원리금보장형 상품은 예·적금(47.7% 비중), 금리확정·연동형 보험상품(42.9%), 원리금보장형ELB(7.9%) 순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실적배당형 상품은 채권형·채권혼합형(84.7%)에 대부분 투자되고 주식형은 8.1% 수준에 불과하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소비자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함에도 불구하고 실적배당형으로 옮겨가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안정성에 기대는 불안심리 때문만은 아니다.

보험연구원은 “정량적인 분석 결과 우리나라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을 선호하는 원인은 실적 배당형 상품의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며 “평균 수익률은 실적배당형 상품이 높지만 위험을 조정한 수익률의 경우 오히려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더 높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가입자는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선택하려 하고 수익률의 위험(변동성)이 큰 상품은 선택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보험연구원은 원리금보장형 상품과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교를 위해 위험수준을 같도록 조정한 후 각각에 대해 무위험수익률을 초과하는 초과수익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실적배당형 상품은 원리금보장형보다 시장 수익률은 더 높지만 수익률의 기복이 심했다.

실적배당형 상품의 연 평균 수익률은 원리금보장형 상품보다 DC형과 개인형 IRP에서 각각 0.82%포인트, 0.92%포인트 더 높았으며, 연 수익률 표준편차도 DC형과 개인형 IRP의 경우 각각 7.42%포인트, 6.58%포인트만큼 실적배당형 상품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위험을 조정한 초과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실적배당형 상품보다 DC형의 경우 3배, 개인형 IRP의 경우 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은 주가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 상품 수익률과 코스피지수 변화율의 상관계수는 0.66으로 상당히 높았으며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의 주식 변동성이 커 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행위는 실적배당형 상품 수익률의 변동성을 더 크게 만들었다.

보험연구원은 퇴직연금이 노후보장 수단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최저보증이율과 같은 제도적 보완과 함께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고 위험(변동성)은 줄이려는 노력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장훈 연구위원은 “최근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더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는데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하되 주식 위주의 투자보다 투자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위험을 분산시켜야 한다”며 “특히 최저연금적립금보증이 적용될 경우 수익률의 큰 하락을 막을 수 있어 변동성을 줄일 수 있고 퇴직연금 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해 퇴직연금에 대한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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