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역사에서 교훈 얻듯 인공지능은 쌓여가는 빅데이터로 학습

현재는 일천한 수준, 딥러닝 엔진으로 학습한 챗봇으로 상담 처리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순환사관을 가진 마키아벨리는 미래를 내다보고 싶은 사람은 과거를 돌이켜 봐야 한다고 그의 책 <로마사논고>에서 쓰고 있다. 인간사가 앞선 시대의 그것과 닮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는 역사에 대해 정의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헤겔은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은 두 번 반복한다고 썼고, 조지 바이런은 “미래에 대한 최선의 예언자는 과거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 마크 트웨인은 같은 결은 아니지만 “과거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을지 몰라도, 분명 그 운율은 반복된다”고 뉘앙스에 동의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과거의 사례에서 오늘의 교훈을 배우는데 익숙한 삶을 살아왔다. 역사가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체득한 결과다. 그런데 역사에 대한 이런 태도는 꼭 과거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오늘도 우리는 반면교사하듯 지난 일에서 교훈을 이끌어내곤 한다. 상업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과거를 통해 오늘의 소비자 트렌드를 읽어내고, 현재의 트렌드를 읽어 내일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세상. 우리는 바야흐로 빅데이터의 세상에 살고 있다. 인공지능과 핀테크 등과 함께 제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고 있는 한 축, 빅데이터 말이다.

최근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금융업무를 상담하는 챗봇(chatbot) 개발에 열심이다. 챗봇은 채팅과 로봇의 결합어. 채팅을 통해 금융업무를 상담하도록 인공지능을 학습시켜 상담인력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것이 금융회사들의 생각이다. 마치 네이버 등의 포털에서 사용자의 이용패턴을 분석해 기호에 맞는 콘텐츠를 우선 표출시키거나, 시청자의 패턴과 취향을 반영해 인공지능이 적절한 영화를 추천하는 넷플릭스와 같은 방식이다.

은행권 중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금융봇’을 출시한 NH농협. 이어 우리은행의 ‘위비봇’, 신한은행의 ‘쏠’, 기업은행의 ‘i-ONE봇’ 등 상당수 은행들이 현업에 적용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중에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고,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다운 챗봇을 예고하기도 했다. 물론 저축은행 등의 2금융권도 챗봇 도입에 두 팔을 걷고 있는 분위기다. 한마디로 챗봇 전성시대라 할만하다.

물론 현재 오픈한 챗봇 서비스의 수준은 일천하다. 간단한 질문에도 어이없는 답변이 나오거나 지점으로 문의하라는 답변이 나오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딥러닝 기능을 활용해 충분히 학습이 이뤄지면 오류가 최소화될 수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진단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바로 빅데이터의 축적 과정이다.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하더라도, 그래서 완성된 서비스가 아님에도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잘못된 답을 내는 과정까지 모두 성능을 높이는 학습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데이터를 축적하다보면 원하는 수준의 채팅 상담이 가능한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학습. 마치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는 듯하다. <사기>에서 사마천은 “지나간 일은 잊지 말고 훗날의 스승으로 삼아라”라고 말한다. 이젠 빅데이터가 스승인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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