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사는 A씨(65세)는 올해 1월부터 매달 노령연금으로 200만원 남짓 되는 돈을 받고 있다. 현재 노령연금 수령자들이 월평균 38만원을 받는 것과 비교 하면 5배가 넘는 금액이다. A씨가 남들보다 노령연금을 많이 받는 이유는 1988년 1월 국민연금 제도가 국내에 도입되던 해부터 2012년 12월까지 25년간 보험료를 납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200만원이라는 금액을 연금으로 받기는 힘들다. 현재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년이 넘는 사람들이 받는 월평균 노령연금은 89만원이다. 이들과 비교하면 A씨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크게 긴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들보다 노령연금을 2배나 더 받을 수 있는 걸까?

◆ 80세 이후까지 살면 연금 연기가 ‘이득’

노령연금 수령액은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보험료에 비례해 결정된다. 그런데 같은 기간 같은 금액을 납부해도 노령연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비결은 ‘연기연금’ 제도에 있다. 노령연금 수급 개시 시기가 법으로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반드시 정해진 시기에 수령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원하면 수령 시기를 최대 5년까지 늦출 수 있는데 이를 연기연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1957~1960년 출생자는 62세, 1961~1964년 출생자는 63세, 1965~1968년 출생자는 64세,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노령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만약 연금 수령시기를 미루면 연기한 기간 1년당 7.2%씩 연금을 더 받을 수 있고, 노령연금 수령시기를 5년 늦추면 노령연금을 36%나 더 받게 된다.

1952년 이전에 태어난 A씨는 60세가 되던 2013년 1월부터 노령연금으로 월 137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수급시기를 5년 늦춰 65세가 된 올해 1월부터 월 200만7000원을 수령하고 있다. 연금을 이렇게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연기한 기간의 가산율(36%)과 물가상승률이 연금액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무턱대고 돈을 많이 받는다고 연기연금을 신청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건강상태와 월평균소득, 투자수익률 등 다양한 조건들을 신중히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령연금 수령시기를 연기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연기연금이 나에게 득이 되려면 그만큼 오래 살아야 한다. 노령연금은 연금 수령자가 사망할 때까지 지급되는 만큼 수급 개시 시기를 뒤로 미루면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기간이 그만큼 짧아지기 때문이다.

연금 수령자가 80세 이후까지 살아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면 수령 시기를 5년 늦추는 것이 득이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손해다.

◆ 소득 많으면 최대 절반까지 연금 감액돼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많은 경우는 연기연금 신청을 고려해볼 수 있다. 국민연금에서는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는 노령연금 수령자의 연금을 감액해 지급하는데, 노령연금 수령자의 ‘월 평균소득’이 ‘A값’보다 많을 때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는 것으로 본다.

A값이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최근 3년간 소득을 평균해 산출하는데 2018년에 적용되는 A값은 227만516원이다. 월평균소득은 노령연금 수령자가 1월부터 12월까지 벌어들인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임대소득 포함)을 소득 활동에 종사한 기간으로 나눠 산출한다.

이때 근로소득자는 총급여에서 근로소득공제액을 빼고 사업소득자는총 수입금액에서 필요경비를 빼고 남은 금액으로 월평균소득을 산출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계산했을 때 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연간 총 급여가 3823만원(12개월 종사자 기준)이 넘는 사람은 노령연금 감액 대상자가 된다.

국민연금공단은 감액 대상자에게 노령연금 수급 개시 때부터 5년간 연금을 감액해 지급하고 5년이 지나면 본래대로 연금을 지급한다. 감액하는 금액은 소득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A값을 초과한 소득이 100만원 미만이면 5%, 100~200만원 미만은 10%, 200~300만원 미만은 15%, 300~400만 원 미만은 20%, 400만원 이상은 25%를 감액해 최대 노령연금의 절반까지 감액할 수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김동엽 은퇴교육센터장은 “남들보다 열심히 일하고 준비한 대가가 노령연금 감액으로 돌아온다면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며 “연기연금 제도를 활용해 노령연금 수급 시기를 뒤로 늦추면 소득 활동에 따른 감액기간(5년)을 건너뛸 수 있으며 연기한 기간 동안 물가상승률과 연기가산율(36%)을 더해 더 많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자산 수익률 따라 수령시기 달라져야

대다수 은퇴자들은 노령연금만으로 노후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렵다. 이 경우 노령연금을 정상적인 시기에 신청하고 부족한 생활비는 금융자산에서 빼서 쓰는 것이 유리한지 아니면 연기연금을 신청해 노령연금 수령 시기를 뒤로 늦추는 것이 유리한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만약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금융자산의 수익률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은퇴자 B씨가 60세부터 매달 생활비로 250만원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중 150만원은 노령연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모아둔 금융자산에서 빼 쓴다고 가정해보자. 생활비와 노령연금은 매년 물가상승률(2%)만큼 상승하고 금융자산은 연복리 3%로 운용한다고 할 때 K씨는 60세부터 90세가 될 때까지 30년 동안 필요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60세 때 3억1363만원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연기연금을 신청해 노령연금 수령 시기를 5년 늦추면 상황이 달라진다.

60세부터 64세까지는 노령연금을 받지 못해 생활비를 전부 금융자산에서 빼 써야 하지만, 대신 65세부터 노령연금을 36%나 증액해 수령하기 때문에 금융자산에서 충당해야 할 금액은 그만큼 줄어든다. 이렇게 노령연금 수령액을 제외하고 부족한 생활비를 60세 시점의 가치로 환산하면 2억6431만원이 된다. 정상적으로 노령연금을 수령할 때와 비교하면 은퇴 시점에 노후자금을 4931만원 덜 준비해도 된다는 얘기다.

김 센터장은 “노령연금 수급 시기를 1년 뒤로 미루면 연금이 7.2% 증액되는데 금융자산을 운용해 이보다 나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노령연금을 정상적으로 수령하고 금융자산 인출시기를 될 수 있는 한 늦추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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