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복원과정 거쳐 5월 오픈한 공사관측서 기념메달 전달

정태영 부회장 “사옥 사는 것보다 더 긴장감 넘치는 작전”소회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대한제국 시절의 주미공사관이 113년 만에 재개관했다는 기사가 지난 5월 신문 문화면을 장식했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일제에 외교권을 빼앗기면서 폐쇄되고, 1910년 병탄과 함께 단돈 5달러에 강탈당했던 건물을 되찾아 오픈한 것이다. 문화재청이 재매입에 나서 이 건물을 사들인 시기는 2012년. 그리고 6년의 기간 동안 정밀 실측조사와 보수복원 공사를 거쳐 지난 3월에 최종 준공됐다고 한다. 

워싱턴 소재의 주미공사관 건물은 지난 세기 말부터 국내 언론과 재미 언론에 자주 언급됐다. 일제에 의해 매각된 이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뀐 과정은 물론 공사관 건물의 재매입과정이 간난신고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처음 대한제국의 고종은 공사관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 1년치 왕실자금의 절반을 투입했다고 한다. 1891년, 2만5000달러를 들여 대미외교의 창구를 만든 것이다. 왕실 자금의 절반이라는 물리적 규모는 그만큼 고종의 자주외교에 대한 강한 열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일제에 의해 강제 매각된 공사관 건물을 재매입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자주외교의 상징물을 되찾자는 민간활동으로 1997년부터 모금활동을 벌였고, 2012년 10월 문화재청은 문화유산국민신탁을 통해 350만달러를 들여 공사관 건물을 재매입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이 그렇게 간단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2008년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소유주에게 매입의사를 밝혔을 때 이 건물의 호가는 400만달러였고, 2012년 매입협상에서 소유주가 요구한 금액은 600만달러였다. 즉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매입 의사를 밝힐 때마다 건물가격은 껑충 뛰어 올랐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캐피탈의 정태영 부회장이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정 부회장의 페이스북 글에 따르면 ‘비밀스러운 작전’이었다.

매입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면 할수록 건물주와 중개대리인이 바로 가격을 올리면서 매입이 곤경에 빠졌다는 것을 안 정 부회장은 미국 네트워크를 가동해 중개에 나서게 된다.  

즉 현대캐피탈은 해외에서의 부동산 계약 경험을 토대로 정부가 최종 매입자라는 것을 알리지 않고 자신들이 나서 반년간 매입계약을 추진한 것이다. 가계약까지 온 상태에서 현대캐피탈은 정부와 건물주간에 직접 계약을 할 수 있도록 주선하고 공사관 건물 매입을 위한 중개수수료 3억원을 자신들이 부담했다. 정 부회장의 말처럼 ‘사적으로 조용히’ 먼저 계약을 체결해, 건물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된 것은 최근 주미대한제국공사관(OLd Korean Legation)에서 정 부회장에게 조그만 기념 메달을 보내면서다. 이를 받은 정 부회장이 그간의 비밀스러운 작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건물 매입과정에 얽힌 이야기가 일반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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