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김상봉 교수

▲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김상봉 교수

은행취업을 준비하던 학생들에게 소위 멘붕이 왔다. 최근에 나온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 때문이다. 학생들은 은행을 취업하기 위해 실무와 연결될 수 있는 훈련을 해 왔는데 요즘에는 필기시험을 치르고 있던 은행의 기출문제 얻기에 바쁘다.

먼저 은행은 법제상 분류와 기능별로 분류된다. 법제상으로 일반은행, 시중은행, 비은행금융기관으로 나눠진다. 일반은행에는 시중은행, 지방은행, 외국은행지점이 있다. 특수은행에는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있다. 기능별로 분류하면 은행,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보험회사, 금융투자업자, 기타 금융기관, 금융보조기관으로 나눌 수 있다.

은행에는 시중은행, 지방은행, 외국은행지점과 같은 일반은행과 산업은행 등의 특수은행으로 나눠진다. 이러한 모범규준에 적용되는 회원사는 19개 은행으로 파악되고 있다. 즉 외국은행 지점을 제외한 특수은행과 일반은행이 대부분 포함된다고 보면 된다.

모범규준 내용을 보면 1장에 총칙, 2장에 채용의 관리, 3장의 모집, 4장의 선발, 5장의 부정한 채용청탁의 방지로 돼 있다. 2장의 채용의 관리에서 기본원칙으로 지원자의 성별, 연령, 출신학교, 출신지, 신체조건(장애여부 포함) 등 지원자의 역량과 무관한 요소를 이유로 한 차별은 금지하고, 공정한 채용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공정한 취업 기회 보장을 위해 블라인드 채용, 공정성, 외부 전문가 참여 등이 포함돼 있다.

4장의 선발은 총칙, 서류전형, 필기전형, 면접전형, 합격자 결정으로 구성돼 있다. 5장의 부정청탁 관련 불이익으로 합격한 직원에 대해 은행은 해당 합격자의 채용 취소 또는 면직할 수 있다고 규정됐다. 이들은 이후로도 일정 기간 응시 자격이 제한된다. 채용담당자, 출제위원, 면접위원 등이 부당한 채용에 관여한 경우 즉시 배제되고, 은행은 해당 인사를 징계할 수 있도록 했다.

모범규준의 대부분이 자율규제 형태로 돼 있다. 그러나 사후에 다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먼저 정부가 지분을 소유한 특수은행들 대부분은 이미 필기시험을 치르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일반 시중은행이다. 정부가 지분을 소유하지 않았는데 왜 필기시험을 치뤄야 하는가. 필기시험을 치룬다고 해도 여러 문제는 남는다. 첫째, 이미 금융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어 실무에서 통계나 외국어 등이 필요한 여러 업무에서 필기시험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빅데이터, 리스크관리, 프로그램 작성 등을 필기시험으로 본다는 것이 역량을 평가하기도 어렵고 실무에 인력을 배치하는 것도 어렵다. 즉 시험만 잘보면 취업이 되는 옛날 상황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둘째,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특정 대학과 특정 지역으로 몰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요즘처럼 취업하기 어려운 시기에 특정 몇 개의 대학으로 은행취업자가 많아진다면 나중에 정부는 어떻게 대변할 것인가. 셋째, 은행의 특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은행의 기본은 영업과 리스크관리다. 영업은 개인이나 기업과 관련이 있고, 지역마다 다른 특색과 영업전략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은행 내부 분위기나 영업전략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형태를 보면 빠르면 2022년~2025년에 완전고용이 현실화 될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때문에 그렇다. 그렇다면 은행에 대한 인력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초과수요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 때에도 필기시험을 고집할 것인가. 이러한 모범규준을 오래 갈 수 없다고 본다.

사실 채용비리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부정청탁으로 순위를 조정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부정한 채용청탁이 있는 경우에 한해 모범규준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물론 임직원 추천제 등은 폐지돼야 한다. 그러나 모르는 상태에서 실력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정당한 실력으로 입사하지 못하면 역차별이 된다.

이러한 모범규준은 조만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시킬 수 있다. 이러한 황당한 모범규준을 다른 금융업권으로 확산해야 한다는 정부도 기가 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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