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은 9월 13일 개최하는 [핀테크2018] 하반기 포럼에서 ‘마이데이터’, ‘금융클라우드’, ‘오픈API’, ‘애자일조직’, ‘데이터마케팅’ 5개의 키워드를 선정해 '2019년 디지털금융전략'을 전망하고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나가야 하는 대한민국 디지털금융인들은 지금 어떤 전략을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을까. 본지는 핀테크2018 포럼에 앞서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의 디지털금융사업 책임자들을 차례로 만나 그들의 도전과 과제에 대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번째 시간으로 2016년 4월 금융권 최초로 오픈 API사업을 추진하며 오픈플랫폼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잡은 농협은행을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디지털의 의미를 들어보았다.

농협은행 디지털전략부 이창기 부장

Q. 농협은행하면 이제 오픈API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오픈플랫폼 시장을 이끌어가는 선도자로서 왜 금융의 시스템이 오픈뱅킹 형태로 가야 하는지 근본적인 이유가 궁금하다.

디지털시대로 넘어오며 규모의 경제가 아닌 연결의 경제가 시작됐다. 과거에는 자산의 규모가 은행의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다양한 기업과 연결되어 있느냐가 은행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됐다.

오픈API 이전에 연결의 의미는 금융사와 고객의 연결이었다. 은행이 플랫폼이나 상품을 만들면 고객이 알아서 찾아오게 만들었고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은행과 핀테크, 유통, 통신 등 모든 업종의 기업이 연결돼야 하는 시대가 왔고, 이것은 은행 전산과 해당 기업의 전산을 직접 연결시켜야 하는 만큼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다.

큰 비용과 시간이 초래되는 전산과 전산의 연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오픈 API다. 은행에서 API라는 표준화된 규격을 내놓으면 시장은 스스로 규격에 맞춰 연결해 나간다. 예를 들어 우리가 규격화된 수도꼭지만 내놓으면 핀테크 기업이 자연스럽게 호스를 연결시켜 시장에 내놓는 방식이다. API 형태로 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이종 업종의 기업과 연결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API는 컴포넌트 방식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조합이 가능하다. 현재 농협은행은 128개 API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서로 조합하면 그때 그때 시장의 니즈에 맞는 상품 개발이 가능해진다. 금융비즈니스가 진화하는 속도에 맞춰 그에 맞는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Q. 농협은행이 2016년 4월 첫 오픈API 서비스를 출시하고 내외부적으로 반발과 시행착오도 많이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해나갔나?

2년여 전 오픈API 서비스를 출시하며 내부적인 갈등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당시 출시된 서비스는 대부분 지급결제와 관련된 API였는데 이것들은 이미 펌방식의 비즈니스가 탄탄하게 제공되고 있던 영역이었다. 굳이 API 방식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느냐며 기존 사업부서와 충돌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2단계로 기존 비즈니스와 충돌하지 않은 차별화된 ‘서비스형’ API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대행업무, 지급결제, 수수료 비즈니스와 달리 은행의 신용을 공유하며 사업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고민했고 이를 통해 ‘P2P자금관리’와 같은 API서비스를 출시하게 됐다. 은행의 신용을 API로 만들고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P2P업체가 농협의 API를 공유하며 투자자의 자금관리를 할 수 있게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나아가 3단계로 ‘상품’ API를 구상하고 있다. 은행의 상품을 API로 직접 판매하는 것은 아직 어렵지만 핀테크 기업이 은행의 상품을 대신 판매할 수 있도록 API를 제공하는 형태다. 은행의 상품을 핀테크 기업이 자사의 기술로 상품화시키고 이를 고객에게 판매함으로써 은행과 핀테크 기업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

Q. 최근 정부에서 오픈API 시장 확대를 위해 규제 완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농협은행은 오픈API의 선두주자로 힘들게 생태계를 만들어왔지만, 타 은행들은 보다 수월하게 오픈플랫폼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 같다.

오픈API가 고객에게는 편리한 서비스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우리가 2년여간 가장 힘들었던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당시만 해도 오픈API에 대한 규격화된 가이드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금융보안원과 협업해 보안가이드를 만들고, 정부의 비조치의견을 수없이 받아 지금의 모델을 완성했다.

많은 은행들이 농협은행에 직접 와서 벤치마킹을 하고 갔지만 오픈플랫폼 사업을 막상 추진하려고 하면 쉽게 따라오긴 힘들 것이다. 지난 2년간의 엄청난 시행착오는 우리의 보이지 않는 자산이다. API사업은 디지털부서만의 영역이 아닌 보안, 컴플라이언드 등 은행 내 다양한 부서에서 관련 업무에 대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계속 보안을 해나가야 하는 사업이다.

우리는 다른 금융사들 또한 빠르게 이 시장에 진입하길 바란다. 오픈API가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금융사의 오픈API에 연결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정도의 환경이 조성돼야 진정한 오픈플랫폼이 만들어지고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Q. 농협은행이 핀테크와 함께 업계에서 디지털에 대한 위상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은행권에서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오픈API 사업을 지금까지 관철시킨 것 또한 관계자들의 남다른 의지가 있었다고 본다.

보통 은행을 얘기할 때 4대 시중은행만 거론하지 농협은행은 언제나 논외였다.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바꿀 수 없을까 깊이 고민했고,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디지털 혁신에 나섰다.

기존에 금융플랫폼이 많지 않았을 때는 사람만 많이 가입시켜놓으면 그 다음은 자연스럽게 비즈니스가 해결됐다. 하지만 지금은 대안이 너무 많아졌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은행 서비스에 불편을 느껴도 대안이 없으니 그대로 사용할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고객들의 선택지가 너무 많아졌다.

우리는 국내에서 고객의 계좌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은행이다. 하지만 농협은행의 1000만 고객을 유지하는 것 보다 얼마나 많은 외부플랫폼에 우리의 계좌를 연결시킬 수 있느냐에 앞으로의 경쟁력이 달려있다고 본다. 이미 NH스마트뱅킹에 가입한 고객들이 실질적으로는 각 유통플랫폼의 결제솔루션으로 결제를 하고 있지 않나. 농협은행은 ‘연결’을 위해 올 한해 정말 열심히 달렸고, 내년 역시 ‘연결’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디지털전략이 될 것이다.

디지털부서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가장 큰 애로사항이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하는 ‘창작의 고통’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안전하게’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위치에 있다. 이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며 성공도 보장할 수 없다. 성공할 사업만 하라는 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말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항상 말한다. 우리에게도 실패할 권리가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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