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눈치 살피며 권력 연장하려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관계

일부 금융지주사, 올 가을쯤 권력투쟁에 의한 균열 가능성 높아 보여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사람 사는 세상에서 권력투쟁은 숙명적이다. 균형을 이룰 때는 서로를 존중하며 권력을 분점하려 하지만, 조금의 공백이라도 발생하게 되면 기존의 힘의 균형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새로운 권력관계를 설정한다.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불문하는 것이 권력투쟁인 듯 싶다.

어느 곳에서나 발생하는 권력투쟁은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윌리엄 골딩의 소설 중에 <파리대왕>이라는 소설이 있다. 핵무기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장소를 찾아 떠난 소년들의 표류기이지만, 이 소설은 인간사에서 발생하는 권력투쟁과 그 과정에서 노출하는 문명과 야만을 숨기지 않고 보여준다.

잭과 랠프라는 인물로 대별되는 리더들의 갈등. “우리의 목적은 구조 받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봉화를 지켜야 한다”는 랠프와 봉홧불 보다는 눈앞에 사냥감에 집중해야 한다는 잭. 이 둘은 대장 직함을 두고 갈등을 벌인다. ‘구조’라는 장기적 비전(희망)과 ‘생존’이라는 현실적 요구가 충돌하며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간다. 하지만 멧돼지를 사냥해 잡아온 잭은 자신의 임무였던 봉화를 지키는 일을 방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리더의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단기적이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나폴레옹이나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오는 ‘엄석대’도 눈앞에 놓여 있는 권력을 쥐기 위해 무한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논리는 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선 시대의 왕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왕위를 양위한 상왕은 실질적 권한을 왕에게 넘겼으므로 실제 큰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런데 유교적 이데올로기를 제대로 활용하며 실제적 권력을 유효하게 집행한 상왕도 존재한다.

조선 500년의 역사에서 상왕은 모두 여섯 사람. 태조와 정종, 태종, 단종, 세조, 그리고 고종이다. 
이 중 가장 강력한 상왕은 태종이었다. 태조 이성계는 이방원에 의한 형제의 난으로 상왕이 된다.
그리고 제 발로 한양을 떠나 함흥으로 갔으니 실제적 권력은 태종에게 있었다고 해야 한다.

그리고 태종 스스로 상왕으로 물러난 뒤에도 왕 주변의 권력관계를 정리해 준 이도 태종 자신이다. 어찌 보면 조선 500년에서 가장 독특한 임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권력투쟁이라는 단어는 은행에도 예외는 아니다. 수장이 되고자 하는 권력투쟁은 어디서든 발생하게 된다. 수년 전에 있었던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갈등이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금융권은 어떨까. 권력을 유지하려는 지주회장과 은행장은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조합도 있지만, 권력의 균열을 날카롭게 파악하고 그 틈을 정확하게 노려보는 조합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유난히 정치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곳이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이다. 

마키아벨리의 관점에서 권력은 그  자체가 선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신화에서 만나는 영웅은 그의 용감한 행동에 의해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여정을 찾는 삶 그 자체에서 확인받은 경우들이다.
따라서 용기있는 행동을 펼친다고 해서 모두 영웅 칭호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서사시에 그 흔적은 남긴 인물들, 길가메시, 오디세우스, 아킬레우스 등의 인물들은 자신의 삶을 찾는 여정에서 영웅이 된 것이다. 이들에게 권력은 여정에서 부수적으로 획득한 것이다. 

금융권의 수장들도 이러한 관점에서 자신들의 권력을 쟁취하는 여정을 해석하고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가을이 되면 권력을 찾는 행위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순풍이 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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