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연금 시장에서는 개인형 IRP를 중심으로 한 투자형 개인연금 자산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투자형 개인연금 가입자들은 경험과 지식 부족으로 연금자산의 적극적인 운용을 회피하는 경향이 높고 여전히 연금자산의 상당 부분을 원리금 보장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상품 취지 무색….가입자 대부분 소극적 운용

공적연금을 통한 노후보장의 한계로 사적연금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지난해 기준 개인연금 자산은 전체 연금자산의 30.8%의 비중을 차지했다. 2017년 말 현재 국내 개인연금 자산은 344조7000억원 규모로 최근 몇 년간 10% 내외의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노후 대비에 대한 경각심 제고와 제도 변화와 함께 개인이 적립금 자산을 직접 운용하는 연금저축펀드, 변액연금보험, 개인형 IRP 등 투자형 개인연금상품 가입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13년 6조원에 불과했던 개인형 IRP 적립금은 2017년 15조30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연금저축펀드 자산도 2013년 5조7000억원에서 2017년 12조2000억원으로 2배 이상 많아졌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에서 노후자금을 보다 공격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며 “또 개인형 IRP 확대, 원리금 보장형 연금저축신탁 판매금지 등 제도 변화가 맞물려 개인연금시장이 적극적으로 자산운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내 개인연금시장을 살펴보면 대다수의 가입자들이 경험과 지식 부족 등으로 자신의 연금자산을 적극적으로 운용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투자형 개인연금상품은 한 개의 계좌 안에서 국내외 여러 펀드 및 금융상품에 분산 투자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초기 선택한 자산운용 방식을 변경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원리금 보장상품 위주로 소극적인 운용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문 결과 ‘연금자산을 운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가입자들은 금융사 직원을 포함한 외부의 조언보다 본인의 판단에 따라 투자 결정을 하는 경향이 높았으며 이에 따라 투자형 개인연금 자산의 상당 부분이 원리금 보장상품에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형 IRP의 적립금 가운데 66.3%가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었으며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21.8%에 불과했다. 실적배당형 상품도 안전자산인 채권혼합형(49.8%)과 채권형(19.4%)의 비중이 높았다.

변액연금 또한 채권형(31.7%), 주식형(24.7%), 혼합형(43.5%)으로 투자돼 안전자산인 채권형 펀드의 비중이 주식형보다 높았다.

단 연금저축펀드의 경우 설정액이 1000억원이 넘는 대형펀드 대부분이 주식형 펀드로 개인형 IRP 및 변액연금에 비해 공격적인 자산운용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다양한 개인연금 확대 정책을 추진하며 2022년에는 개인연금시장 규모는 60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개인연금 중에서도 각종 제도 개편에 따라 가입대상 및 세제혜택이 확대된 개인형 IRP 시장의 확대가 예상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승희 연구위원은 “개인형 IRP는 세제적격 연금과 과세이연이 가능해 향후은퇴자금 허브로서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개인연금상품은 대부분 10년 이상 유지되는 장기상품이기 때문에 시장의 변화에 맞춰 원하는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합한 자산운용이 필수다”라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경우 자동화된 알고리즘을 이용해 자산을 운용하고 관리해주는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로 국내에서도 이용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연금저축펀드 가입자 중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는 고객은 12.6%에 불과했지만 이용 의향에 대해서는 약 40%의 고객이 이용 의사를 표명해 향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연구위원은 “국내 자산관리 시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 활용은 아직 초기 단계로 규제 적용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한 상태”라며 “로보어드바이저가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연금 가입자 스스로 투자지식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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