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취임 1주년 기자회견서 부동산 광풍시대 일침

2018년 서울, 찰스 디킨스 표현처럼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모든 자본의 운동논리는 동일할 것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자본은 바로 기동한다. 그런데 돈이 고여 있다. 1000조원의 부동자금이 시중에 떠돈다고 한다. 그중에 30대 재벌기업들이 사내유보금으로 적립한 돈만 833조원. 가히 천문학적인 자금이 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가지면서 “돈이 고여 있다”며 한탄하듯 현재의 경제상황을 토로했을까싶다.

그의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에 대한 언급부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급등세를 보이는 서울의 집값 상승을 꼬집듯 “부동산으로 돈 버는 나라에선 혁신, 창업기업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일 흔한 것이 ‘돈’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돈이 고여 있고, 투자처를 찾아 움직이는 돈들은 부동산에 몰리고 있어 “부동산 광풍이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래서 “부동산으로 돈 번 사모님들 벤처펀드를 1조원 만들면 큰 상을 주겠다는 말을 농반진반으로 말했다”고 자조적으로 소회를 언급했다. 

굳이 이 은행장의 이야기가 없어도, 연일 쏟아지는 기사를 보면 네덜란드의 튤립 광풍이 불던 시절이나 존로가 만든 미시시피회사 사건, 그리고 존 브론트의 ‘남해회사’ 사건 때의 분위기처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동산가격의 상승을 보고 있다. 마치 1980~1990년대 복부인이 판치던 서울 한복판으로 회귀한 것처럼 말이다.

그런 점에서 2018년 서울은 디킨스의 <두도시이야기>의 첫 문장처럼 자산가들에겐 “최고의 시절이자” 집 없는 서민들에겐 “최악의 시절”이고 그래서 자본가들에겐 “희망의 봄”이면서 서민들에겐 “절망의 겨울”이라고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디킨스는 19세기 용광로처럼 펄펄 끓고 있던 유럽의 혁명기, 파리와 런던을 보여주면서 변혁적 사회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쓴 문장이지만, 2018년의 우리 모습도 디킨스의 관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비슷한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자. 남해회사 사건이 터졌을 때 <걸리버여행기>의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가 다음처럼 말했다고 한다. “런던에서 온 사람들에게 그곳 사람들의 종교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남해회사 주식이라고 답한다. 영국 정부의 정책이 무엇이냐고 물의면 역시나 남해회사 주식이라고 답한다. 영국이 주로 교역하는 상품이 무엇이내고 물으면 여전히 남해회사 주식이라고 답한다.”

그런데 전국적 수요가 몰리고 있는 강남을 포함한 서울의 현재 종교를 비유적으로 말한다고 한다면 스위프트의 표현처럼 ‘부동산’일 것이다. 부동산 불패신화가 수십년 동안 경험적으로 DNA에 새겨져 있는 중장년층들은 모두 부동산을 자신의 존재 이유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정부의 정책은 어떻게든 부동산을 잡겠다는데 모아져 있으니 이 표현도 300년전의 런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광풍의 종착점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주식투자에서 거액의 손실을 입었던 아이작 뉴튼은 “나는 천체의 무게는 측정할 수는 있어도 미친 사람들의 마음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마찬가지 이유로 서울의 아파트를 잡으려는 사람들의 마음도 제대로 읽어낼 수는 없다. 지난주 발표된 토지공개념이 반영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호가를 잡을 수 있을까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동산을 신처럼 떠받들며, 욕망으로 채워진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담합도 마다하지 않는 ‘아파트 러버’들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집 없는 서민, 특히 희망의 꿈은 꾸어보지도 못하고 절망의 눈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청년들의 답답한 마음은 더 무거워져만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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