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김진웅 연구위원

▲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김진웅 연구위원

<대한금융신문> 보유한 금융자산 중 투자자산 비중을 결정하는 데 있어 많이 제시되는 법칙 중 하나로  ‘100-나이’ 법칙이 있다. 이는 원래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 사서가 제안했던 독서의 법칙이었다. 100에서 자기 나이를 뺀 숫자만큼의 페이지를 읽고 책을 판단하라는 뜻으로 나이가 들면 연륜과 지혜가 생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을 읽고도 그 책이 주는 가치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요즘에는 이 ‘100-나이’ 법칙이 투자의 법칙으로 더 유명하다.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만큼의 비중을 주식이나 펀드 등 투자자산으로 운영해 적정수준의 수익을 추구하라는 말이다. 젊었을 때는 투자에 실패하더라고 재기하거나 기다릴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비교적 많지만 나이가 들면 그렇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변동성이 있는 투자자산에 투자할 때 젊은 나이에는 비중을 높게 가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춰가라는 것이다.

물론 이 ‘100-나이’ 법칙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절대적인 투자법칙은 아닌 일종의 참고용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에 따른 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실제로 이 법칙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우선 젊었을 때는 평균적으로 자산의 여유가 많지 않아 투자여력 자체가 없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이 많은 고령자라도 해도 자산에 여유만 있다면 투자자산에 비중을 더 많이 두어도 별 상관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가계의 평균적인 금융자산 현황을 보면 투자자산의 비중은 ‘100-나이’ 법칙에 현저히 못 미치고 있다. 주식투자와 같은 변동성이 큰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보다는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훨씬 가깝게 들리다 보니 아예 금융투자를 기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금융투자의 성격을 좀 더 잘 이해하고 활용도를 높일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보통 주식이나 펀드같이 가격변동성이 높은 금융투자상품을 위험자산이라 하고 은행예금이나 적금과 같이 정해진 금리를 주는 금융상품을 안전자산이라 칭한다. 하지만 조금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보면 이는 상대적인 기준일 뿐 안전자산이라고 해서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

예컨대 확률이 낮을 뿐 해당 금융기관의 지급불능과 같은 신용위험이 존재하고, 최근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물가상승으로 인한 현금의 상대적 가치 하락에도 충분히 대비할 수 없다. 결국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은 투자성향에 따른 선택일 뿐 안전성과 수익성은 반비례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쪽도 정답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저성장 환경이 지속된다면 원칙을 잘 지키는 투자를 할 수만 있다면 투자자산의 효용성이 더 높을 수 있다.

노후자산 증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금융투자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면 일단 보유한 금융자산에서 일정비율이나 금액을 정하고 투자해야 된다. 이 때 투자용으로 정해진 금액을 한 꺼 번에 투자하기 보다는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나눠 투자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지라도 금융시장에서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금융투자에 있어 타이밍은 수익률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런데 변동성이 있는 금융투자의 매수나 매도를 최적의 타이밍에 맞춰 실행하기란 전문가들도 쉽지 않은 영역이다. 일정 기간이나 가격대를 정해놓고 정한 규칙에 따라 매수 또는 매도 타이밍을 분산하는 것이 좋다.

가격 평균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서 시장분위기에 휩쓸려 높은 가격에 매수하고 낮은 가격에 매도하는 실수를 예방할 수 있다.

보통 금융투자를 시작하게 되면 변동성에 대한 불안감으로 빨리 올라 수익을 챙기고 싶은 마음이 앞서게 된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가격이 계속 일관되게 오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상승추세를 유지하고 있어도 일정기간 가격이 하락하면 불안감이 커지고 잘못된 매도결정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금융투자에는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부동산에 투자할 때 짧은 시간에 금방 가격이 오를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금융투자도 마찬가지이다. 충분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하루하루 가격변동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일정기간에 따른 적정한 목표수익을 정하고 달성여부에 따라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마음의 여유가 성공투자에 중요한 요소다.

은퇴 후 투자대상으로는 개별종목보다는 시장이나 업종 전체 상황을 반영한 ETF나 펀드 같은 간접투자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ETF는 특정지수나 기초자산을 복제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산출된 가격으로 상장을 시키고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

개별종목 주식의 경우 수시로 변화하는 기업상황을 파악해 매번 투자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데 업종이나 주식시장의 상황을 보고 투자여부를 판단하는 의사결정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또한 시장이나 산업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상장폐지 같이 원금을 통째로 손해 보는 경우도 걱정할 필요 없다.

금융투자도 사업을 하는 것처럼 성공과 실패에 대한 부담이 존재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몇 가지 원칙들을 잘 지켜가며 경제 환경과 금융상품을 연구하는 자세로 임한다면 은퇴 후에도 투자를 통한 자산증대가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창업을 하는 것보다 적은 금액으로 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신경을 써야 할 대상도 적어 편리한 장점들이 많이 있다.

과거 80세 수명 시대에는 은퇴 후 삶의 기간이 길지 않다는 생각에 새로운 모험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100세 시대에는 은퇴 후 시간이 길어진 만큼 경험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금융투자 역시 도전해 볼 만한 대상이다. 100세 시대를 풍요롭게 살기 위한 금융투자에 한 번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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