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동안 170여 현장방문, 광주·전남서 40% 점유율 목표

열악한 지방은행 영업환경 타개책은 디테일에서 승부 보는 것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프랑스어에 어리석은 짓을 뜻하는 ‘각반의 단추(Bouton guetre)’라는 단어가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시인으로 알려져 있는 보들레르가 1846년 살롱전에서 한 화가에게 혹평을 한다. “군복에 단추가 몇 개인지, 각반이 어떻게 생겼으며 숙영지마다 군화는 어떻게 놓여있는지(…)나는 이 화가를 증오한다. 왜냐하면 그의 그림은 전혀 회화가 아니라 수없이 능숙하게 행해지는 자위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낭만주의 시인의 눈에 하이퍼리얼리즘에 버금가는 상세한 묘사는 오히려 그림 감상에 방해가 되었던가보다. 그래서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마무리한 당시 살롱전에서 호평을 받았던 관제화가들에 독설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적은 현대성을 표현하는 핵심지표로 “일시적인 것, 순간적인 것, 우연적인 것”으로 모아지게 했다. 

회화의 역사와 달리, 현대의 건축은 디테일에 다시 집중한다. 20세기 뉴욕의 마천루가 지금의 모습이 되도록 만든 독일 출신의 근대 건축가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는 “신은 디테일에 있다”며 세세한 부분의 마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즉 그에게 디테일은 하나의 조형물(건축물 포함)의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인 것이다. (물론 이 말에서 요즘 유행하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도 파생됐다.)

건축뿐이 아니다. 인간사도 마찬가지다. 마오쩌뚱에 이어 중국의 2인자였던 저우언라이. 그는 매번 만찬이 시작되기 전에 주방을 찾아 국수를 하나 만들어달라고 했단다. 음식을 준비하는 셰프들은 만찬이 시작되면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데, 왜 주방에서 국수를 먹는지 의아해 했고 그래서 저우언라이에게 어렵게 질문을 던졌다. 답은 미리 요기를 해야 만찬장에서 손님들을 제대로 챙길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었다.

그래서 그는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큰일도 이룰 수 있다’고 자주 언급했고, 참모들에게도 세부적인 면까지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대충, 아마도, 그럴 수도 있다’ 따위의 단어를 그가 싫어한 까닭을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디테일의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자. 춘추시대의 일이다. ‘절영지회(絶纓之會)의 고사가 나온 사연이기도 하다. 초장왕과 신하들이 잔치를 벌이던 중 질펀한 술자리만큼 날도 어둑해졌는데, 갑자기 촛불이 꺼졌다.

이 때 초장왕을 모시던 미인이 황급히 왕의 옷깃을 당기며 “방금 촛불이 꺼졌을 때 누군가 첩의 옷을 당겨 수작을 걸어서, 그의 갓끈을 끊었으니 불이 켜지거든 갓끈이 끊어진 자를 잡으소서”라고 말했다. 그런데 왕은 불이 켜지기 전에 제대로 즐기려면 모두 갓끈을 끊으라고 말한다. 술자리에서도 초장왕은 대업을 위해 디테일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디테일은 전략인 것이다. 

광주은행이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다. 송종욱 광주은행장도 지난 9월 17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제4차 산업혁명과 핀테크와 인공지능 등을 이용한 금융산업의 페러다임이 급변하는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이 형성되는 것처럼 현금도 중앙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 한마디로 지방은행들이 영업하기에 참 안 좋은 환경이다.

송 행장은 지역 밀착을 강조하고 있다. 취임 이후 현재까지 170여 곳의 업체와 기관 등 현장을 직접 방문하면서 영업을 펼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앞으로도 현장은 계속 강조될 것이다. 그래서 디테일이다. 신이든, 악마든 디테일에 깃든 것을 제대로 찾아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목표가 가까워 질 것이다. 모든 은행의 디테일에 신이 깃들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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