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구는 지난해 어느 정도의 자산을 보유했고 평생 모은 자산을 통해 어떻게 노후를 준비하고 있을까.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한달간 20세 이상 74세 이하 3000여명의 금융의사결정권자를 대상으로 자산 및 노후준비 현황을 조사했다.

본지는 2018 KB골든라이프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국가구의 자산구성과 노후준비 현황 △한국가구의 노후와 은퇴에 대한 인식 및 태도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핵심 자산관리 현황에 대해 3회에 걸쳐 분석하며 한국의 은퇴금융시장을 전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은퇴 후 부동산 활용 안하면 최소 생활비도 미달

65세에 은퇴를 한다고 가정할 때 한국 가구 중 상위그룹은 최소 생활비 이상의 노후 소득을 기대할 수 있지만 중위그룹은 최소생활비의 76%, 하위그룹은 51%만 충족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상위그룹은 65세 시기의 순자산이 평균 4억6000만원으로 은퇴시 최대 230만원의 노후소득을 확보할 수 있으며, 중위그룹은 평균 2.1억원으로 은퇴시 최대 140만원의 노후소득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위그룹은 평균 6000만원으로 은퇴시 최대 91만원의 노후소득이 확보됐다.

KB골든라이프연구센터는 “65세에 도래했을 때 순자산은 상위그룹이 하위그룹의 7.6배, 중위그룹이 하위그룹의 3.5배지만 65세 은퇴시 노후소득은 상위그룹이 하위그룹의 2.5배, 중위그룹이 하위그룹의 1.5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가구의 노후소득은 국민연금이 가장 큰 바탕으로 자산 비중이 높은 주택연금이 나머지 대부분을 메우고 금융소득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하위그룹의 경우 기초 노령연금이 노후소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기초연금은 65세부터 1인당 25만원이 지급되며 2인 가족인 경우 최대 50만원의 노후소득을 확보할 수 있다. 단 국민연금을 받거나 자산이 많을 경우 감액되거나 받지 못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가입기간과 가입기간 내 평균소득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현재 65세 기준 상위그룹은 월 104만원, 중위그룹은 월 76만원, 하위그룹은 월 39만원 정도로 책정되고 있다.

납입 상한 금액이 있고 평균 소득과 본인 소득의 평균 값을 기준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소득 재분 배 효과가 발생하며 외벌이, 맞벌이 여부, 맞벌이 시 각자의 가입기간에 따라서도 가구별 소득에큰 차이를 보인다.

공적연금 외에 한국 가구 노후소득의 나머지 부분을 메워주는 자산은 부동산이다.

조사결과 상위그룹과 중위그룹은 부동산 자산에서 노후소득의 30~40% 이상 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위그룹은 노후 소득의 거의 대부분(81%)을 기초연금과 공적연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노후 최소생활비(184만원)의 40%를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으로 충당하고 있었다.

65세 기준 상위그룹의 자가 순자산은 평균 2억6000만원, 비자가 부동산 순자산은 평균 1억1000만원으로 자가 기준으로 주택연금 가입 시 월 65만원 확보가 가능하다. 만약 비자가 부동산 처분 후 자가 주택의 부채를 상환하거나 시가가 높은 주변 아파트로 이주할 경우 최대 월 94만원까지 확보할 수 있다.

중위그룹의 자가 순자산은 평균 1억3000만원으로 주택연금 가입 시 월 33만원 확보가 가능하며 비자가 부동산 처분 시 월 41만원까지 확보할 수 있다.

하위그룹의 자가 순자산은 평균 4000만원으로 주택연금 가입 시 월 10만원 확보가 가능하지만 하위그룹에는 무주택자도 많기 때문에 월 10만원의 주택연금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다.

KB골든라이프연구센터는 “부동산을 다수 보유한 가구의 경우 자가는 주택연금으로 활용하고 그 외 부동산은 월세 등 다른 형태의 노후소득 마련 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며 “상위그룹과 중위그룹은 저축 여력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축적된 부동산 순자산에도 큰 차이가 발생하며 이는 두 그룹간 주택연금 규모를 두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최소생활비가 충당이 된다고 해도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해서는 대부분의 가구가 자가 주택을 소득화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위그룹이 부동산 자산 중 자가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금융자산을 활용한다 해도 노후소득은 은퇴 후 최소생활비의 절반인 월 98만원에 불과했다. 상위그룹도 자가 주택이 아닌 금융자산만 활용할 경우 월 136만원 정도 확보가 가능해 최소 생활비에 미달된다.

또 중위그룹과 하위그룹의 경우는 최소생활비 확보를 위해 은퇴 이후에도 일정 수준의 노동을 지속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위그룹은 은퇴 이후 최소생활비 대비 약 45만원 정도의 소득이 부족하고 하위그룹은 최소생활비 대비 약 90만원 정도 소득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퇴 후 소득절벽…금융자산 활용해 격차 극복해야

현재 한국 가구의 금융자산은 전체 자산의 20% 내외에 불과해 금융자산 활용은 노후소득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조사 대상 은퇴 전 가구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은 평균 8920만원으로 이중 예적금과 개인연금의 안정형 자산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은퇴전 가구 중 장기간 종사하던 직장이나 직업에서 퇴직해 새로운 일자리로 옮긴 반퇴가구는 금융자산 보유행태가 공격적인 경향이 나타나 유동성 자산 비중이 감소하고 투자형 자산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금융자산이 가계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한계로 공적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3층 연금만으로는 충분한 노후소득을 확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상위그룹은 은퇴를 해도 국민연금, 부동산 자산을 통해 노후 최소생활비 이상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지만 중위 및 하위그룹은 은퇴 시 최소생활비도 조달할 수 없어 은퇴를 미루고 계속 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50대 후반에 반퇴를 하게 되면 근로소득이 절반 이하로 감소하는 ‘소득 절벽’을 경험하게 된다. 반퇴를 하게 되면 이전보다 소득이 낮은 직장에 재취업하거나 자영업을 하게 돼 이전에 비해 최대 40% 수준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연령은 55세 전후로 최악의 경우 약 5년 정도 소득이 크게 감소하고 추가로 5년 정도 소득이 모자란 상태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연금이 지급되지 않는 61세 이전에는 소득 감소를 온전히 가계 자산으로 소모해 보충해야 하기 때문에 소득과 지출의 불균형이 심화된다.

목돈 지출은 50대 후반에도 여전히 높아 소득 감소에 따른 재정 악화가 더욱 심화되고 60대 초반에도 목돈 지출이 상당부분 지속될 경우 악화된 재정은 개선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KB골든라이프연구센터는 금융자산은 전체 노후소득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를 차지한다고 해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소득 절벽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자가 주택 외 부동산자산은 월세, 반전세 등의 형태로 가계 소득에 기여하며 소득 창출에 활용할 수 있지만, 자가주택 처분은 실제 거주공간으로서 효용성 및 노후를 대비하는 최후의 수단 중 하나다.

조사 결과 55세에 보유한 금융자산을 65세까지 소진할 경우 상위그룹은 평균소득의 12%, 중위그룹은 9%, 하위그룹은 5%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골든라이프연구센터는 “일반적인 가구의 금융소득 규모로 소득절벽의 소득과 지출 격차를 해소하기 쉽지 않지만 소득과 지출 격차를 조금이라도 좁히기 위해서는 금융자산을 준비하고 활용할 수 밖에 없다”며 “맞벌이 중 한명이 반퇴하고 반퇴 후 소득 감소폭이 크지 않다면 금융자산으로 소득 감소를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다. 소득 절벽 시기에 금융자산의 효과적인 활용이 노후와 은퇴 대비 전략의 한 축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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