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 회장, 공석인 은행장 겸임하며 차기 구도 밝혀
1년간 치열하게 현장 경쟁시킨 뒤 최적전략 도출한 자 선출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겸 DGB대구은행 은행장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겸 DGB대구은행 은행장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은행장도 인턴으로 뽑는 시대가 도래했다.

DGB금융지주 김태오 회장은 지난 10개월간 선임을 두고 진통을 겪은 대구은행장을 겸임하기로 결정하고, 향후 1년간 현장 경쟁을 시킨 후 차기 은행장을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복안은 3명 정도의 후보를 추려서 1년간 연수와 계열사 현장 경험을 거쳐 DGB를 발전시킬 최적의 전략을 내는 사람에게 은행장 자리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김 회장의 선택은 박인규 전 회장의 CEO리스크에서 촉발된 은행장 공석 장기화에 따른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듯싶다.

특히 회장과 행장의 분리를 못 박으며 회장에 올랐지만, 내외부적 문제로 은행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결국 겸임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김태오 회장으로서는 고육지책의 선택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인턴십’이라는 제도가 내포하고 있는 도전적 이미지와 공정성을 부각시키면 차기 리더십 선출과 관련 은행에 우호적인 정서가 형성될 수 있다는 판단도 한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1년 뒤의 차기 리더십이라는 점에서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절차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인턴십’이라는 단어에 담아낸 셈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모든 조직은 최고의 리더십을 선출하기 위해 나름의 경쟁제도를 활용해왔고, 검증하는 절차를 수행해 왔다. 다만 ‘인턴십’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을 뿐이다. 기업은 물론 민족이나 국가 차원으로 범주를 넓히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더 탁월할 수 있는 지도자의 등장은 모두가 희망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고대 로마의 통치자도 오랜 식민지 정복 및 경영과정을 거치면서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장군 혹은 집정관)이 차지할 수 있었고, 조선시대의 세자도 비록 형태는 단수 후보였지만 보이지 않는 경쟁자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며 인턴십 과정을 거친 뒤 임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선양의 대표적인 사례인 요순임금의 교체과정도 마찬가지다. 통치의 근본을 덕으로 여기던 시절, 그 덕을 확인하기 위해 요 임금은 자신의 두 딸을 순의 아내로 보내 검증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명성처럼 순의 덕이 높음을 확인 한 뒤 자신의 아들에게 선위하지 않고 순을 임금으로 앉힌다.

이처럼 형태와 과정은 서로 다를지 모르지만 모든 조직은 최선의 인재를 지도자로 만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낸다.

김태오 회장은 이 과정을 인턴십으로 표현한 것일 뿐, 지금까지의 행추위와 별반 다르지 않는 절차를 밝겠다는 것이다. 물론 보다 긴장된 형태이지만 말이다. 앞서 말했듯 겸임에서 오는 따가운 시선을 일차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어찌됐든 대구은행은 리더십의 공백을 메웠다. 즉 은행 입장에서는 급한 불은 끈 것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불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보이지 않는 불은 여전히 내연할 것이다. 형식을 갖췄다고 내용이 바로 채워지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김 회장은 “권위의식을 버리고 직원과 소통하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탈권위를 통해 내부 조직을 챙기는 것은 그래서 너무도 당연한 취임일성이다. 연고주의와 줄서기식 문화도 타파하겠다고 한다.

기존의 시각에 머물러 있으면 김 회장이 말한 글로벌 100대 은행이라는 목표는 울림 없는 메아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CEO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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