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핀테크, 금융권 파이 키워줄 금융의 미래”
폐쇄망인 서울-부산 온라인 송금서비스 개시한지 45년만의 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은행은 생리적으로 보수적이다. 고객의 돈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폐쇄적이기도 하다. 이 같은 사고는 문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결제망 등 네트워크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국가간 거래망은 물론 국내 금융결제망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은행이 설립돼도 이 망에 들어가기 위해선 상당한 액수의 돈을 내야 했다. 그리고 은행 이외의 다른 기업들은 이 네트워크에 원초적으로 접근이 불가능하다.

그랬던 금융결제망이 열린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론 핀테크 기업들에게도 오픈된다. 더불어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권에도 문호를 개방할 예정이라니 놀라운 일이다.

올 초 금융위원회는 “국내 모든 시중은행 결제망을 금결원의 오픈 API플랫폼으로 일원화하는 작업을 은행들과 협의 중이며 이번달 안에 확정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금융결제망 혁신방안’에 따르면 토스같은 핀테크 기업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계좌 결제가 가능해지고, 타행의 앱을 이용해서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의 계좌에서 출금도 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결제망 이용료도 파격적으로 인하된다.

현재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페이코 등 간편결제 사업자들의 경우, 시중은행의 API를 이용할 경우 건당 최대 400원의 펌뱅킹 수수료를 내야 했는데, 이것이 10분의 1 정도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이다. 또한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 기업에 대해서는 이보다 더 낮은 수수료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금융서비스 개발에 장애요소였던 비용문제를 털어낼 수 있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금융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핀테크 기업들에겐 날개를 다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최종구 위원장의 말처럼 “핀테크 기업이 파이를 키워줄 우리 금융의 미래”라는 대목도 앞으로 확인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변화가 일어나기까지 참 오래 걸린 듯하다. 메인프레임 컴퓨터를 도입하고, 네트워크 장비를 도입해 서울과 부산간 보통예금 온라인 송금서비스가 시작된 지 꼭 45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금은 하나은행과 합병한 외환은행이 국내 은행 처음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개시했는데, 그 일이 1972년에 있었던 것이다. 물론 서울 부산간 자동전화도 그즈음에 일어났으니, 반세기만에 우리의 통신 및 금융환경은 수십 차례의 상전벽해를 겪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작된 보통예금 온라인 서비스가 종합 온라인으로 확장된 것은 1980년대의 일이며 최종구 위원장이 오픈하겠다는 은행 간 결제망을 만든 금융결제원은 1986년에 설립된다. 그리고 타행 CD를 이용해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CD공동망은 서울올림픽이 개최됐던 1988년에 오픈된다. 그리고 PC통신이 우리의 일상을 장악했던 1990년대 들어 은행의 서비스는 오프라인의 지점을 벗어나 가상의 공간을 향하게 된다.

지금은 인터넷에 밀려 사라진 PC통신 서비스인 ‘천리안’에 은행들이 홈뱅킹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지난 1993년. 즉 25년의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거의 모든 금융서비스를 스마트폰의 앱을 통해 모바일 환경에서 처리하는 세상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금융권은 보수적인 특유의 문화에도 불구하고, 계속 오픈의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앞으로 열리게 되는 결제망 API를 통해 더욱 오픈된 환경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펼쳐낸 지난 45년의 금융권의 변화를 보면 향후 10년 내에 벌어질 새로운 금융권의 세상은 더욱 경이로울 것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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