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일정한 술 빚기 위해 독일산 첨단설비 갖춘 최신 양조장
OB서 잔뼈 굵은 백우현 고문 영입해 체계적 공정 관리 맡겨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지난 4월말 준공식을 가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이하 어메이징)의 이천 공장 내부에는 양조장에서 갓 생산한 신선한 맥주를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1300평 정도의 대지에 양조장은 대략 300평 정도의 공간에 세워져 있다. 그런데 보통의 브루어리와 달리 포토존이라 불릴 만큼 양조설비와 시음공간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그림 좋은 장소가 몇 있다.
공간 배치의 사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어메이징 백우현 고문은 “술 마시기 전에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양조장을 설계”하려고 했단다.
“‘맥주는 양조장 굴뚝 그림자 아래서 마셔야한다’는 독일 속담이 있어요. 바로 생산한 신선한 맥주가 그만큼 맛있기 때문에 양조장이 보이는 곳에서 마셔야 한다는 것이죠.” 이어지는 백 고문의 설명에서 이천에 양조장을 만들면서 최대한 공간미를 살리려한 ‘놀라운양조장’의 노고가 읽혀졌다.
백 고문이 직접 탭에서 따라준 튤립 모양의 맥주잔에 담긴 ‘성수동에일’에선 열대 과일의 향기까지 넘어오고, 10여개 대형 발효탱크 등을 복층구조로 돼 있는 시음장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단순한 양조장 이상의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술을 만드는 일이나 마시는 일, 모두 문화입니다” 마시고 취하는 것이 술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꺼낸 백 고문의 술인문학이다. 이어 그는 ‘양조는 예술과 과학의 만남’이라는 말로 마무리 한다. 그의 술에 대한 철학인 셈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OB맥주에 입사에 30년간 외길 맥주 인생을 걷다, 지난 2017년 어메이징 김태경 대표의 러브콜을 받아들여 제2의 맥주 인생을 걷고 있는 백 고문을 지난 주 이천 공장에서 만났다. 맥주 만드는 일이 천직처럼 느껴질 만큼 공장 안팎을 설명하고 맥주 맛을 보여주는 내내 그의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지복’을 만난 표정 그 자체였다.
어메이징은 성수동을 포함해 4곳에 직영 브루펍(펍을 겸한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다. 20~30개가 넘는 탭이 걸려 있는 ‘맥주다양성’의 보고 같은 공간이다. 펍 내부도 20대 여성 및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하게 인테리어를 해서 힙한 공간의 대명사처럼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4개의 펍은 말 그대로 ‘크래프트’에 충실했다. 맥주를 만드는 공정 자체가 철저하게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양조 때마다 미세하게 다른 맛을 내는 술은 맥주명가로 가는데 큰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매번 양조 때마다 다른 맛을 내는 것이 술이지만, 최대한 편차를 줄여야 양조의 기본원리를 모르는 일반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거다. 이에 김태경 대표는 편차 없이 맛있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백 고문을 영입한 것이었다.
브루어리에 들어서자마자 백 고문이 설명한 장비는 맥주양조의 핵심 설비인 브루하우스다. 이 설비에서 맥주 발효를 위한 당화액과 맛과 향을 내는 홉을 넣어 발효 직전의 술덧이 만들어진다. 어메이징의 브루하우스는 여타 양조장이 도입한 중국산 제품의 가격보다 2배쯤 비싼 독일산이다. 가격은 비싸지만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같은 맛의 맥주는 내는데 꼭 필요한 설비라고 그는 말했다.
이어 공개한 공간은 산을 깎아 마치 동굴 같은 효과를 내는 숙성고였다. 연중 섭씨 15도 정도의 온도가 유지 되는 이 공간에선 일명 ‘베럴 에이징 맥주’들이 익어갈 것이란다. 위스키 배럴에서 숙성되면 위스키 맛이 나는 맥주가, 와인 배럴에서 숙성되면 해당 품종의 맛이 배는 맥주가 베럴 숙성 맥주다.
특히 이 맥주는 숙성 시간의 흐름만큼 술에 풍미가 입혀져 ‘수제맥주의 그랑끄뤼’라 할 만큼 풍성한 향과 맛을 낸다. 이에 따라 실력 있는 브루어리에선 오래전부터 눈독 들이던 맥주이기도 하다.
올해 50개의 배럴로 시작하고 계속 늘어나게 될 이 숙성고는 어쩌면 어메이징의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 앞서가는 외국의 크래프트 맥주 업체들도 모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이 맥주에서 명성을 획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크래프트 업계의 발판을 조성한 후배들에게 건네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다. 이에 대해 백 고문은 우선 경영자들에겐 가성비가 있으면서 맛까지 있는 맥주를 만드는데 더 심혈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그래야 크래프트맥주업계의 파이가 커지기 때문이란다.
파이의 크기만큼 시장의 성장하는 것이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와 함께 양조자들에겐 꼭 해야 할 일과 관행처럼 해오던 일을 헷갈려서는 안된다고 꼬집는다. 장비가 없어서 관습처럼 해왔던 일을 정답으로 우겨서도 안되고, 또 정답이라고 믿던 것도 틀릴 수 있다는 여지를 둬야 더 좋은 맥주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 고문은 일본의 프리미엄맥주인 ‘산토리 프리미엄몰츠’보다 더 맛있는 맥주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이를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맥주에 대한 모든 지식과 기술을 투입할 것이란다. 우선은 필스너와 에일 등 어메이징의 가장 대중적인 술 몇 가지를 이천에서 생산하겠지만 얼마 안가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제 맥주 한 종류가 등장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