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일정한 술 빚기 위해 독일산 첨단설비 갖춘 최신 양조장
OB서 잔뼈 굵은 백우현 고문 영입해 체계적 공정 관리 맡겨

OB맥주에서 은퇴한 뒤 지난 2017년부터 어메이징브루잉에 영입돼 현재 이천공장을 책임지고 있는 백우현 고문이 양조장 시음장에서 직접 맥주를 따르고 있다. 이천공장은 여타 양조장과 달리 시음장과 양조설비가 어우러진 공간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OB맥주에서 은퇴한 뒤 지난 2017년부터 어메이징브루잉에 영입돼 현재 이천공장을 책임지고 있는 백우현 고문이 양조장 시음장에서 직접 맥주를 따르고 있다. 이천공장은 여타 양조장과 달리 시음장과 양조설비가 어우러진 공간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지난 4월말 준공식을 가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이하 어메이징)의 이천 공장 내부에는 양조장에서 갓 생산한 신선한 맥주를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1300평 정도의 대지에 양조장은 대략 300평 정도의 공간에 세워져 있다. 그런데 보통의 브루어리와 달리 포토존이라 불릴 만큼 양조설비와 시음공간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그림 좋은 장소가 몇 있다.

공간 배치의 사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어메이징 백우현 고문은 “술 마시기 전에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양조장을 설계”하려고 했단다.

“‘맥주는 양조장 굴뚝 그림자 아래서 마셔야한다’는 독일 속담이 있어요. 바로 생산한 신선한 맥주가 그만큼 맛있기 때문에 양조장이 보이는 곳에서 마셔야 한다는 것이죠.” 이어지는 백 고문의 설명에서 이천에 양조장을 만들면서 최대한 공간미를 살리려한 ‘놀라운양조장’의 노고가 읽혀졌다. 

백 고문이 직접 탭에서 따라준 튤립 모양의 맥주잔에 담긴 ‘성수동에일’에선 열대 과일의 향기까지 넘어오고, 10여개 대형 발효탱크 등을 복층구조로 돼 있는 시음장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단순한 양조장 이상의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술을 만드는 일이나 마시는 일, 모두 문화입니다” 마시고 취하는 것이 술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꺼낸 백 고문의 술인문학이다. 이어 그는 ‘양조는 예술과 과학의 만남’이라는 말로 마무리 한다. 그의 술에 대한 철학인 셈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OB맥주에 입사에 30년간 외길 맥주 인생을 걷다, 지난 2017년 어메이징 김태경 대표의 러브콜을 받아들여 제2의 맥주 인생을 걷고 있는 백 고문을 지난 주 이천 공장에서 만났다. 맥주 만드는 일이 천직처럼 느껴질 만큼 공장 안팎을 설명하고 맥주 맛을 보여주는 내내 그의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지복’을 만난 표정 그 자체였다.

어메이징은 성수동을 포함해 4곳에 직영 브루펍(펍을 겸한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다. 20~30개가 넘는 탭이 걸려 있는 ‘맥주다양성’의 보고 같은 공간이다. 펍 내부도 20대 여성 및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하게 인테리어를 해서 힙한 공간의 대명사처럼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4개의 펍은 말 그대로 ‘크래프트’에 충실했다. 맥주를 만드는 공정 자체가 철저하게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양조 때마다 미세하게 다른 맛을 내는 술은 맥주명가로 가는데 큰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매번 양조 때마다 다른 맛을 내는 것이 술이지만, 최대한 편차를 줄여야 양조의 기본원리를 모르는 일반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거다. 이에 김태경 대표는 편차 없이 맛있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백 고문을 영입한 것이었다. 

브루어리에 들어서자마자 백 고문이 설명한 장비는 맥주양조의 핵심 설비인 브루하우스다. 이 설비에서 맥주 발효를 위한 당화액과 맛과 향을 내는 홉을 넣어 발효 직전의 술덧이 만들어진다. 어메이징의 브루하우스는 여타 양조장이 도입한 중국산 제품의 가격보다 2배쯤 비싼 독일산이다. 가격은 비싸지만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같은 맛의 맥주는 내는데 꼭 필요한 설비라고 그는 말했다.

산을 깎아 동굴처럼 연중 섭씨 15도 정도가 유지되도록 설계된 맥주 숙성고이다. 보이는 오크통 뒤쪽에 맥주를 숙성시킬 오크통들이 채워질 예정이다. 위스키와 와인 등의 오크통에서 숙성된 배럴에이징 맥주는  맥주의 그랑끄뤼로 불릴 만큼 풍미가 다채롭다.
산을 깎아 동굴처럼 연중 섭씨 15도 정도가 유지되도록 설계된 맥주 숙성고이다. 보이는 오크통 뒤쪽에 맥주를 숙성시킬 오크통들이 채워질 예정이다. 위스키와 와인 등의 오크통에서 숙성된 배럴에이징 맥주는 맥주의 그랑끄뤼로 불릴 만큼 풍미가 다채롭다.

이어 공개한 공간은 산을 깎아 마치 동굴 같은 효과를 내는 숙성고였다. 연중 섭씨 15도 정도의 온도가 유지 되는 이 공간에선 일명 ‘베럴 에이징 맥주’들이 익어갈 것이란다. 위스키 배럴에서 숙성되면 위스키 맛이 나는 맥주가, 와인 배럴에서 숙성되면 해당 품종의 맛이 배는 맥주가 베럴 숙성 맥주다.

특히 이 맥주는 숙성 시간의 흐름만큼 술에 풍미가 입혀져 ‘수제맥주의 그랑끄뤼’라 할 만큼 풍성한 향과 맛을 낸다. 이에 따라 실력 있는 브루어리에선 오래전부터 눈독 들이던 맥주이기도 하다.

올해 50개의 배럴로 시작하고 계속 늘어나게 될 이 숙성고는 어쩌면 어메이징의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 앞서가는 외국의 크래프트 맥주 업체들도 모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이 맥주에서 명성을 획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크래프트 업계의 발판을 조성한 후배들에게 건네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다. 이에 대해 백 고문은 우선 경영자들에겐 가성비가 있으면서 맛까지 있는 맥주를 만드는데 더 심혈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그래야 크래프트맥주업계의 파이가 커지기 때문이란다.

파이의 크기만큼 시장의 성장하는 것이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와 함께 양조자들에겐 꼭 해야 할 일과 관행처럼 해오던 일을 헷갈려서는 안된다고 꼬집는다. 장비가 없어서 관습처럼 해왔던 일을 정답으로 우겨서도 안되고, 또 정답이라고 믿던 것도 틀릴 수 있다는 여지를 둬야 더 좋은 맥주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 고문은 일본의 프리미엄맥주인 ‘산토리 프리미엄몰츠’보다 더 맛있는 맥주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이를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맥주에 대한 모든 지식과 기술을 투입할 것이란다. 우선은 필스너와 에일 등 어메이징의 가장 대중적인 술 몇 가지를 이천에서 생산하겠지만 얼마 안가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제 맥주 한 종류가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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