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가양주 분류체계에서 청주는 ‘맑은 술’, 탁주는 ‘탁한 막걸리’
주세법 개정 통해 왜곡된 ‘청주’, 우리 술 이름으로 명예 되찾아야

전통 발효제인 누룩을 이용한 우리 술 청주는 원래 맑은 술만 담은 것을 말한다. 그런데 그 술은 약주로 불리는 시절이다. 그리고 입국 형태로 만들어진 쌀누룩을 사용한 술을 청주라고 우리나라 주세법은 규정하고 있다. 하루속히 제자리를 잡았으면 한다. 사진은 농림식품부 주최의 우리술 품평회에 출품중인 우리 소주와 청약주
전통 발효제인 누룩을 이용한 우리 술 청주는 원래 맑은 술만 담은 것을 말한다. 그런데 그 술은 약주로 불리는 시절이다. 그리고 입국 형태로 만들어진 쌀누룩을 사용한 술을 청주라고 우리나라 주세법은 규정하고 있다. 하루속히 제자리를 잡았으면 한다. 사진은 농림식품부 주최의 우리술 품평회에 출품중인 우리 소주와 청약주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청주는 우리 전통주 중 가장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빚어낸 품격 있는 우리 술의 한 장르다. 그런데 이렇게 빚어진 우리 술에 청주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게다가 전통 가양주가 아닌, 일본식 제조법에 따라 만들어진 술에 그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최근 일본 아베 정권에 의한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 금지 및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촉발된 한·일 간의 무역전쟁이 강도를 높여가면서, 일본 술에 대한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수입맥주 시장에서 1위를 고수해왔던 일본맥주의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있고, 일본산 사케에 대한 판매도 크게 줄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리 술의 분류법을 몰라, 여당 대표가 일식집에서 마신 술을 두고 때 아닌 ‘청주, 사케’ 논란이 발생했다. 일제 때 만들어진 주세법을 아직도 우리 전통문화에 맞춰 개정도 못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에서 만든 술을 두고 한국식 청주가 아니라는 기사가 나왔을 정도이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는 것 같다. 

우리 술을 개념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공식 문건은 식품이나 문화와 전혀 관계없는 주세법이다. 근대 국가들이 손쉽게 통치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술에 세금을 붙였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도 통감부를 설치했던 일제에 의해 한반도 통치 자금 확보차원에서 주세령(1907년)과 주세법(1909년)이 반포되면서 술의 공식체계가 만들어졌다. 참고로 일제 초창기 주세로 거둬들인 세금은 국세의 70%에 해당됐다고 한다. 

이후 1949년 새로운 주세법이 제정됐는데, 당시 정부는 관리의 효율성을 들어 대자본 위주의 생산을 유도했던 일제의 법률 체계를 상당 부분 가지고 온다. 이때 일제가 분류했던 술의 종류도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주세법에 따라 우리 술의 장르를 크게 구분하면 발효주와 증류주로 나뉜다. 곡물이나 과일을 발효시킨 발효주는 탁주와 약주, 청주, 맥주 그리고 과실주로 분류하고, 증류주는 익히 잘 알고 있는 소주와 위스키, 브랜디, 일반 증류주 등으로 세분한다. 여기서 다른 술들은 이름만으로도 정체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술이 딱 두 개가 있다. 

주세법이 새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기존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발생한 혼란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주인공은 약주와 청주. 주세법에 족쇄처럼 채워진 이름 덕에 마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신세가 된 우리 술이 생긴 것이다. 

원래 청주는 ‘맑은 술’을 의미한다. 탁주는 요즘 흔히 말하는 막걸리를 말한다. 즉 청주와 탁주는 술을 걸러 마시는 음용 방식에 따른 분류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분류는 술을 만드는 방식에 따른 방법이다. 우리 술의 재료인 쌀과 물과 누룩을 가지고 한번 고두밥을 지어 술을 담그면 이를 단양주라 불렀고, 두 번 술밥을 주면 이양주, 그리고 술밥을 주는 횟수에 따라 ‘삼양’, ‘사양’ 하는 식으로 이름을 붙이게 된다. 이렇게 빚은 술 중 맑게 뜬 술만 취하면 그 술이 ‘봉제사접빈객’의 핵심 음식인 청주가 되는 것이다. 

조선시대에 음식에 대해 쓰여진 고조리서에 따르면 이런 방식으로 만드는 청주들이 수도 없이 등장하게 된다. 들어가는 부재료에 따라 두견주(진달래꽃), 도화주(복숭아꽃), 송순주·송절주(소나무 순), 국화주(국화꽃), 연엽주(연잎) 등이 있고, 절기에 맞춰 빚는 삼해주, 삼오주, 청명주, 단오주는 물론 사용한 누룩에 따라 이름을 달리하는 술(향온주, 백수환동주)들도 있다. 

이런 술을 짧게는 40~50일에서 길게는 100일까지 시간을 들여 발효 및 숙성을 시켜 술항아리에 용수(맑은 술을 모으는 전통 술제조 도구)를 박아 맑은 술을 떠서 제사와 손님맞이에 쓴 것이 우리 청주였다. 통칭 지게미처럼 뿌연 부분은 물을 타가며 걸렀기에 탁주 혹은 막걸리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런데 일제의 의해 주세법이 만들어지면서 일본식 쌀누룩을 사용한 술에만 ‘청주’라는 이름을 사용하도록 일제는 강제하게 된다. 그리고 해방이 된 이후 지금까지도 입국을 사용한 술을 청주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 청주는 약용성을 강조하는 ‘약주’라는 이름으로 옷을 갈아입게 된다. 물론 약주도 우리 술을 지칭하는 술 이름 중 하나지만, 청주보다는 하위의 개념일 뿐이다. 

이렇게 우리 술 청주가 약주로 분류된 지 110년이 지났다. 그리고 1965년 체제를 두고 한·일 간의 무역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청주, 사케’ 논란이 발생했다. 사케는 술 주(酒)자를 훈독으로 발음한 일본 술의 총칭이다.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사케는 일본 술의 대명사처럼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쌀누룩을 이용한 일본식 청주는 ‘세이쥬’라는 명칭이 따로 있다. 더군다나 우리가 일본 청주의 명칭으로 알고 있는 ‘정종’은 일본의 술 상표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사케와 정종을 일본식 청주의 대명사처럼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개념을 두고 혼동이 발생할 땐 그 기준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 더 이상의 혼동과 혼란을 막기 위해선 더 그렇다. 이참에 주세의 주요 부처인 국세청은 술에 부치는 세금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우리 술 정체성에 걸맞은 이름을 찾는 일에도 열심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일 간의 무역전쟁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세우는 일이라는 것을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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