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협회 공익업무부 김성 부장

매년 보험사기 적발규모는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지난해 적발금액만 7982억원에 달한다. 장기보험의 적발금액이 처음으로 자동차보험을 앞지른 해이기도 하다.

이러한 추세에 손해보험협회는 지난달 공익업무부서 내 보험사기조사팀을 2개 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장기보험에서 발생하는 보험금 누수가 이제 사회적 문제로 번지면서 전담팀이 필요해진 것이다.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2002년 보험사기방지센터를 신설한 이후 꾸준히 보험사기 대응에 나서왔다. 당시 수사기관에서 협회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보험사기 조사를 전담해온 인물이 있다. 손해보험협회 공익업무부 김성 부장<사진>이다. 서울 종로구 손해보험협회에서 김성 부장을 만나 장기보험 보험사기 전담팀 신설에 대해 들어봤다.

김 부장은 “보험사들과 장기보험과 관련된 문제를 검토하고, 수사기관과 공조를 통해 불법 행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자 만들어진 팀”이라며 “회원사와 장기보험대응협의체를 구축하는 등 보험사기와의 전쟁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기보험 가운데 대표적으로 보험사기의 타깃이 되는 건 민영의료보험으로도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이다. 이 상품은 실제 치료비 가운데 건강보험공단의 급여 일부와, 비급여 전체를 보장한다.

실손보험은 공보험이 해결하지 못하는 치료비를 대신한다. 이렇다보니 영리만을 추구하는 병·의원에서는 브로커를 고용해 환자를 모집하고, 의료비를 부풀려 청구하는 등 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한 보험사기가 빈번한 상황이다.

김 부장은 일부 문제 안과에서 벌어지는 백내장 보험사기를 일례로 지목했다. 시력교정술을 백내장 수술로 둔갑시켜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다. 과잉진료 문제로 이미 지난 2016년 금융감독원은 렌즈삽입술에 사용되는 렌즈 값을 실손보험의 보장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그러자 안과들은 수익성 보전을 위해 렌즈 값을 덜 받는 대신 검사비를 부풀려 청구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김 부장은 “특정 시술이 수익사업화 되다보니 전문 브로커를 활용해 환자를 유치하고, 일정 비용을 리베이트로 브로커에 지급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병원 내에서는 코디네이터(상담사)를 두고 실손보험 가입여부에 따라 진료비를 끼워 맞춘다. 모두 환자를 영리 추구의 목적으로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듯 부당하게 지급되는 보험금으로 전체 보험가입자의 보험료가 오르는 상황”이라며 “보험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수익만 창출하려는 건 보험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다. 3400만 가입자를 보유한 실손보험에서 발생하는 보험사기는 단순 금융범죄가 아닌 사회범죄 차원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불법 사무장병원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환자에 대한 정상 진료보다는 영리만을 목적으로 한 보험금 편취가 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때문에 그는 사무장병원을 개설단계부터 차단하기 위한 각종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부장은 “병의원 인·허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단속은 수사기관과 건보공단에서 실시하고 있어 적발을 위해서는 유관기관간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며 “현재 지자체 산하에 지역 의료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설치해 병원 개설을 심의하도록 하거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사무장병원 범죄에 대한 특별사법경찰 지위를 부여하는 등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법 개정과 함께 범정부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보험업계도 장기보험의 보험사기 적발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보험은 의료와 연관된 보험상품이다. 이에 병의원 진료의 적정성 등을 살펴보고, 불법행위 입증에 대한 역량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 부장은 “전직 수사관 출신 보험사기조사 인력은 전체 손보사에 250명 정도로 대부분 자동차보험 사기 적발 위주의 업무를 수행해왔다”며 “수사 경력이 있는 전문가가 보험 전문성까지 갖춘다면 보험사기 혐의 입증과 적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협회도 교육과 인프라 구축, 관계당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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