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은행 DLF 문제 발생, 신뢰 위해선 보다 정교한 디테일 필요
도덕경 ‘약팽소선(若烹小鮮)’처럼 작은 것 놓치면 큰 것도 놓쳐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일부 은행의 고위험 파생결합상품(DLS, DLF) 판매와 관련, 은행 내부의 통제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다.

당연하게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주 11개 은행장을 만난 자리에서 ‘신뢰 회복’을 강조하고 은행권의 과제라고까지 말했다. “기업이 어려울 때 동반자가 되고, 국민의 건전한 자산형성을 도와 신뢰를 얻는 것이 과제”라고 말한 것이다. 

이날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전국 영업본부장을 소집해 펀드 손실과 관련해 대책 회의를 갖고 공식 사과에 나섰다. 앞서 윤 감독원장이 말했던 신뢰가 금융회사의 핵심 덕목이기 때문에 조기 진화에 나선 것이다.

손 행장은 이와 관련 “신뢰라는 것은 거울의 유리와 같아 한번 금이 가면 회복에 엄청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며 “고객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진심을 다해 소홀함이 없도록”해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고객 자산관리 시스템과 제도의 개편도 약속했다. 결국 은행의 신뢰문제는 제도와 시스템의 디테일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디테일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는 세상이다. 리더십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덕목이 디테일이다. 앞서의 사례처럼 승부가 디테일에서 갈리기 때문이다. 

노자의 <도덕경>에 ‘약팽소선(若烹小鮮)’이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자칫 태울 수도 있고 잘못 다뤄 다 익지 않은 생선이 부서질 수도 있으니 작은 생선일지라도 정성을 들여야 하는 것처럼 나라를 다스리는 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런데, 조심히만 다루면 디테일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구조를 모르는 상황에선 아무리 조심스럽게 살펴도 내용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설가 최민석씨는 한 기고문에서 “소설은 ‘디테일의 예술’이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만나는 날, 날씨는 어떠했으며, 옷은 무엇을 입었으며, 거울 앞에선 몇 분이나 망설였으며, 커피숍에는 몇 분 전에 도착했는지, 이 모든 게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설정 하나하나가 의미를 담고 있고, 등장인물의 의식을 반영하고 있기에 작은 소품, 행동 하나까지 섬세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설가가 구성한 서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각 장면들에 다양한 상징을 배치해 이미지를 점증적으로 뚜렷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글쓰기처럼 회화와 영화의 영역도 같은 작법이 필요하다. 알 듯 모를 듯한 은유와 상징을 곳곳에 배치해 작가와 감독의 생각과 의도를 전달하게 된다.

그렇지만 수다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비유가 배치돼 있어도 이를 다 읽어낼 수 있는 관객이나 독자는 별로 없다. 그렇다고 뺄 수 없는 것이 디테일이다. 

마찬가지로 경영에서 디테일도 같은 논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섬세하기 위해선 ‘찬찬히 훑어볼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바쁘다는 이유로 발췌 및 함축된 정보에만 의존하는 사람들은 주마간산의 오류를 피할 수 없다. 

또한 어떤 사건이든 근원과 본질을 이해하지 않은 상황에서 드러난 표피의 문제만 나열해봐야 디테일이 섬세해질 수는 없다.

게다가 지금은 혁신을 강조하는 시대다. 혁신의 속도만큼 디테일도 발맞춰 따라가야 한다. 그래서 더욱 어려운 일이다. 

DLS와 DLF에 대한 문제는 해당 은행과 감독원에서 적극 대처할 것이다. 그리고 매번 대응책은 변경될 것이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만의 능력으로 디테일을 완성시킬 수는 없다. 임직원 모두가 리더의 시선을 가져야 그나마 디테일의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갈 길이 멀게 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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