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 ‘CEO 및 경영인 조찬회’ 개최
2020년 수입보험료 증가율 ‘0%’ 전망

8일 오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오키드룸에서 `2020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보험경영인 조찬회에서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8일 오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오키드룸에서 `2020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보험경영인 조찬회에서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2020년을 앞둔 보험시장의 성장 전망은 0%에 가깝다. 보험부채의 규모를 좌우하는 장기금리도 1%대 초반인 상황에서 이대로라면 수 년 내에 ‘제로성장’과 ‘제로금리’에 직면할 수 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8일 오전 조선호텔 오키드룸에서 '2020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제46회 보험 CEO 및 경영인 조찬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조찬회에서 보험연구원은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된 저성장 추세가 내년에도 계속돼 2020년 보험산업의 수입(원수)보험료 증가율이 0.0%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생명보험의 수입보험료는 올해 2.5% 감소하고, 2020년엔 2.2% 줄어들어 4년 연속 역성장을 예고했다. 손해보험의 원수보험료 증가율은 2019년 3.8%, 2020년 2.6%로 증가세가 점차 둔화될 것이 점쳐지고 있다.

먼저 생명보험의 경우 △보장성보험의 증가세 둔화 △저축성보험의 감소세 △해지(해약) 증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보장성보험은 신 지급여력제도(K-ICS) 시행에 대응하기 위한 보험사들의 보장성보험 확대 전략과 중저가 건강보험 판매 확대 등의 성장요인이 있다. 

하지만 기대여명이 늘어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는데 따라 생보사의 대표적 보장성보험인 종신보험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경기부진으로 인해 보험을 해지하는 사람도 많아지는 추세다.

저축성보험은 보험사들이 회계 및 건전성제도 변화에 대비하고자 소극적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최저보증이율(금리가 아무리 낮아져도 보험사가 보증해주는 이율)이 내려가 상품경쟁력이 낮아졌고, 변액저축성보험은 주식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손해보험의 경우 장기손해보험 증가율의 하락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경기 둔화 등으로 대부분의 종목에서 성장세가 꺾일 것으로 보험연구원은 내다봤다,

장기손해보험의 증가율이 하락하는 이유는 보장성보험(상해, 질병, 운전자, 재물 등)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장기 저축성보험의 감소세도 지속되기 때문이다. 

장기 상해·질병 보험의 경우 △유병력자를 위한 간편심사보험 확대 △실손의료보험 갱신보험료 증가 △보험사간 판매경쟁 등으로 7.7% 증가가 예상되지만, 증가율은 전년보다 2.4%포인트 하락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자동차 등록대수 증가, 할인특약 축소 등의 원수보험료 증가요인과 온라인 채널 비중 확대 등 감소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0.9% 성장이 전망된다.

일반손해보험의 경우 각종 의무보험이 늘어나며 배상책임보험 시장이 확대되겠지만, 무역 감소 및 경기 둔화와 요율 할인경쟁 심화로 올해 3.8%에서 2020년 2.8%로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수입보험료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보험업계가 보험 해약이나 지급보험금은 증가하고, 수익성 악화, 자본비용 상승 등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다고 보험연구원은 분석했다. 

경기 둔화와 가계부채 부담의 증가로 수입보험료 대비 환급금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수입보험료 대비 지급보험금이 늘어나면서 보험영업현금흐름(수입보험료-지급보험금-사업비)도 악화됐다. 때문에 보험산업의 수익성 관련 지표도 악화됐다.

K-ICS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늘고 있어, 이에 따른 이자비용도 확대됐다. 지난해 말 12개 생보사의 자본성증권 평균 발행금리는 4.58%인데 비해 운용자산이익률은 3.42%로 1.16%p의 금리역마진이 발생한 상황이다.

보험연구원은 성장성 중심의 경영에서 벗어나 기업가치 중심의 경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구조적 저성장 환경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 치중하는 전략은 필연적으로 리스크 확대, 민원 발생 가능성 증가, 수익성 악화 등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 △고위험 상품개발 지양 △보험영업 생태계 변화에 대한 대응 채널 구축 △장기 기업가치 중심의 경영 패러다임 전환 및 경영자 성과평가 기준 개선 △소비자보호 규제강화 움직임에 능동적 대응 위한 고객관리시스템 개선 △급변하는 기술환경에 대비한 새로운 위험 보장에 적극 대응 등을 제시했다.

이날 안 원장은 “2000년 이후 다채널이 형성되며 보험영업이 소비자중심으로 체질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보험영업 현장은 공급자 중심의 시장으로 회귀했다”며 “시장경제 하에서의 경쟁은 불가피한 전략이지만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건전한 영업생태계 회복은 지속가능을 위해 보험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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