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이버대학교 금융보험학과 유위철 외래교수

서울사이버대학교 금융보험학과 유의철 외래교수

고지의무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자에게 중요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의 고지를 하지 않을 의무를 말한다. 생명보험 표준약관에서는 ‘계약전 알릴의무’로 표현된다. 

고지의무는 보험계약이 가진 사행계약적 성격에 따라 당사자 사이에 고도의 선의성 또는 윤리성이 요구됨으로 인정되는 보험계약 특유의 의무다. 의무 당사자는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이며 이들의 대리인에 의해서도 가능하다. 

현행 상법에서는 고지의무에 대해 보험계약자 측이 중요한 사항을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고지해야 할 의무(능동적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률 해석상 보험자가 물어보지 않은 내용이라도 그것이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면 이는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여기서 고지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체결하지 않았으리라고 예상되는 사항(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9다103349 판결)을 말한다.

즉 보험자의 입장에서 고지 대상을 판단하기 때문에 보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보험계약자가 무엇이 중요한 사항인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보험계약자에게 고지의무를 부여하고 자발적으로 고지하도록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할 수 있다. 

보험자의 입장에서도 정확한 보험료 산출을 위해 위험 측정에 필요한 정보를 보험계약자에게 물어볼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고지의무를 보험계약자의 능동적 의무가 아니라, 보험자가 질문한 내용에 대해 답변하는 수동적 의무로 변경하는 상법 개정안(의안번호 7053)이 발의돼 있다.

이러한 고지의무 수동화에 대해 우려도 나온다. 고지의무 대상을 축소하기 때문에 보험계약자의 도덕적 위험(Moral Risk)이 커질 수 있어서다. 그러나 처음 보험 제도가 생겨났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보험자가 위험에 대한 정보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취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보험자가 질문한 사항을 성실히 답변했음에도 고지의무 위반이 성립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즉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성실히 답변한 보험계약자에게 고지의무 위반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겠다.

실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외국의 사례를 보면 고지의무의 수동화 전환은 세계적인 추세다. 또한 보험상품이 점차 전문화·복잡화 되는 것을 감안해서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은 보험자의 입장에서 보험의 기술에 비춰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판단해 정해지는 것 (대법원 2001.11.27 선고 99다33311)으로 나왔다. 이는 고지의무 대상이 되는지 여부의 판단주체가 보험자임을 판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무엇이 중요한 사항인가에 대한 다툼이 있는 경우 최종적으로 보험에 대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보험자의 입장에서 결정해야 한다. 보험자의 입장에서 작성한 질문표를 활용해 고지의무를 이행하고 보험계약자는 이에 대한 답변하는 수동적 의무로 전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하겠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