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영역까지 바이오로 쉽고 빠른 금융거래
‘보안·편의’ 두 마리 토끼 잡는 기술 상용화 가속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영화에서나 볼법했던 지문, 목소리, 정맥 등의 생체(바이오) 활용 금융거래가 은행권을 중심으로 상용화되고 있다.
핀테크(IT+금융) 기술 발전 및 인터넷은행 출현 등에 따라 비대면 본인확인 인증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며 이에 대한 고객 요구가 증폭됐고, 여기에 정부의 공인인증서·보안카드·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 등 의무사용 폐지 정책까지 맞물리며 은행들은 금융거래에 바이오 인증 기술을 입히기 시작했다.
미래형 은행을 그리는 데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 은행 ‘바이오 서비스’는 현재 어디까지 왔을까.

바이오 인증은 개개인의 신체적 특징을 나타내는 바이오 정보를 활용해 개인의 식별, 인증에 활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바이오 인증 대상으로는 지문, 얼굴, 목소리, 눈의 망막이나 홍채, 손가락의 정맥 패턴 등 다채로운 대상이 있으나 실제적으로 활용 가능한지 여부는 각 대상별 기술 발전 수준에 따라 다르다.

바이오 인증에서 대부분 떠올리는 이점은 ‘무단 복제·해킹할 수 없는 강력한 보안성’이겠으나, 은행권에 적용되는 가장 큰 메리트는 은행과 고객 간 본인확인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낭비될 수 있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거다.

은행 지점에선 고객이 실수로 신분증을 챙기지 않은 채 은행을 방문했거나 고령의 고객들이 비밀번호를 깜박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때 카드나 통장처럼 분실이나 도난 등 사고의 우려가 없는 바이오 정보를 활용함으로써 번거로운 절차를 줄이면 은행들은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한편, 창구 대기시간 및 직원 단순업무 축소로 지점 운영 비용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

이에 은행들은 스마트폰에 탑재된 바이오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뱅크 중심의 기존 바이오 인증 서비스 도입 방식에서 최근 오프라인 금융거래 전반으로 확대 적용하는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통장·인감 없이 ‘손바닥’으로 예금 출금

은행 오프라인 바이오인증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부분은 ‘정맥인증’이다.

현행 은행업감독규정은 창구 거래 시 통장이나 인감 없이 예금을 지급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지점장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정맥인증을 통한 본인확인과 출금이 가능하도록 유권해석을 내렸다. 정맥인증 방식이 보안성 등 심의 결과 신뢰성이 높은 본인확인 수단으로 인정된데 따른 결과다.

정맥인증은 손바닥 표피 아래 혈관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사람마다 고유한 혈관 특성이 었어 위조나 변조가 어렵고, 유사한 바이오인증 방식인 홍채인증보다 안전성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장이나 인감, 현금카드 없이 손바닥(정맥)만 대면 은행 창구나 현금자동지급기(ATM)에서 예금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가장 발 빠른 대응을 보인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 정맥 인증만으로 영업점에서 현금을 인출 할 수 있는 ‘손으로 출금 서비스’를 출시한데 이어, 지난 7일 해당 서비스를 전국 영업점으로 확대 시행했다.

손으로 출금 서비스는 금융회사와 금융결제원간 고객의 바이오정보를 분산보관하는 기술이 바탕이 됐다. 고객이 등록을 요청하면 은행과 금융결제원은 생체정보를 개별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2개의 조각으로 분할해 보관한다. 해킹위험을 방지하고 고객 정보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다.

바이오정보는 원본이 아닌 패턴화와 2번의 암호화를 거친 문자파일이 수집된다. 이후 본인 인증 시 두 기관의 보관정보를 결합해 일치할 경우 출금이 가능하다.

KB국민은행은 손으로 출금 서비스가 기존의 통장 기반 거래 관행을 대체하고 거래 시간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창구 업무 비중이 높은 고령층 고객의 은행 이용이 편리해질 수 있다. 현재 국민은행 이용고객 1800만명 중 대면거래를 선호하는 고객은 약 300만명이고 이 중 26.7%인 80만명이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지난 4월부터 6개월간 총 284개 영업점에서 진행된 손으로 출금 서비스 시범운영 결과 약 5만명의 고객이 서비스를 신청했으며 3만2000여건의 예금지급과 1만9000여건의 ATM 바이오출금이 처리됐다.

KB국민은행은 이번 서비스 확대 시행에서 시범운영 기간에 확인한 고객들의 추가 요구사항을 반영해 외화예금, 펀드, 신탁 등으로 업무 범위를 크게 확대했다. 또 상품의 출금·송금·해약 업무에 더해 각종 증명서 발급을 포함한 총 46개 제신고(諸申告) 거래 시에도 손바닥 정맥 인증을 통해 처리가 가능하도록 프로세스를 개편했다.

Sh수협은행도 지난달 25일 정맥인증으로 ATM 거래가 가능한 ‘핸즈Up 뱅킹’ 서비스를 도입했다. 핸즈Up 뱅킹은 전국 수협은행과 회원수협 영업점에서 손바닥정맥과 계좌정보를 등록하면 바이오인식 센서가 설치된 전국 200여개 영업점 365자동화코너 ATM기기에서 현금출금, 입금, 이체, 조회, 공과금 납부 등 금융거래를 언제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Sh수협은행 관계자는 “정맥인증 금융서비스 시행으로 화재나 홍수, 지진 등의 자연재해나 카드분실, 도난, 훼손 등과 같은 사고 발생시에도 별도의 신분증이나 통장, 카드같은 인증매체가 없어도 언제든 현금출금 등의 금융거래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은행들도 속속 정맥인증 서비스 도입과 금융결제원의 CD공동망 연결을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전국 어느 은행에서든 바이오 정보를 활용한 ATM 거래가 가능해질 전망”이라며 “향후 영업점 창구에서도 바이오인증을 활용한 각종 거래서비스를 늘려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어려운 조작 방법, 목소리로 간편하게

모바일뱅킹 너머 오프라인 지점까지 번진 ‘바이오 금융 문화’에 막연히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 고령 고객들을 위한 ‘목소리’ 활용 금융서비스 개발도 활발하다.

고령 고객들이 무인 창구로 통하는 ATM를 조작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오프라인 지점 인력 절감을 위해 은행들이 ATM에 새롭게 추가한 다양한 기능들은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이지만,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겐 그야말로 난관의 연속이 될 수 있다.

IBK기업은행은 국내 은행권 최초로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한 디지털 키오스크(무인 단말기)를 도입했다. 기업은행 디지털 키오스크를 통해선 바이오 정보를 통해 실명확인을 거친 뒤 입출금통장, 체크카드, 적금 등 상품 가입은 물론 보안카드 발급, 비밀번호 변경 등 50여개 금융업무가 가능하다.

기업은행 디지털 키오스크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조작 방법이 다소 번거로울 수 있으나 음성기능을 이용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업무를 키오스크에 대고 말하면, 여러 단계의 선택 과정 없이 원하는 금융거래를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음성으로 도움을 청하면 고객센터 직원과 화상상담도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연내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스피커를 활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우리은행이 네이버와 협력해 선보일 AI 음성인식 스피커는 목소리만으로 조회·이체를 하고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우리은행은 한층 더 향상된 비대면 금융업무 지원을 위해 고객 개인 성향과 행동을 분석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경험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카드결제 금액에 대해 단순히 숫자를 읽어주기 보다는 ‘지난달보다 10만원 많이 나왔다’고 안내하거나 ‘친구 길동이에게 5만원을 송금한다’는 명령어를 수행하는 등 고객별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해당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은행 지점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이들도 집안에서 편하게 몇마디 말로 간단한 금융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금융당국 또한 AI 음성인식 스피커를 활용한 금융거래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인증·보안 등 기준 부재로 AI 음성인식 스피커 등을 활용한 금융거래 및 결제서비스가 활성화되지 못한데 따른 조치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올해 안에 금융감독원 금융결제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신기술을 활용한 인증·보안 관련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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