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맛도 좋지만, 술 재료에 대한 무한한 애정 가진 양조인
특수종균 생산하는 공장 설립하고 서울 등 대형양조장에 공급

솥뚜껑을 뒤집어서 소주를 내리던 어머니의 모습을 어린 시절의 기억을 추억처럼 담아두고 막걸리와 안동소주를 빚고 있는 회곡양조장의 권용복 대표
솥뚜껑을 뒤집어서 소주를 내리던 어머니의 모습을 어린 시절의 기억을 추억처럼 담아두고 막걸리와 안동소주를 빚고 있는 회곡양조장의 권용복 대표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일곱 살에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소주로 남아있다. 소주를 마시고 싶다 청하면 어머니는 가마솥 뚜껑을 뒤집어서 술을 내렸고 이를 됫병에 담아 건네면 아버지는 이를 들고 친구들과 나누기 위해 문밖을 나선다. 

어머니의 소주 내리는 모습을 추억으로 지니고 막걸리를 빚고 있는 중년의 사내. 올해로 양조 인생 20년을 훌쩍 넘기고 4대째(공식기록으로는 3대째)를 이어가고 있는 안동 회곡양조장의 권용복 대표. 안경 너머로 보이는 선한 눈매에선 막걸리를 향한 그의 곧은 심지가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그의 술맛은 감미료가 들어가 있음에도 대도시 막걸리만큼 튀지 않고 드라이하다. 

동구 밖에 큰 회나무가 있다 해서 이름 붙여진 회곡리. 이곳에 양조장이 들어선 것은 1902년의 일이다. 공식기록이 남았다면 아마도 전국 최초의 양조장 타이틀을 지닐 수 있을 만큼 오래된 기록이다. 그의 할아버지가 35년 정도 운영하고 큰아버지로 넘긴 1937년, 세무서의 주류제조면허대장에 회곡양조장의 공식기록이 처음 등장한다. 그리고 어머니 김순자씨로 이어졌으며, 지난 1998년부터 권 대표가 양조장을 지키고 있다. 

기계설계를 전공했던 권 대표가 처음 막걸리를 빚으려 고향에 내려왔을 때 자신이 경험한 외국술에 비해 떨어지는 막걸리 맛에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정도의 술로 경쟁할 수 없다는 생각에 한국식품연구원의 교육과정을 3번이나 거치고, 전통주 전문가인 박록담 선생을 찾아 교육을 받아가며 좋은 술 만드는 법에 천착한다. 그런데 그 시기가 많은 기업이 그랬듯이 간난신고를 이겨내야만 했던 IMF위기와 중첩된 시기여서 회곡양조장도 매우 힘든 시기를 버텨내야 했다고 한다.

지금 그가 생산하고 있는 술은 막걸리가 4종, 소주가 3종, 그리고 약주가 2종이다. 막걸리의 경우 멥쌀과 밀, 그리고 안동의 특산인 백진주쌀을 이용한 버전 등 다채롭다. 특히 백진주쌀은 찹쌀과 멥쌀의 중간 정도의 풍미를 지니고 있어, 찹쌀을 사용하는 전통주처럼 쌀이 지닌 달큰한 맛을 최대한 보여주고 있고, 밀과 멥쌀을 이용한 막걸리들도 재료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소주와 약주는 원래 있던 양조장이 수자원 보호구역이어서 공장의 추가 증설이 불가능해, 지난 2014년경 현재의 공장으로 이전해서 생산하고 있다. 약주는 차례주로 기획한 예미주와 자색고구마를 이용한 고백 2종을, 그리고 예미주를 증류해서 1년 이상 숙성시킨 뒤 출하하고 있는 소주는 안동소주와 국화주, 상황주  3종류를 출시하고 있다.

여기에 권 대표는 자신만의 프리미엄 술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술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우선 약주는 예미주에 안동의 특산품인 참마를 넣어 45일 정도 발효 숙성시켜 좀 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내는 술을 낼 계획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술의 부재료로서 관리하기 힘든 재료들에 대한 권 대표의 지극한 관심이다. 자색고구마를 이용한 ‘고백’은 쌀보다 관리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고, 마도 생산품의 품질이 균일하지 하지 않아 술맛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 하지만 자신이 사는 지역의 특산품이라는 점에서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술이라는 것이 대표적인 로컬푸드라는 점에서 권 대표의 고집스러움이 이해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1937년 세무서의 주료제조면허대장의 기록으로부터 80년을 훌쩍 넘긴 양조장, 비공식적으로는 1902년부터 막걸리를 빚어왔다는 안동의 회곡양조장 전경 (제공=회곡양조장)
1937년 세무서의 주료제조면허대장의 기록으로부터 80년을 훌쩍 넘긴 양조장, 비공식적으로는 1902년부터 막걸리를 빚어왔다는 안동의 회곡양조장 전경 (제공=회곡양조장)

이밖에도 그는 더 맛있는 소주를 내기 위해 숙성에도 많은 공력을 들일 예정이다. 이태 뒤부터는 5년 숙성한 프리미엄 소주의 출하도 가능하리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술에 대한 그의 고민이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많은 양조장 대표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이유도 그가 만드는 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발효제에 대한 그의 특별한 관심에 있다. 현재 양조장에서 사용하는 종균은 크게 백국과 황국 두 종류다. 그런데 입국은 배양 조건이 다 다르며 종류별 조합에 따라 다양한 술맛을 낸다. 

그래서 그는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찾은 균주를 같이 배양하면서 우리 술맛을 더 좋게 하는데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입국을 만드는 누룩전용 공장을 만들고 특수 종균을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하고 있는 특수종균 등을 서울 장수 등의 대도시 막걸리 양조장에도 납품하고 있다. 그래서 회곡양조장을 기억해야하는 이유는 그 술맛에도 있지만, 술을 만드는 원재료에 대한 양조인의 무한한 애정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응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