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리딩 모색하는 신한은행, 평가시스템 전면 교체
진옥동 행장 "줄 세우지 않고 목표달성제로 평가하겠다"

신한은행 진옥동 은행장
신한은행 진옥동 은행장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토머스 홉스는 17세기의 인간 사회를 관찰한 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특징을 <리바이어던>에서 기술했다. 산업혁명이 본격화되지는 않았지만 대항해 시대로 접어든 유럽은 격변을 겪기 시작한 시절이다.

특히 홉스는 잉글랜드가 내전에 휩싸여 있던 시기를 온전히 살아온 인물이기도 하다. 청교도 혁명 등으로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경험했던 사람에게 간절한 것은 혼돈을 잠재울 절대권력이었다.

따라서 홉스는 인간에 대해 정의하기를, 인간은 내면에 충동을 가지고 있고, 이것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라고 설명한다.

또한, 인간은 욕구 충족에 도움이 되는 것은 도덕적으로 선이고 그렇지 않으면 악으로 보는 존재라고 이해했다. 이런 시각에서 바라본 세상 속의 인간은 당연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배척하고 배타하는데 서슴지 않는 존재였다.

하지만 학자들은 인간이 배타적으로 진화해왔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화론자들은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오면서 인류가 사회를 형성하게 됐다고 말한다. 서로 무리를 달리해서 수렵 채집을 하다가도 급격한 기후의 변동 등으로 생산환경이 열악해지면 무리 간의 자연스러운 합병도 일어났다고 말하는 것이다.

또한, 지도자의 자질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고 말한다.

같은 조직 안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다양한 사람을 공동의 목적으로 모아내기 위해선 포용하면서 협력할 수 있도록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설득하는 것이 중요했고, 주변의 무리와 다투기도 하지만 대체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시기가 길었던 만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리더가 더욱 필요했다. 특히 자원이 부족하거나 이상 기후 등이 발생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또 다른 예를 하나 들어보자.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신의 가면> 1권(원시신화)에는 샤먼과 관련한 성년식 장면이 기술돼 있다. 부족 내에서 성년식은 남자아이들을 공식적으로 전사이자 사냥꾼으로 인정하는 통과의례다. 캠벨이 든 사례는 다음과 같다.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성년식은 극한 고통을 견뎌내면서 본인이 원하는 환각을 얻어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꿈을 일궈내는 과정이다. 12~13세 정도 되는 사내아이들을 아버지가 외딴 장소에 짐승을 물리칠 수 있을 정도의 불을 가지고 떠난다. 소년들은 이곳에서 영적 방문자가 꿈에서 나타날 때까지 금식하며 기도하게 된다.

그들의 꿈에 나타난 영적 지도자가 말하는 대로 그들은 병을 고치는 샤먼의 능력을 갖출 수도 있고, 동물을 잡는 사냥꾼의 능력을, 아니면 전사가 될 힘을 가질 수 있다.

4일 또는 그 이상의 날짜를 금식하는 과정에서 환각을 경험한 사내아이들은 꿈에서 나타난 대로 자신들의 직업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 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다시 금식하며 극기의 과정을 거치면서 환각을 경험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용사의 꿈을 이룬 사내의 기록이 이 책에는 쓰여 있다.

일반적으로 통과의례는 권위가 배경으로 깔린 행사여서 그 결정을 무게감 있게 받아들인다. 특히 현대로 올수록 통과의례는 집단의 논리를 투영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왔다. 그 결과 조직 논리를 반영하는 보수적인 절차가 만들어졌고, 거대해진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핑계로 상대적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기 일쑤였다.

신한은행의 진옥동 행장이 숫자로 줄 세우지 않겠다며 새로운 성과지표를 발표했다. 직원 간의 경쟁을 부추겨 성과를 내려 했던 기업의 논리와 상반된 결정이다. 그래서 의아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 실마리는 올해 3월 은행장 취임사에서 찾을 수 있다.

“재무적으로 1000억원 이익을 더 냈다고 해서 과연 리딩뱅크인가. 거기에 동의하지 못한다. 국민은행 계좌수가 1400만, 신한은행이 1000만인데 숫자로 경쟁하고 줄 세우지 않겠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진정한 리딩뱅크를 추구하겠다.”

이 같은 진 행장의 이야기가 현실화된 것이다. 상대평가가 아닌 직원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보겠다는 것이다.

지나친 경쟁으로 몰아가는 조직의 보수적 문화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진 행장의 의미 있는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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