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종금증권 이진우 투자전략팀장

 

메리츠종금증권 이진우 투자전략팀장
메리츠종금증권
이진우 투자전략팀장

 

불편함은 ‘변화’에서 시작된다. 변화가 심할수록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술의 발전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꼭 그렇다. 새로운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면 사회적, 경제적 충돌이 불가피하다. 기존 패러다임과 새로운 패러다임의 충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유’와 관련된 우리 주변의 사안을 봐도 그렇지 않은가. 산업도 양극화된다. 구경제와 신경제로 구분 짓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기술발전이 가장 가파르게 진행되는 시기에 사회는 가장 혼란스럽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Recession)가 기술발전의 속도가 가장 빠른 시기에 자주 발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라디오, TV, PC, 인터넷 모두 예외는 아니다. ‘자연스러운 기술혁명’은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충격이 발생하는 이유는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접목이 되기 시작하고, 그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과잉투자’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의 이유로 경기과열, 과잉투자가 지목되는 이유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진짜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기술혁명으로 유발될 ‘과잉’이 아닐까 한다.

기술혁명 사이클은 두 단계로 구분된다. 전반전과 후반전이다. 

전반전은 기술혁명의 초입으로 사회적, 경제적 혼란을 수반한다. 아직은 기술 침투의 초기이기 때문에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유발하지 않는다. 소수의 기업이 혁신을 일으킨다. 지금으로 따지면 플랫폼 기업들이다. 동력은 산업자본이 아닌 금융자본이 주도한다.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기술혁명의 전반부에서는 ‘금융버블’이 발생한다. 아직은 기술의 초기 단계이지만 기대감이 강하게 투영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그 중간 단계에 있다. 새로운 산업이 개화하고 있지만 금융의 버블과 기술의 과잉투자가 아직 전개되지 않은 상황 말이다.

기술혁명의 후반부는 과잉투자 충격 이후 시장의 자정작용을 거치면서 나타난다. 충격이 발생한 이후라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기 유리하다. 이를 ‘창조적 재건(건설)’ 국면이라 칭한다. 이 시기에는 금융자본이 아닌 산업자본이 주도한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반응은 전반적과 같이 열광적이지는 않다. 이미 익숙한 산업인데다 금융버블은 붕괴된 이후이기 때문이다. ‘아마라의 법칙(Amara’s Law: 새로운 기술 효과에 대해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과대평가하고, 장기적으로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기술혁명의 역사는 그렇게 반복된다. 지금도 유사하다고 본다. 아직 PC, 인터넷과 같이 세상을 바꾸는 디바이스는 출현하지 않았지만, 전기차,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실제 우리 생활을 크게 바꾸는 기술 개화는 시간의 문제이다. 지금을 기술혁명 사이클의 전반적으로 보는 이유다.

내년 주식시장은 오랜만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크게는 5G, 전기차 좁게는 폴더블 폰과 같은 기술혁명의 디바이스들이 개화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되기 때문이다. 1년 반 넘게 진행됐던 미중 무역분쟁은 지속적인 변동성을 키우겠지만 결국 ‘봉합’의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다. 그 전제하에 본다면 오는 2020년 코스피는 지연됐던 경기 사이클의 회복, 이익 레벨의 복원으로 약세 트렌드 탈피를 예상한다. 지난해 이후 하락 추세가 결국 경기, 실적 둔화 사이클이라면 올해 말부터 약세 트렌드 돌파를 기대한다. 

올해 주식시장 변동성이 컸던 이유가 경기 둔화가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무역분쟁이 격화됐기 때문이라면, 오는 2020년은 경기회복 과정에서 무역분쟁이 완화되는 시그널이 나올 경우 시장은 포지티브 서프라이즈(Positive Surprise)로 반응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환경은 지난 2016년과 닮았다. 매크로 환경은 혼란스러웠지만 2016년은 2010년 이후 실적 정체기를 벗어나 처음으로 턴어라운드 및 실적 레벨 업에 성공한 시기였다.

2015년 79조원(한전부지 매각차익 제외)에서 2016년 95조원으로 20% 이익 성장을 달성한 시기다. 시장의 동선은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강해질 것으로 본다. 경기 사이클의 회복과 주도업종의 회복이 맞물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반기는 경기 저점 기대감과 정책 기대감이 핵심 드라이버다. 시장은 결국 순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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