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5월 히틀러 전격작전, 승부사 기질로 위기 넘긴 리더십
“술이 내게서 앗아간 것보다 내가 술로부터 얻은 것이 더 많다”

샴페인과 위스키를 매일 식사때마다 즐겼다는 윈스턴 처칠, 그는 술에서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사진은 1940년 5월 독일의 프랑스 침공 이후 수상에 취임에 국난을 극복해내는 과정을 그린 영화 ‘다키스트 아워’의 포스터 사진
샴페인과 위스키를 매일 식사때마다 즐겼다는 윈스턴 처칠, 그는 술에서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사진은 1940년 5월 독일의 프랑스 침공 이후 수상에 취임에 국난을 극복해내는 과정을 그린 영화 ‘다키스트 아워’의 포스터 사진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영화 속 윈스턴 처칠(게리 올드만 분)은 술과 시거를 놓은 적이 없다. 아침부터 샴페인을 즐기고 위스키도 자주 들이킨다. 이러한 그의 음주 습관은 정치적 반대세력은 물론 국왕 조지 6세까지 문제 삼는다. 그런데 야당은 전시내각을 그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초반 며칠을 담은 영화 <다키스트 아워>. 노동당의 당수였던 에틀리가 체임벌린 수상을 강력히 규탄하고 그의 탄핵을 요구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체임벌린의 히틀러와 나치에 대한 소극적 태도가 전쟁의 확대로 이어졌고, 그 결과 서유럽 전반이 히틀러의 수중에 들어갈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에틀리의 주장처럼 서유럽은 풍전등화의 상황이다. 서유럽에서 덩치가 큰 국가들은 거의 친 히틀러 노선이었다.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스페인의 프랑코 등은 초록이 동색인 상황. 그런데, 영국의 체임벌린 보수당 정부는 히틀러를 외교적으로 다독여 자신들의 계획 속에 묶어둘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프랑스는 의심의 눈초리는 보내지만, 마지노선만 믿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1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유럽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질서가 무너졌다는 것이었다.

영화 <다키스트 아워>는 처칠이 쓴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의 작은 단원 중 하나인 <파이니스트 아워>를 반어적으로 패러디한 제목이다. 그런데 영화가 다루고 있는 개전 초의 상황은 영화의 제목만큼 암담했다. 전쟁의 향배는 물론 각국의 운명까지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1940년 5월, 서유럽의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될 위기에 봉착한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폴란드를 소련과 나눠 접수한 독일은 프랑스를 공격하기 위해 마지노선을 우회하기로 한다. 그 길은 저지대 국가인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우회 관통하는 것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경로로 쳐들어오는 독일군의 공격을 프랑스와 영국군은 막아내지 못한다. 네덜란드와 벨기에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당시 공격에 나선 독일의 군대보다 프랑스와 벨기에, 네덜란드, 그리고 영국의 군대가 수적으로 훨씬 많았다. 그러나 파죽지세로 들어오는 독일군의 예봉을 서유럽은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중립적 태도. 즉 서유럽의 민주주의를 지켜줄 최후의 보루마저 가시권에 들어와 있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처칠은 수상으로 취임한다. 하지만 보수당 내의 중진들은 물론 국왕마저 그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 2만5000명이 전사한 갈리폴리 전투, 인도 정책, 러시아 내전, 그리고 금본위제도에 대한 처칠의 판단은 모두 그의 실책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국왕과는 양위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어쩌면 처칠은 당시 영국의 핵심 코어그룹과 치명적인 적대적 관계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 음주문제는 그를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그가 수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히틀러에 대한 가장 객관적인 판단력이었다. 그는 나치의 제국주의적 공격성을 가감 없이 설파해온 거의 유일한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국왕은 이마저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는 말로 희화화한다.

하지만 처칠은 체임벌린 등 보수당 주류가 생각하고 있던 외교전에 회의적이었다. 참전 직전의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중재하는 외교적 해법으로 당시 상황을 타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선은 계속 밀려 프랑스의 됭케르크에는 30만 이상의 영국군이 사면초가의 신세가 돼 철수할 배를 기다리고 있지만, 독일의 진격은 멈추지 않았고, 미국의 루스벨트는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그런데 “술이 내게서 앗아간 것보다 내가 술로부터 얻은 것이 더 많다”고 한 처칠의 말처럼 술로 인해 나쁜 평판을 받게 됐지만, 영화 속 대사처럼 그는 술로 인해 젊음이 떠난 자리에 지혜가 남았던 것은 아닐까.

<다키스트 아워>에서 보여주는 영화의 미덕은 믿음과 설득이다. 처칠은 자신에 대한 반대세력의 험담에도 무너지지 않고 굳건하게 버텨냈으며, 끊임없이 설득해 낸다. 그리고 중립을 고수하던 미국의 참전을 끌어내면서 전쟁의 국면을 180도 바꿀 수 있었다. 그는 2차 대전의 승패를 가른 ‘동맹’ 관리에 성공해 결국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영화 <다키스트 아워>는 그런 점에서 그의 성공을 빛나게 만들어준 <파이니스트 아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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