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전제호 책임연구원

지난해 9월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가 최초로 국내에 출시됐다. 불과 11개월 만에 회원수 25만명을 돌파하고 누적 탑승횟수 60만건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세계 1위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할 정도로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시장은 급속 성장 중이다.

전동킥보드 관련 교통사고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3년간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동킥보드와 차량간 교통사고는 총 488건으로 2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중상해를 당했다.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출시 등으로 인해 지난 2016년 대비 교통사고는 약 5배 증가했고, 올해 1~5월에는 총 123건이 발생해 전년동기(72건) 대비 약 71% 증가했다. 사고 대부분은 이용자들의 부주의한 운전 행태(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도로에 진입 등)로 발생하다 보니 ‘킥라니(전동킥보드와 고라니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동킥보드 사고 영상(총 127건)을 분석한 결과 전동킥보드와 차량 간 교통사고는 전동킥보드의 역주행, 신호위반, 횡단 중 킥보드 탑승 등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교통법규 미 준수에 따른 사고 발생 빈도가 높았다.

특히 인도를 주행하다가 이면도로 접속구간 또는 주차장 진출입로를 횡단할 때 발생한 사고와 신호등이 없는 이면도로 교차로에서 서행하지 않은 채 통행하다 발생한 충돌사고가 각각 26%의 비중을 차지해 가장 많이 발생한 유형이었다.

도로교통법 상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다. 이에 인도나 자전거 도로를 통행할 수 없으며, 교차로 진입 전에는 반드시 서행해야 하나 이를 지키지 않은 채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위험한 운행 행태뿐만 아니라 낮은 안전모 착용률도 사고 피해 심도를 높이는 원인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안전모 착용이 필수지만, 사고영상 분석 결과 전체 사고의 약 87%는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발생했다.

전동킥보드는 구조상 자전거에 비해 바퀴가 작고 이용자의 무게중심이 높다. 급정거나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이용자가 쉽게 넘어져 두부와 안면부 상해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업체에서 안전모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필요한데 도난 이용자들의 외면 등 이유로 현실적으로 어렵다.

관련 제도 정비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동킥보드를 포함하는 개인형 이동장치의 정의와 주행 방법 등에 대해 규정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의 경우 이미 2017년 6월에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개인형 이동장치의 자전거 도로 주행을 허용하고 운전면허를 면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로교통법 개정은 과연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까. 다소 회의적이다. 오히려 교통사고가 더 증가할 수도 있는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이미 많은 이용자들이 안전을 생각해 차도보다는 인도나 자전거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사고 유형 가운데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유형이 인도를 통행하다 발생한 사고다. 인도나 자전거도로를 통행하다 이면도로 접속구간이나 차량 진출입로 등을 통과할 때 전동킥보드의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곧바로 진입하는 운행 행태가 가장 큰 사고 원인이다. 이용자의 이러한 운행 행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사고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둘째, 전동킥보드 운전면허를 면제할 경우 이용자가 청소년, 어린이까지 확대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발생하는 사고만 보더라도 20~30대 성인이 운전하는데도 불구하고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교통법규를 미준수하고 도로에 갑자기 진입하다 사고가 발생하는 등 위험한 운행 행태로 인해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교통안전에 대한 인식이 성인보다 부족한 청소년이나 어린이가 이용을 한다면 더욱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동킥보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용자 스스로가 안전하게 운행하는 이용문화 정착이 필수다.

전동킥보드는 단순한 놀이기구가 아닌 새로운 보조 교통수단이란 것을 인지해야 한다. 전동킥보드는 차량과 달리 돌발상황에서 급정지가 어렵고 안전장치 부재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면 크게 다칠 수 있다. 평소 안전모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이유다. 사고 위험이 높은 교차로나 차량 진출입로를 통과할 땐 반드시 진입 전 서행한 후 안전하게 통과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공로(公路)는 사람과 모든 교통수단이 다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다. 기본적인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 교통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전동킥보드 이용자뿐만 아니라 차량 운전자, 보행자 등 모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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