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대학교 법경찰학과 곽관훈 교수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시각은 현재를 보는 시선과 미래를 보는 시선이 함께 존재한다. 현재를 보는 시선은 700조원에 가까운 국민연금기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다. 미래를 생각하는 시선은 700조원에 이르는 그 기금이 2057년에 고갈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두 시선이 바라보는 것은 하나의 국민연금이며 따라서 현재와 미래를 함께 고려하는 시선이 필요하다.

국민연금기금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고려한다면 기금의 고갈을 막기 위해 현재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기본방향이 돼야 한다. 즉,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운영해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행사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의결권행사는 자산운용의 일부분이다. 국민연금의 자산운용은   최종수익자인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국민은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있으며 따라서 국민연금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국민의 이익은 노후소득보장이다. 적립식 구조인 국민연금이 지속가능한 국민의 노후소득보장을 하기 위해서는 적립돼 있는 기금이 계속 유지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로 설계된 우리 국민연금은 출발 당시부터 기금고갈이 예정돼 있었다. 기금고갈을 막기 위해 안정성과 수익성에 대한 고려가 기금운용의 기본방향이 돼야 했다. 이러한 점은 국민연금법에서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의 판례에서도 명확하게 제시된다.

최근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는 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 국민연금기금은 보유한 주식에 대한 적극적 의결권행사를 위해 작년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고 최근에는 ‘경영참여 목적 주주권행사 가이드라인’의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주주이고 주주로서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경우 자산의 소유자와 의결권을 행사하는 자가 다른 기관투자자라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는 자기 책임하에 투자판단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온전히 자신이 부담한다. 그러나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경우 의결권행사를 판단하는 기금운영자는 아무런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 

실제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를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들은 투자전문가가 아니다. 따라서 지금의 의결권행사가 기업의 이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국민연금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판단하지 못한다. 즉, 국민연금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고려한 의결권행사가 이뤄지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그 판단이 잘못된 경우라 해도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

기업 경영진은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며 어려운 판단을 하고 있다. 그 판단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본인과 기업이 부담한다. 그 기업의 판단에 대해 주주로서 적극 참여하고 관여하겠다는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와 경영참여 목적 주주권행사 가이드라인의 주된 목적이다. 

기관투자자인 주주가 일정한 원칙을 가지고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국민연금기금의 지배구조이다. 현재와 같이 투자전문가가 아닌 공익대표나 이익단체 대표로 구성된 지배구조 하에서는 그 결정에 대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또한 투자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의결권행사가 국민연금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는 자칫 정치적 판단에 따른 의결권행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투자전문가들의 판단에 의해 이뤄져야 하며 그 판단에 대해 철저하게 책임지는 지배구조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지배구조를 먼저 구축한 후 적극적인 의결권행사를 추진하는 것이 옳은 순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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