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11일 농협은행 시리즈펀드 제재 의결예정
법률 소급적용 따른 시장 위축 우려…금융권 술렁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공모 규제 회피를 위해 비슷한 펀드를 쪼개 파는 일명 ‘시리즈펀드’ 수법에 대한 금융당국 제재 의결을 앞두고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대규모 원금손실이 발생한 ‘DLF사태’를 계기로 펀드 판매사에 대한 감시 및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한편, 법적 근거가 모호한 사안으로 펀드 판매사에 무리한 제재가 가해지면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충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모펀드 규제 위반에 대한 NH농협은행 제재안이 오는 11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와 금융위 의결을 통해 확정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농협은행의 시리즈펀드 판매 과정 중 증권신고서 미제출 혐의에 대해 100억원 규모의 과징금 제재를 부과하는 안건을 올린 바 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농협은행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아람운용에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의 펀드를 주문 제작한 뒤 이를 사모펀드로 나눠 판매했고, 금감원은 이를 두고 공모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서라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문제가 된 펀드가 OEM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농협은행을 펀드 주선인으로 보고, 주선인이 행해야 하는 증권신고서 제출 등 공시의무를 지지 않았다고 결론 냈다.

증선위는 지난달 27일 해당 안건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정을 보류한 바 있다. 자본시장조사심의위에서 지난달 5일 현행법상 농협은행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기 어렵다고 결정했던 점을 고려한다면 이례적이다. 증선위는 통상적으로 금융위 자문기구의 결정을 준용해왔다.

증선위는 이번 의결이 추후 진행될 DLF 사태 판매사 제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더욱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모습이다.

증선위의 농협은행 제재안 논의 쟁점은 증권신고서 제출의무 위반 규정 적용 시점이 될 전망이다.

금감원이 지적한 농협은행 위반 사항은 일명 ‘미래에셋방지법’으로 일컬어지는 공모회피 방지법에 관련된 것으로,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됐다. 농협은행이 문제가 된 펀드를 판매한 것은 법 시행 전으로, 과거 행위를 현재 규정으로 소급적용하는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금융위 산하 법령해석위원회와 자조심의위가 펀드 판매사 제재가 어렵다고 판단했을 만큼 법적 근거가 모호하고 소급적용 논란까지 있어 업권 내에서도 설왕설래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법한 관행과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해치는 일은 지적하고, 제재돼야 한다”면서도 “금융당국의 정책은 제재를 위한 제재가 아닌, 예측가능성을 바탕으로 사전예방이 주된 목적이어야 한다. 과거 명확한 법규와 선례가 없어 예측가능성이 없었던 점이 배제된 채 내려지는 과도한 제재는 금융당국의 신뢰도를 저하시키고 오히려 금융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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