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부서 시험 사업 넘어 전행 확산 추진
업무 생산성 높이고 ROI 상승 효과 기대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은행권 금융혁신의 단초 역할을 하는 RPA(로봇 자동화) 사업이 내년에도 가속 패달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RPA는 단순 반복 업무를 사람 대신 로봇 소프트웨어가 처리해주는 자동화 기술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은 주 40시간 근무제 도입과 맞물려 업무 효율 확대를 위한 RPA 고도화 사업에 분주하다. 은행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RPA를 개념검증(PoC) 개념으로 도입해 사업을 진행해왔으나, 올해부터 속속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전사 확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RPA 부문에서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은행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4대 은행 중 가장 늦게 RPA를 도입했지만 현재 3차 프로젝트까지 진행해 38개 과제에 대해 연간 40.8만 시간을 절약했으며, 146대의 로봇과 함께 일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1월 내부망과 계정계 중심의 9개 과제를 발굴해 RPA 성공 경험을 확보했다. 이후 영업점 중심으로 13개 과제를 자동화하고 현재는 전사 차원에서 16개의 과제를 발굴해 프로세스 혁신(PI)이라는 작업과 병행하며 RPA 3차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자동화 대상이 되는 업무를 평가할 수 있는 항목과 우선순위 과제 기준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RPA를 확산할 수 있었다는 게 하나은행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ROI가 떨어지는 업무 영역이나 컴플라이언스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업무는 RPA 적용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월별 작업량이 높고 예외사항 발생 빈도가 낮은 업무는 우선 과제가 된다.

신한은행은 최근 ‘RPA 에코 프로젝트' 사업에 착수하며 RPA 3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번 프로젝트엔 자동화 업무 영역을 21개 부서의 44개 과제로 확대했을 뿐 아니라 AI를 접목한 비정형 문서처리 작업도 포함됐다. 단순 규칙 기반(Rule)의 반복적인 업무의 자동화 개념에 AI 기술과 광학문자인식(OCR)을 더해 사람의 인지능력이 필요한 복잡한 업무에까지 자동화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초 ‘RPA 원(ONE)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총 6개 부서 13개 프로세스에 대해 RPA 적용을 마무리했다. 이후 2단계 사업을 통해 10개 부서 15개 과제를 중심으로 RPA 적용을 완료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RPA 도입을 통해 향후 5년간 최소 65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기업여신 업무에 RPA를 개념검증한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가계여신 등 영업점 업무 위주로 확대했다. 연말까지 예적금 만기 안내, 퇴직연금수수료 납부 안내 등 고객 접점 업무에 RPA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RPA 도입으로 업무별 평균 자동화 비중을 80%까지 높일 수 있으며, 기존 업무시간을 최대 64%까지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7년 초부터 ‘머신러닝(ML)기반 기업여신 자동심사’에 RPA 모델을 도입하고, 43개 은행 업무에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 5∼9월 RPA 고도화 및 전행 확산을 위한 컨설팅을 마치고 RPA를 전사 업무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혁신추진부가 영업점을 포함한 본부 부서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컨설팅 내용을 참고해 자동화 업무 발굴을 진행하고 있다.

RPA가 은행의 기대만큼 성과를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란 초기 우려와 달리 구체적 성과와 높은 투자대비효과(ROI)를 가져다주면서 RPA 고도화는 전 금융사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필수 과제로 꼽히고 있다.

딜로이트 컨설팅의 글로벌 RPA 조사에 따르면 53%의 기업이 RPA를 채택했고, 채택한 기업의 78%는 향후 3년 안에 추가로 RPA를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RPA 투자 이후 1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했으며 RPA는 컴플라이언스 개선(92%), 품질 및 정확도 개선(90%), 생산성 향상(86%), 비용 절감(59%) 등 다양한 부분에 걸쳐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RPA 담당 직원은 “초기에는 현업 부서의 공감대나 참여를 끌어내는 부분이 어려웠으나, 주 52시간을 넘어 40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있어 개발 부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원들이 RPA에 대한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자동화에 임하고 있다”라며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가 많은 업무 특성상 내년 은행의 RPA 고도화 사업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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