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 악화 따른 문책성 인사 관측
순익중심 경영 위해 시장경쟁도 축소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손해율 비상에 메리츠화재가 장기보험 임원의 물갈이 인사를 예고하고 있다. 내년부터 이뤄질 본격적인 손익 중심 경영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올해 말까지 임기가 남은 상품 및 장기전략, 계리 등 장기보험 관련 임원 3명을 일괄 교체 예정이다.

업계는 이번 조치를 장기 보장성보험의 손해율(거둔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 악화에 따른 문책성 인사로 해석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3분기 말(보유보험료 기준) 92.0%의 손해율을 기록하며 지난해 말 85.8% 대비 6.2%포인트 악화됐다. 지난 2017년 말에도 86.4%의 손해율을 기록하는 등 타사 대비 양호한 손해율을 보였지만 올해 유독 악화됐다.

특히 근접사고 발생에 따른 초년도손해율(신계약 이후 1년차 손해율) 관리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접사고란 통상 새로운 보험계약 체결 이후 3개월 내 보험금 지급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실손의료보험으로 인한 장기보험 위험손해율 악화는 올해 모든 손해보험사의 고민이다. 그러나 초년도손해율 악화는 최근 매출 증대를 위해 이어진 인수기준 완화 기조가 원인이 된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초년도손해율은 30~40%가 통상적이지만 올해 메리츠화재는 50%를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초년도 손해율이 악화되면 향후 손해율을 장담하기 힘들다. 받지 말아야 할 계약자를 받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메리츠화재의 이번 결정은 상품전략실 산하의 ‘장기 리스크센싱’ 파트를 신설한 이후 첫 임원인사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2016년 리스크관리책임자(CRO)에 삼성증권 출신의 장원재 부사장을 임명하고, 올해 초에는 장기전략파트에 한국투자증권·NH아문디자산운용 출신의 김병규 상무를 영입하는 등 손해율 관리에 공을 들여왔다.

장기보험 상품의 개발단계부터 손해율, 인수심사 등 전 영역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목표로 퀀트 인력 영입에 나서온 것이다. 과거의 손해율이 아닌 데이터를 통한 손해율 예측에 나서기 위함이었다.

메리츠화재는 손해율 관리와 함께 내년도 장기보장성보험에서 타사와의 매출 경쟁을 지양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순익 중심 경영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모집채널의 신규 계약을 줄이면 사업비 상각 규모도 줄어들어 장부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매출 목표를 낮추고 손해율 개선을 꾀하는 건 순익 측면에선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도 “다만 매출이 줄면 그만큼 계속보험료 수입도 줄어든다. 과거 판매한 계약의 보험금 지급이 늘어날 경우 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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