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DB·KB 내년초 UBI특약서 주행이력기준 상향
반년 내 500km→최대 3천km 주행해야 할인가능
점수 채우려 가입·해지 반복, 버스에서 티맵켜기도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때 내비게이션 앱 ‘티맵’ 점수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운전습관연계(UBI) 특약의 가입 기준을 높인다.

점수를 잘 받기 위해 가입과 탈퇴를 반복하거나, 장거리 버스에 탑승해 티맵만 켜놓는 얌체 운전자들 때문에 안전운전자에게 돌아갈 할인혜택이 줄어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삼성화재,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3개 손보사는 UBI 특약 내 안전운전 점수를 받기 위한 주행이력 기준을 늘리기로 했다.

UBI특약이란 운전자의 운전습관을 파악한 뒤 자동차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상품이다. 티맵의 운전습관 서비스가 GPS 정보를 통해 매긴 운전자의 안전운전 점수가 보험사의 기준을 넘으면 보험료를 깎아준다. 점수를 매기는 항목은 과속, 급가속, 급감속 세 가지다.

DB손보와 KB손보는 각각 내년 1월 11일, 12일 책임개시일 시점부터 기존 ‘6개월 내 500km’였던 최소 주행거리 기준을 누적 1000km 이상으로 확대한다. 

DB손보는 UBI 특약 가입 이후 6개월 내 주행거리 1000km 이상을 달성하고, 안전운전 점수를 61점 이상 받아야 최대 11%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KB손보는 가입 시점 이후 6개월 내 500km를 달성하고, 1000km 주행해 받은 안전운전 점수가 65점 이상이어야 보험료 10%를 할인해주기로 했다.

삼성화재는 내년 2월 1일 책임개시일 시점부터 누적 주행거리 기준을 3000km로 늘릴 계획이다. 가입시점 이후 6개월 내 500km를 달성해야 하고, 운전자의 전체 주행거리는 3000km 이상이어야 한다. 안전운전 점수는 71점 이상을 달성해야 보험료 5% 할인이 적용된다. 

달성해야 할 운행거리가 늘어난 건 기존 500km 달성 기준이 운전자의 안전운전 습관을 평가할 수 있는 변별력을 갖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이나 장거리 운행구간에 티맵을 켜두고 운행거리만 채우거나 500km만 조심해서 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안전운점 점수가 미달할 경우 탈퇴하고 다시 가입하거나 고속도로에서 정속 운전 시에만 티맵을 켜놓는 등 보험료 할인을 받기 위한 각종 수법도 공유되고 있다.

당초 UBI 특약은 안전운전 습관을 가진 운전자들에게 보험료를 할인해준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상품이다. 보험사는 안전운전자를 확보해 손해율을 줄이고, 운전자는 그만큼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어 서로 이익이다.

그러나 안전운전 점수를 우회적으로 높이는 방식이 퍼지면서 올해 손보사들은 안전운전 점수기준을 상향하는 등 사실상 보험료 할인 폭을 줄이기도 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UBI 특약을 만든 이유는 꾸준히 안전운전 하는 운전자에게 보험료를 할인해주기 위함”이라며 “주행이력 기준을 변별력을 가질 수 있는 수준까지 늘리지 않으면 안전운전자에 대한 보험료 할인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가입 조건을 변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에서 발생하는 적자가 심해지면서 보험료 할인 특약의 대상을 줄이려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올해 자동차보험 누적 손실액은 1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손보사들은 내년도 10% 내외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소비자 부담 등을 감안해 5% 수준의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시작도 안한 제도개선 영향에 따른 1.2% 인하 효과를 선반영해 3.8% 안팎에서의 조절을 권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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