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자녀 영업 시 年 최대 710만원 시책 지급
매각 앞두고 가족영업으로 신규계약 늘리나 촉각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ABL생명이 전속설계사가 가족을 설계사로 데려올 경우 첫해 최대 710만원을 추가 수당으로 지급하는 파격 인센티브 제도를 내걸었다.

잠재적 매각 후보군인 ABL생명이 설계사의 가족 및 지인을 활용해 신규 매출을 급격히 늘리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족영업은 당장 신규계약을 늘릴 수 있지만 계약의 건전성이나 설계사의 정착률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BL생명은 전속설계사 조직의 리쿠르팅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점당 신입설계사 1명을 데려오면 최대 450만원을 지급하는 인센티브(시책) 제도를 시행한다.

신입설계사가 입사 후 보험판매를 통해 연간 120만원 이상의 모집수수료(보험판매를 대가로 받는 수당)를 받으면 본사에서 위촉 후 3개월간 100만원, 150만원, 200만원을 추가로 얹어준다.

특히 설계사의 배우자나 아들, 손자 등 가족을 설계사로 모집하면 인센티브를 더 얹어주는 구조가 눈에 띈다.

가족이 신입설계사로 입사해 연간 72만원(월 6만원) 이상의 모집수수료만 벌면, 이들에게 13개월동안 매월 최대 20만원의 인센티브을 추가로 지급한다. 대상은 설계사의 배우자, 직계비속 및 그 배우자, 형제자매 등이다. 1959년생 이전 출생자는 제외다.

즉, 신입설계사를 데려오면 450만원, 가족일 경우 710만원의 시책을 모집수수료 외에도 추가로 지급하겠단 의미다. 

처음 3개월간은 보험판매로 약 10만원의 모집수수료만 받아도 최소 월 200만원 이상의 추가 소득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지점마다 설계사 확충에 따른 추가 인센티브 제도까지 신설했다. 

소액의 보장성보험 한두 건만 팔아도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달성 기준이 낮다보니 업계는 사실상 설계사 가족을 이용해 신규 매출을 늘리려는 인센티브 제도라고 지적한다.

그간 보험사들은 암묵적으로 가족을 이용한 보험영업을 부추겨왔다. 설계사가 새로 입사한 뒤 가장 쉽게 접근해 보험을 판매할 수 있고 각종 민원이나 청약철회, 불완전판매율, 보험계약유지율 등 보험계약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측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일수록 불완전판매에도 민원을 넣거나 쉽게 해지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한다.

ABL생명이 매각에 앞서 보유 계약을 급격히 불리기 위해 전속설계사의 가족까지 동원한다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ABL생명은 중국 안방보험이 동양생명과 함께 인수한 보험사다. 그러나 중국정부가 지난해 안방보험의 위탁경영에 나서면서 해외자산을 급격히 매각 중이다.

이를 두고 ABL생명과 동양생명은 꾸준히 잠재적 매물 후보로 거론돼 왔다. 실제 중국정부의 위탁경영 기한은 내년 2월까지다. 매각에 고삐를 죄야 할 시기인 셈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영업조직에 가족을 모집하는 건 보험사에서 ‘가업승계’ 등으로 포장해왔지만 사상 가족, 지인 등을 대상으로 보험영업을 해오란 뜻”이라며 “문제는 가족영업이 한계가 있다. 설계사의 정착률이 나쁜 이유도 당장 인센티브 때문에 보험영업에 뛰어들었다가 포기하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BL생명 관계자는 “새 인센티브 제도는 젊은 설계사를 영입하기 위한 취지로 가장 먼저 리크루팅 할 수 있는 첫 단계가 가족이라 판단해 진행하는 것”이라며 “신규 매출을 급격히 늘리려는 목적과 무관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ABL생명은 국내서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다음으로 오래된 생명보험사인 제일생명(1954년 설립)이 전신이다. 업력이 오래된 만큼 전속설계사 채널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보험사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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