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윤 2년차, 조직도 직급도 ‘슬림화’
주간사 확대 통한 순익중심 성장 도모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장기인(人)보험 1위 달성의 DNA가 기업보험에서도 작용할까.

최석윤 메리츠화재 기업보험 총괄사장<사진>이 취임 2년차에 돌입했다. 그는 지난해 8명의 외부전문가를 임원으로 영입하고, 소팀제 실험을 통해 젊은 리더를 육성했다. 올해는 조직 구성을 슬림화하고 임원 직급을 한 단계씩 낮췄다. 계급장 떼고 상위사와 붙어보겠단 전략이다.빅4의 아성을 깨기 위한 준비를 마친 메리츠화재는 올해 기업보험 시장에서 순익 중심의 ‘퀀텀 점프(Quantum jump)’를 목표하고 있다.

전문성·효율화 강조한 조직 슬림화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올해 초 3부문, 7본부, 23개 영업부로 구성된 기업보험 총괄조직을 3본부 체제로 개편했다.

3개 부문은 3개 본부로, 기존 본부조직 내 23개 소팀제 영업부는 10개의 대팀제 영업부로 바꿨다. 부문-본부-영업부로 구성된 3층 조직에서 중간 단계를 축소, 조직 효율화를 통한 빠른 의사결정을 도모하려는 목적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부문장은 본부장으로 직급을 한 단계 낮췄다. 기업보험 시장서 ‘만년 5위’인 메리츠화재가 단숨에 상위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직급에 대한 자존심보다는 빠른 행동력을 우선해야 한다는 최 사장의 방침이 반영된 결과다.

기존 소팀제 운영도 최 사장이 추진한 젊은 팀장급 리더 육성 방안이었다. 상위 직급부터 하위 직급까지 개인별 역량에 의존했던 기존 기업보험 영업에서 탈피, 전문성을 강화한 소팀 체제는 팀 단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초석이 됐다.

새로 추진하는 대팀제는 소팀 단위에서 키운 경쟁력을 본격적으로 시장에 선보이기 위한 조치다. 전문성을 갖춘 리더들을 한데모아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시장상황에 맞는 유연한 대응을 펼치라는 주문을 한 것이다.

부문별로 이뤄졌던 산업별 영업전문가 양성은 본부에서도 지속한다. 기업영업 1본부는 공기업이나 사회간접시설(SOC), 대기업, 에너지, 석유 등을 담당한다. 2본부는 휴대폰, 반도체, 협회 단체 등 신시장 중심이다. 3본부는 중개법인(대리점)을 통한 중소기업 물건 확보에 주력한다.

기업보험 1등, ‘주간사’ 확보 필수

삼성화재나 현대해상 등과 달리 그룹 계열사를 밑천으로 한 매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메리츠화재 입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서는 ‘논 캡티브(Non-Captive:외부 시장)’ 영업 확대가 필수조건이다.

담보해야 할 위험이 매우 큰 기업보험은 보험사 한 곳이 위험을 인수하기보다 주로 보험사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인수를 진행한다. 통상적으로 가장 많은 위험을 담보하는 주간사는 상위 4개사가 맡고, 주간사 밑의 보험사들이 나머지를 나눠 갖는다.

국내 기업보험 시장이 삼성·현대·DB·KB 등 빅4가 약 60%의 시장을 나눠 갖는 구조로 고착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됐다. 최 사장은 7%대 점유율을 가진 메리츠화재가 상위사와 경쟁하는 수준까지 뛰어오르려면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한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봤다.

지난해부터 글로벌IB와 세계적 보험중개회사 출신의 외부전문가를 대거 영입한 이유다. 글로벌 보험중개인 마쉬(Marsh)·에이온(AON)·윌리스(Willis) 출신의 구경태 전무, 박홍기 이사, 노선호 이사 등이나 JP모건·바클레이스캐피털 등을 거친 송재호 전무, 전 ING증권 출신의 임성환 상무 등이 대표적이다. 논 캡티브 시장에서 상위사와 경쟁을 위해 1등 DNA를 심어둔 것이다.

손해율 축소 통한 순익확대 숙제

지난해 메리츠화재 기업보험부문은 전년대비 456억원 축소된 102억원(세전이익)을 기록했다, 태풍 등 고액사고가 늘면서 손해율이 74.8%로 전년대비 11.3%포인트 상승한 영향이다. 최 사장 부임 전 기업보험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언더라이팅으로 계약을 확대하면서 손실이 이어진 영향도 있다.

다만 매출은 전년대비 3%대 성장으로 시장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메리츠화재는 기업보험부문에서 손익 중심의 체질개선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상품과 손해사정 기능을 하나로 합친 것도 사고발생이 적은 우량물건 위주의 영업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메리츠화재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상품·리스크매니지먼트·언더라이팅 기능을 담당하는 일반보험팀과 재물·해상·특종 등의 손해사정을 담당하는 일반손해사정팀을 하나로 통합했다. 상품과 손해사정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손익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 영입으로 주간사 경쟁력을 갖춘 임원진을 구축했고, 지난 1년간 소팀제 운영으로 팀단위 경쟁력도 확보했다”라며 “수평적 조직, 슬림한 의사결정 단계를 통해 기업보험 시장의 변화와 혁신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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