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 여건 악화…“MBS 보다 메리트 적어”
활성화 위해선 예수금 인정한도 상향해야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의 신(新)예대율 규제를 맞추는데 핵심 역할을 했던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발행이 올해는 주춤할 전망이다. 

조달 여건이 나빠진 데다 투자자수요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해 커버드본드 발행 계획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커버드본드는 금융기관의 중장기자금 조달을 위해 보유 중인 우량자산 담보로 발행하는 일종의 담보부 채권이다. 

국제 신용등급이 높은 은행은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채 발행 대비 커버드본드 발행에 대한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해왔다. 

그러나 신예대율 규제 도입을 앞두고 은행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금융당국이 커버드본드 발행 장려 차원에서 원화예수금의 1% 내에 커버드본드 발행액을 예수금으로 간주해주고 있어서다.

신예대율 규제에 맞춰 예수금을 늘려야 했던 은행들은 커버드본드 발행을 대안으로 삼았고, 실제 지난해에는 신예대율 규제 대응을 위한 커버드본드 발행 붐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5월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2조1200억원) ▲SC제일은행(8000억원) ▲신한은행(5000억원) ▲우리은행 3000억원 등이 은행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커버드본드 발행에 따른 예수금 효과에 힘입어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신예대율은 평균 98%로 규제 기준치(100% 이하)를 아슬아슬하게 맞췄다.

예대율 기준을 꾸준히 맞추기 위해 은행들이 올해도 커버드본드 발행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먼저 최근 채권시장 흐름은 커버드본드 발행이 쏟아졌던 지난해 3분기와 달리 장·단기 금리차 확대로 수익률곡선(일드커브) 기울기가 가팔라지는(스티프닝) 흐름을 보이며 채권과 정기예금 간 금리차가 미미해졌다. 은행의 커버드본드 발행유인 중 하나인 금리 절감 효과가 크지 않은 셈이다.

한국자산평가에 따르면 지난주(2월 7~14일)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1.330%를, 5년물 수익률 1.457%, 10년물 수익률 1.665%를 기록해 국고채 10년~3년물 스프레드는 전 전주 대비 0.2bp(1bp=0.01%포인트) 확대된 32.7bp를 기록했다. 국민은행이 5000억원 규모의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한 지난해 5월 1주차(3~10일) 국고채 10년~3년물 스프레드가 15.5bp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게 벌어진 거다.

투자자풀이 좁다는 점도 한계다. 커버드본드는 은행채보다 금리가 낮은 대신 이중상환청구권으로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은행의 신용등급은 이미 최고 수준으로, 안전성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전제하에 금리가 낮은 상품은 투자자에게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안심전환대출 및 공급 확대에 따른 대규모 주택저당증권(MBS) 물량 공세, 은행채 발행 증가 등으로 채권시장 내 수급 불안 우려 역시 커진 상황이다.

그간 은행들의 커버드본드 발행 사례가 없다 보니 정확한 시장 수요 추정도 힘든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신한은행은 연내 커버드본드 발행 목표(1조원)를 채우지 못해 금융감독원에 연내 발행한도를 5000억원으로 축소하는 발행 계획 정정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커버드본드에 대해 연내 발행한도 신고물량의 80% 이상을 찍어내도록 지도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커버드본드는 낮은 금리로 장기적 자금조달이 가능한 방법 중 하나지만, 은행채와 MBS를 대체할 정도로 메리트 있진 않다”며 “금융당국도 커버드본드 활성화를 위해 예대율 산정 시 커버드본드 잔액의 원화예수금 인정 한도를 상향조정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확답이 없다. 은행권의 조달 행렬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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