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대비 해외투자 한도 20→50% 규제완화 요구하고
자사 변액보험계약자 해외투자 비중은 1~4%에 그쳐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일반계정 해외투자자산 비중 29.3%, 변액보험 계약자 해외투자비중 1.8%’

한 대형 생명보험사의 이야기다. 해외자산 투자를 늘려 수익 확보에 목매는 생명보험사들이 정작 자사 변액보험 계약자의 해외투자에는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생명보험협회 변액보험 공시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한화생명의 변액보험 총자산은 15조6118억원으로 이 가운데 변액보험 가입자가 해외 및 국내외 투자를 선택한 비중은 1.8%(2868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변액보험 자산을 보유한 22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가장 적은 비중이다. 교보생명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전체 변액보험 자산 15조218억원 가운데 4.8%(7256억원)만 해외투자가 이뤄졌다.

변액보험 총자산 상위 6개사(삼성·한화·교보·미래에셋·메트라이프·오렌지라이프)만 놓고 보면 해외투자자산 비중이 한자리수를 보이는 곳은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유일하다.

이들 상위 6개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계약자들의 해외투자 비중이 가장 높았다. 총 10조8788억원 가운데 68.5%(7조4504억원)가 해외자산에 투자됐다.

뒤이어 △메트라이프생명이 전체 9조8637억원 가운데 18.6%(1조8352억원) △오렌지라이프생명 5조138억원 가운데 16.7%(8348억원) △삼성생명 29조1680억원 가운데 11.9%(3조4829억원) 순이다.

변액보험 계약자들이 해외투자 비중을 높인다 해서 당장 수익률이 높아진다고 볼 수는 없다.

문제는 이들 생보사가 저금리에 투자수익률을 높이고자 해외자산 투자에 목매는 상황이란 점이다. 보험사는 특정 보험계약의 손익을 구분하기 위해 자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일반계정과 특별계정으로 분리해 운영한다.

일반계정이나 변액보험을 제외한 특별계정의 경우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일정 금리를 약속하고, 그 이상의 운용수익률을 달성하면 이익이 나는 구조다.

반대로 변액보험은 가입자가 자산운용에 대한 책임을 진다. 보험사들이 투자 책임이 본인에게 있는 변액보험 가입자들의 수익관리에만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소위 빅3 생보사의 일반계정 운용자산 대비 해외투자 비중은 20% 초반에서 30% 가까이 육박하고 있다. 회사의 수익을 늘리기 위해 해외투자를 확대한 결과다.

여기에 ‘해외투자한도 완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도 추진되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보험사가 해외 통화·증권·파생상품 등에 투자할 때 일반계정은 총 자산의 30%, 특별계정은 20%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를 각각 50%까지 상향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저금리의 장기화로 생보사 모두 역마진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는 규제 완화는 꼭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보험사의 운용수익만 챙기느라 정작 자사 변액보험 가입자의 해외투자 관리에 소홀했던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3분기 기준 변액보험 펀드의 직전 1년 수익률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국내투자는 -0.42%로 손실을 냈지만 해외투자와 국내외투자는 각각 4.61%, 3.6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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