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김상훈 선임연구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2월 하순부터 전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OPEC+ 회의 이후 국제유가마저 불안한 양상이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기술적 침체 (전기대비 성장률이 두 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 가능성도 높아졌다.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발 판데믹 공포에 전세계 수요와 공급이 모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조금씩 조업을 재개하고 있지만 이미 글로벌 공급 사슬에 미친 충격은 고스란히 각 국에 전해지고 있다. 주요국 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부진이 이를 반증한다.
 
치료제와 백신 부재로 소비 역시 위축될 전망이다. 특히 여행과 숙박 부문에서의 피해가 막심하다. 문제는 이 피해가 최소 4월까지는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중국과 한국의 확진자 증가율이 정점을 지나 5%대 미만까지 떨어진 기간을 감안해볼 때 유럽과 미국도 4~5월까지는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중국처럼 전국 봉쇄령을 발동했고 미국도 캘리포니아와 뉴욕, 뉴저지 등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했다. 올해 고점 대비로는 50% 이상 하락한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요 부족으로 시장은 감산 합의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OPEC+ 회의에서 러시아가 끝내 감산 합의에 반대했고 사우디도 증산 계획을 밝히며 치킨게임을 시사하면서 시장에 실망감을 안겨준 것이다.
 
사우디 아람코는 아시아에 수출하는 주요 원유의 4월 공식판매가격 (OSP)을 이례적으로 6달러 가량 할인했다. 물론 저유가는 단가 하락과 소비 측면에 긍정적 재료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하이일드 에너지 기업들의 이익과 신용 위험에 직격타로 작용한다. 미국 내 셰일업체 손익분기점이 30달러 대 임을 감안할 때 현 레벨에서의 유가 하락은 기업 디폴트의 시발점이 될 수 있겠다.
 
과거 전세계 유행했던 전염병 경험과 현재 코로나19의 파급력을 감안할 때 글로벌 경기는 분명 악재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전염병 지속 기간을 고려해보면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따라서 상반기 중 중앙은행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연초 글로벌 경기선행지수는 반등에 성공했다. 만약 코로나가 하반기에 진정된다는 가정 하에 연초 펀더멘털로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반기 중 금융위기로의 확산을 제어해야 한다.
 
또한 향후 반등을 위한 기초체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결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을 통한 신용위험 완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연준은 이미 3월 정례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긴급 회의를 소집해 50bp 인하를 단행했다. 더불어 레포 시장에서의 익일물과 기간물 공급 한도도 상향 조정했다.
 
G7 공조가 약속된 만큼 상반기 중 글로벌 중앙은행의 완화 공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은 가계 총 자산 중 주식 관련 비중이 30%에 달하며 중국발 공급 중단에 따른 부동산 시장 위축과 셰일기업 신용 위험으로 인해 연준 역시 상반기 추가 50bp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역시 4월 금통위에서 한 차례 인하가 예상된다. 다만 주요국 대비 코로나 확산이 진정된 점과 양호한 재정건전성, 미미한 부동산 정책 효과 등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를 제로 영역까지 빠르게 인하할 가능성은 낮겠다. 정부의 추경 편성과 한은의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상향 등의 대책을 통해 코로나 피해를 지원할 것이다.
 
국내외 채권시장은 코로나 확산과 유가 급락 등에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방향성은 코로나진정 여부에 달려있다. 다만 유럽과 미국에서 지역감염 여부를 단정짓기 어려운 상황에서 뚜렷한 진정 신호가 나타나지 않는 한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가 급전환 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물론 미국은 장기물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단숨에 경신해 레벨 부담은 있으나 인플레이션을 목표치까지 올리기 위한 제로금리 정책은 장기적으로 동반될 가능성이 높겠다. 따라서 차익실현 매물 출회에 따른 금리 반등 시 분할 매수 대응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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