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DLF·라임 사태 등 대형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며, 국내 금융사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 신뢰 추락이다. 불완전판매부터 시작해 사기계약까지 금융소비자와 금융사 사이에 놓인 분쟁도 다양하다. 은행, 증권사 등 금융사들은 리스크 관리와 소비자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 허들을 키우고 전문성 있는 독립 CCO를 선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 ‘인사는 만사’ 위험관리 전문가 영입

리스크 관리의 핵심은 ‘사람’이다. 계량 모형에 기반을 둔 리스크 관리로 커버할 수 없는 사각지대의 위험은 정성적 평가, 즉 사람의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은행의 리스크 컨트롤타워 수장은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와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가 역할을 수행한다. CRO는 전사적으로 개별 기업이 처할 수 있는 위기를 전담하고 그 대응책을 모색하는 최고위 경영층이다. 

지난해 하반기 해외금리연계 파생금융상품(DLF)과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를 호되게 겪은 은행들은 올해 임원인사에서 CRO에 큰 힘을 실었다.

우리은행은 CRO 자리에 전상욱 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상무를 선임했다. 

전 CRO는 한국은행에서 7년간 통화금융정책 관련 업무를 담당했으며 아더앤더슨와 베어링포인트, 에이티커니, 프로티비티 등 전문기관에서 기업 리스크 관리에 필요한 모델을 개발하거나 리스크 관리에 필요한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계열사에 있던 리스크 관리 전문가를 은행으로 영입했다. 국민은행의 최철수 CRO는 기존 KB생명보험 경영기획본부장을 맡다가 올해 은행으로 돌아왔다.

최 CRO는 은행과 지주사의 리스크관리부장을 역임해 온 그룹 내 리스크관리 최고 전문가다. 지난 2015년 국민은행 리스크관리부장을 거쳐 2017년에는 KB금융지주 리스크관리부장을 맡았다.

신한은행의 CRO는 기존 신한금융지주 부사장보였던 김임근 부행장보가 맡고 있다. 지난 2009년 신용리스크부장을 시작으로 신한금융지주 상무를 거쳐 지난 2019년 부사장보로 승진한 그는 올해 은행으로 돌아오면서 CRO 자리에 올랐다.

하나은행은 7년 연속 은행과 하나금융지주의 CRO를 맡고 있는 리스크관리 베테랑 황효상 부행장이 자리하고 있다. 황 CRO는 구 외환은행에 입행한 뒤 여신심사부, 신용기획부, 전략기획부 등을 거치면서 리스크 관리 관련 경험을 쌓았다. 지난 2014년 1월 외환은행 리스크관리그룹장(상무)에 선임된 이후 같은 해 2월부터 하나금융지주 CRO까지 겸임하기 시작했다.

고객 관련 이슈들을 전담하고 책임지는 은행 CCO들의 역할 강화도 눈에 띈다.

금융사의 소비자보호 책임 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에 따라 자산규모가 10조원 이상이면서 과거 3년 평균 민원건수 비중이 해당 권역 내 4% 이상인 금융사는 독립 CCO를 선임해야 한다.

이에 은행들은 소비자보호 관련 조직을 개편하고 그간 경영기획이나 홍보 등을 겸직하던 CCO를 새롭게 선임했다.

신한은행은 ‘소비자보호그룹’을 새로 만들고 박현준 부행장보를 선임했다. 기존에는 안효열 상무가 경영기획그룹 업무와 함께 CCO를 맡고 있었다.

KB국민은행도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 개정안을 반영해 소비자보호 전담본부를 신설했다. 이번 개편을 통해 브랜드ESG그룹 내 브랜드전략부, ESG기획부를 뒀고 소비자보호본부 내에 소비자보호부를 마련했다. 소비자보호를 총괄하는 CCO에는 명현식 상무가 새로 선임됐다.

하나은행은 기존에 독립 CCO를 맡아오던 백미경 소비자보호본부 전무가 계속해서 해당 업무를 맡는다. 

NH농협은행의 경우 기존 서윤성 준법감시인이 맡고 있었던 CCO를 소비자보호부장으로 분리했다. 강문철 소비자보호부장이 CCO를 맡았으며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의 권한 강화와 함께 기능을 확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급변하는 금융환경과 당국의 규제 강화, 소비자보호 관련 여론이 중요해지면서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더욱 신경쓰고 있다”며 “리스크 관리 조직은 겉으로 성과가 드러나지 않지만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해당 분야 전문가 영입과 자체적으로 인재를 육성하는데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상품 관리 강화로 불판 리스크 철퇴

은행들은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손상된 신뢰 회복을 위한 상품 리스크 관리 능력 강화에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상품 선정부터 판매,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더욱 촘촘하고, 공고하게 개편하는 식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 ‘투자상품 판매정지’라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해 눈길을 끈다. 이 제도는 펀드, 주가연계신탁(ELT) 등 투자상품을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영업점에 한 달간 투자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조치한다. 영업점에 상품 판매 한 달 정지는 치명적이다. 그만큼 강도 높게 투자상품 판매 현황을 점검하고 관리하겠다는 얘기다.

제도는 3단계로 이뤄졌다. 먼저 전체 영업점을 대상으로 1차 미스터리 쇼핑을 시행해 결과가 부진한 영업점을 선정한다. 이후 해당 영업점을 대상으로 2차 미스터리 쇼핑을 진행하고 2차 미스터리 쇼핑에서도 결과가 부진한 영업점은 최종적으로 ‘판매 정지 영업점’으로 선정된다.

‘판매 정지 영업점’의 투자상품 판매 담당 직원들은 투자상품 판매 절차 및 상품정보에 대한 교육을 다시 이수해야 한다.

하나은행은 투자상품서비스(IPS)본부 내에 투자전략부와 IPS부, 손님투자분석센터를 두고 사전·사후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리스크관리 역량을 강화하도록 했으며 지난 1월 투자상품 리콜제(책임판매제도)를 도입, 불완전판매로 인정되면 투자상품 원금을 배상한다.

우리은행도 이 같은 제도를 ‘고객철회제도’라는 이름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또 신탁연금그룹에 투자상품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그룹 직할 고객케어센터팀을 신설했다.

이밖에 은행들은 최근 핵심성과지표(KPI) 개편으로 고객에게 판매한 상품 사후관리가 세심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고객 수익률을 KPI에 확대 반영,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을 판매했는지 등을 평가할 방침이다. 상품 판매에만 급급하지 말고 꾸준히 고객을 관리하며 수익률을 챙기라는 의미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금융상품 판매 관련 일련의 과정들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 시스템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같은 작업을 통해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고객 수익률을 우선시하는 영업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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