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법과 부재료 따라 맥주만큼 다양한 술 만들어져
최근 복분자·토란·단수수 등 특산품 활용한 술 늘어

우리 술은 양조법과 누룩에 따라 다양한 술맛을 낼 수 있다. 여기에 파격적인 변신은 부재료에 의해 이뤄진다. 제철에 피는 꽃과 과일 등으로 무한 변신을 하는 것이 우리 술이다. 사진은 최근 출시되고 있는 부재료를 사용한 우리 술들이다. 왼쪽부터 서산꾸지뽕막걸리, 복단지(복분자), 고흥유자주, 시향가(토란), 예찬주럼(단수수)
우리 술은 양조법과 누룩에 따라 다양한 술맛을 낼 수 있다. 여기에 파격적인 변신은 부재료에 의해 이뤄진다. 제철에 피는 꽃과 과일 등으로 무한 변신을 하는 것이 우리 술이다. 사진은 최근 출시되고 있는 부재료를 사용한 우리 술들이다. 왼쪽부터 서산꾸지뽕막걸리, 복단지(복분자), 고흥유자주, 시향가(토란), 예찬주럼(단수수)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수제 맥주 붐이 일면서 국내에도 다양한 맥주가 있다는 것에 놀란 사람들이 많다.

예전엔 대기업에서 생산한 라거 스타일의 맥주만 즐기다가 홉으로 다양한 풍미를 더한 에일류의 맥주가 봇물 터지듯 출시되면서 이젠 맥주 한 잔을 주문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세상이 됐다.

그런데 맥주만큼 다양한 술을 가지고 있는 우리 술은 아직도 막걸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애타게 소비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술은 양조방법에 따라 발효주와 증류주로 크게 나눌 수 있으며, 발효주의 경우 덧술의 횟수와 누룩에 따라 맥주만큼 여러 스타일의 술을 만들 수 있다. 씨앗술에 해당하는 밑술도 쌀을 쪄내는 고두밥, 쌀가루를 내서 만드는 묽은 죽, 익반죽 그리고 구멍떡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밑술 방식의 차이는 알코올 도수와 술의 맑은 부분, 음용 시의 술의 질감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양조자는 자신이 계획하는 술의 밑그림에 맞춰 제조법을 미리 결정하고 술을 빚는다.

지금까지는 보통 이야기하는 물과 누룩, 그리고 쌀로 빚는 전형적인 우리 술 이야기였다. 여기에 함께 넣는 부재료에 따라 철마다 다른 술을 빚어낼 수 있는 것이 우리 술이다. 특히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부재료를 술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봄철의 진달래와 솔잎이다.

진달래를 넣은 술은 ‘두견주’라 불렀으며, 그중 충남의 면천두견주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로도 이름이 올라 있다.

이와 함께 솔잎이나 송순, 송홧가루 등의 소나무 부재료를 사용할 때는 송엽주, 송순주, 송절주, 송화주 등으로 들어가는 부재료를 이름에 붙였다. 여기에 제철에 피는 꽃이나 과일, 약재를 넣어 술을 빚어 국화주, 백화주, 연엽주, 구기자주, 포도주, 머루주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처럼 부재료를 통해 다양한 술맛을 내려는 경향은 요즘도 마찬가지다. 특산물을 이용해 각 지역의 특색을 술에 담가내려는 노력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복분자 : 대표적인 부재료 중 하나가 10여 년 전부터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는 복분자이다. 그런데 그동안의 복분자주는 전통방식으로 빚어진 발효주가 아니라 알코올 주정에 복분자를 넣어 침출한 술들이었다.

이에 따라 한때 가파르게 성장하던 복분자주 시장은 강한 단맛에 질린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더는 성장하지 못하고 지역의 특산주 정도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과하주 명가인 술아원에서 전통 복분자주를 출시했다. 알코올 도수 14도의 ‘복단지’가 바로 그것. 이 술은 막걸리를 빚든 술을 만들면서 복분자를 나중에 추가한 경우다. 술의 빛깔부터 진한 복분자다. 곡물의 단맛 정도만 느껴지는 술은 음용감이 뛰어나다. 전통주 스타일로 빚은 첫술로서 ‘복단지’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이밖에도 과실 발효주로 빚는 와이너리들이 포도주처럼 복분자만을 가지고 발효시킨 복분자와인을 출시하고 있으며 앞서 설명한 주정에 복분자청을 넣어 침출하고 있는 술은 여러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유자 : 유자는 노란 색깔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 술맛을 돋우는데 필수적인 시트러스 계열의 신맛까지 술과 잘 어울리는 부재료이다. 물론 유자는 감귤이나 오렌지만큼 달지는 않지만, 경제적으로 시트러스한 신맛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전남 녹동양조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고흥유자주’는 입소문으로 술맛이 널리 알려진 술 중 하나다. 과일에서 느낄 수 있는 시고 단 맛은 일반적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하다. 특히 유자차에 익숙한 사람들은 고흥유자주애서 유자차의 흔적도 느낄 수 있다.

토란 : 술의 부재료로서 토란은 낯설다. 하지만 곡성의 특산물답게 곡성의 신진 양조인이 토란으로 막걸리를 빚었다. 술도가의 이름은 ‘시향가’, 그곳에서 생산되는 술은 ‘시향가탁주’(알코올 도수 8도)다.

막걸리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부재료의 사용량은 20% 이내. 따라서 시향가는 이 범위에서 건조한 토란을 최대한 넣어 토란막걸리를 빚고 있다. 토란의 물성은 사실 무색무취. 그런데 술에선 마지막에 꿀향이 다가온다. 지역 특산물을 사용한 특별한 막걸리라고 할 수 있을 듯싶다.

수수 : 수수도 우리나라에서는 술의 재료로 익숙하지 않은 식물이다. 물론 중남미에선 럼의 주재료이다. 설탕을 만들기 위해 사탕수수의 단즙을 짜고 남은 당밀을 가지고 발효한 뒤 중류한 술.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술이 국내에서도 최근 출시됐다.

경북 예천의 착한농부양조장이 바로 그곳. 착한농부에선 예천지역에서 나는 단수수로 ‘럼’을 만들고 있다. 살구향과 단맛은 인위적이지만 젊은 소비자들이 즐기는 하이볼용 밑술로 충분한 가능성이 보이는 술이다.

꾸지뽕 : 최근 특용작물로 많이 재배하고 있는 것이 꾸지뽕이다. 당도는 그리 높지는 않지만 약용성이 뛰어나 일부 지역에서 술에도 적용하고 있다. 서산의 큰마을 양조장에선 꾸지뽕을 12.37%를 넣고 막걸리를 빚고 있다.

이 양조장의 특징은 모든 술을 7양주로 빚는 것. 처음 밑술을 빼고 6번 덧술을 해서 술을 생산하고 있다. 술맛은 충남의 술들처럼 꿀을 연상시킨다. 한산의 소곡주나 면천의 두견주처럼 단맛이 우선한다.

곤드레 : 강원도 정선의 ‘정선명주’에서 생산하는 시그니처 술이다, 정선에서 나는 건조 곤드레를 사용한 술이다. 한 병에 0.4g정도 들어가나 술에서 느껴지는 쌉쌀함이 강원도를 느끼게 한다. 나물류의 담백한 안주는 물론 고기류의 진안주와도 잘 어울린다. 가격을 생각하면 더 손이 가는 술이기도 하다.

메밀 : 강원도 정선의 특산물 중 하나인 메밀. 최근 이 메밀을 이용한 술들이 늘고 있으나 메밀 가격이 비싸 함량은 높지 않은 편이다. 봉평메밀막걸리는 5%. 쌉싸름한 맛이 인위적인 단맛과 잘 어우러지게 빚었다. 가성비를 갖춘데다 술맛의 균형도 좋다. 청량감과 적절한 단맛이 대도시 막걸리보다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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