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마다 대표이자율 공시 기준 달라
회원사 업무과중 핑계로 투자자 편의 방치

<대한금융신문=최성준 기자> 금융투자협회에 공시된 신용거래융자(신용공여) 이자율이 증권사마다 제멋대로다. 금투협은 규정 변경 시 회원사 업무가 과중 된다며 손을 놓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 증권사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공시가 공통 기준 없이 고시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기간과 고객 등급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그러나 기간별, 등급별로 나눠진 공시만 봐서는 어떤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가 높은지 쉽게 확인할 수 없다. 증권사들이 보여주고 싶은 이자율만 자율로 보여주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금투협 기간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공시를 살펴보면 1~7일 기준에서 이자율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케이프투자증권(8.5%)이다.

그러나 같은 기준에서 고객 등급별 차등 이자율까지 고려하면 KTB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9.0%로 이자율이 가장 높아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케이프투자증권의 이자율이 높다고 오인할 여지가 크다.

하나금융투자는 고객 등급별로 이자율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다. 우량 고객의 경우 7일 이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6.5%로 낮지만 비우량 고객은 9.0%로 높다. KTB투자증권도 고객 등급별로 이자율이 9.0%, 6.5%, 4.5%로 나뉘어져 있다. 증권사마다 고객 등급별 이자율이 다름에도 기간별 공시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기간별 공시에 우량 고객등급에 해당하는 이자율만 고시하고 있다. 이자율을 더 낮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증권사 중에서는 신영증권만이 가장 낮은 고객 등급의 이자율로 기간별 이자율을 공시한다.

고객 등급별 기준 공시에서도 증권사의 이자율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증권사마다 등급 기준이 제각각이라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상인증권은 고객 등급이 아닌 거래하는 종목의 우량도를 기준으로 책정한 이자율을 공시에 반영하고 있다. 우량 종목은 4.0%의 이자율을, 비우량 종목은 8.6%의 이자율을 적용하는 식이다.

증권사가 이자율을 낮게 보이게 하는 꼼수가 가능한 이유는 허술한 금투협 공시 규정 탓이다.

현재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서는 증권사가 고객등급별로 기간별 이자율 산정이 어려운 경우 대표이자율 제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표이자율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보니 증권사의 입맛에 맞는 공시가 이뤄지고 있다.

공시 주체인 금투협은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면서도 방치하고 있다. 공시 규정 개정 시 회원사들에 불필요한 업무를 과중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투자자 보호보다는 회원사 편의만 봐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기간별, 등급별 공시를 합쳐서 공시하는 것은 회원사에게 공시의무를 과중하게 부여할 수 있다”며 “투자자가 계좌를 옮길 목적으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비교할 때 다른 방식으로 알아보는 방법도 있어 혼동을 염려해 공시하고는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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