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에 수익성 및 유동성 악화
“자금조달 어려워지면 신용등급 강등”

<대한금융신문=최성준 기자>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신용등급이 대거 강등 위기에 처했다. 최근 글로벌시장 변동성 확대로 이들 증권사에 대규모 자산 손실이 예상된 탓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하향조정 검토’로 변경했다. 현재 A3등급인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Baa1등급인 NH투자증권, Baa2등급인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이 3~4개월 내에 낮아질 수 있다. 

무디스는 국내외 금융시장 내 변동성이 확대돼 증권사들의 수익성, 자본적정성, 자금조달 및 유동성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는 국내외 자산 가격의 급격한 조정을 꼽았다. KB·한국·미래대우·NH·삼성증권은 상당한 규모의 채권 및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이들의 자산가격이 변동해 상당 수준의 자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파생결합증권(DLS) 등 파생상품의 발행 규모가 높은 수준인 점도 짚었다.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 전체 파생상품 발행 잔액은 105조원이다. 

무디스는 이들 증권사들이 단기적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글로벌 자산의 조정으로 파생상품 계좌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원화 및 외화 유동성이 커졌고 투자자들의 중도 환매 가능성도 높아졌다. 

자체 헤지거래로 인한 손실 가능성도 커졌다. 파생상품 헤지방식은 백투백 헤지와 자체 헤지로 나뉘는데 자체 헤지는 헤지 비용을 아낄 수 있지만 손실 리스크를 자신이 감수해야 한다. 백투백 헤지를 사용하면 외국계 증권사에 헤지 비용을 지급하지만 손실 리스크를 떠넘길 수 있다. 이들 증권사들은 자체 헤지 비중이 높은 편에 속한다. 

최근 3년간 이들 증권사의 우발부채가 증가한 점도 신용 전망 하락에 영향을 줬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율 평균은 62%에 달했다. 

해당 수치는 주로 건설 프로젝트나 딜 자금조달을 위한 신용보증 또는 유동성보증과 관련돼 있다. 최근 코로나19사태로 인한 경제성장 둔화로 건설 프로젝트나 딜 자금조달이 약화될 수 있고 디폴트 발생시 심각한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무디스는 이들 증권사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와 관련해 △급격한 시장 가격 조정 및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손실 발생 가능성 △각 증권사의 자금조달 구조 및 유동성 △국내 및 글로벌 경제에 대한 지원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대응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내 경제 활동 차질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무디스 옥태종 연구원은 “향후 이들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약화되고 위험도가 확대되거나 자금조달 및 유동성 관리에 중대한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신용등급이 하향조정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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