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후 총 2500억 투입…신창재 회장 의지 강해
“온라인서 생명보험 어렵다…추가 성장동력 의문”

교보생명 광화문 본사 사옥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교보생명이 ‘아픈 손가락’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에 1000억원을 추가 출자한다.

출범 후 7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적자기조는 나아질 기미가 없는 회사다. 국내 최초 온라인보험사를 표방했지만 생명보험 라이센스는 디지털시장에서 이제 비주류 취급이다.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 자회사에 교보생명은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주주배정 방식으로 1000억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주금 납입일은 다음달 7일이다.

아직 마지막 절차는 남았다. 라이프플래닛생명은 교보생명의 100% 자회사로, 교보생명 이사회는 오는 28일이다. 이날 교보생명은 주주로서 ‘참여(청약)결정’을 하게 된다. 자회사가 유상증자 결정을 모회사에 통보하는 일은 통상적인 절차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증자결정이 마무리됐다는 뜻을 확실히 한 셈이다.

신 회장, 라플에 강한 신뢰

이번 증자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자 규모도 역대 가장 높다. 유상증자 때마다 교보생명이 투입한 금액은 100억~300억원대 수준이었다. 실제 지난해 초 유상증자 안이 이사회를 통과할 땐 재무적투자자(FI)들의 반발이 컸다는 후문이다. 적자만 불어나는 자회사에 왜 수차례 돈을 투입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던 것이다.

당초 라이프플래닛생명 설립 당시 교보생명은 금융위원회에 5년 내 총 1060억원의 자본금을 추가 출자한다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다. 이후 2014년, 2015년, 2017년 등 총 3번의 증자에서 770억원의 자본이 들어갔다. 사실상 지난해 투입된 350억원도 당국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울며겨자먹기’식 증자였다는 평가였다.

이번 증자는 라이프플래닛생명 내부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규모였단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대면 설계사 채널이 없는 온라인보험에서 판매의 핵심은 마케팅이다. 라이프플래닛생명이 외부 플랫폼사와의 제휴를 확대하고 나섰던 것도 홈페이지, 앱 등으로 고객을 직접 유입하도록 하기 위한 광고선전비용이 늘 부족했었기 때문이다. 

라이프플래닛생명이 신계약 모집을 위해 사용하는 광고선전비는 연간 30억원 내외다. 라이프플래닛은 이번 증자로 향후 몇 년간 돈 걱정 없이 광고비를 쓸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FI와의 중재소송과 연관하는 시각도 있다. 신 회장이 현재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은 33.8%다. 소송의 향방에 따라 신 회장의 지분은 바뀔 수 있다. 그전까지 교보생명은 할 수 있는 만큼의 자본금을 라이프플래닛생명에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비를 대거 투입해 순익 달성 시기를 앞당긴다면 교보생명 지분과 함께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일종의 꽃놀이패”라며 “FI가 풋옵션 행사를 하자 소송 과정에서 풋옵션의 공정시장가치를 산출한 회계법인을 고발하기도 했다. 소송의 장기화를 바라는 눈치”라고 말했다.

디지털시장서 외면 받는 생명보험

이번 증자를 두고 보험업계가 설왕설래하는 이유는 또 있다. 

생명보험업권의 온라인보험 비즈니스는 약 8년차에 접어들고 있지만 생명보험 전체 초회보험료에서 온라인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0.3%에 그친다. 이조차 대부분 수익성이 떨어지는 저축성보험을 통해 거둔 성적이다. 여전히 99% 이상의 보험계약은 설계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경쟁채널인 텔레마케팅 채널의 점유율도 크게 뺏어오지 못했다.

성장 동력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온라인보험은 토스, 카카오 등 소위 빅테크 업체와 합작을 통해 판매처를 늘리는 방식으로 성장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영업방식은 생명보험보다는 손해보험에 더 유리한 환경이다.

생명보험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 이외는 할 수 없다. 반면 손해보험은 사람뿐만 아니라 자동차보험, 여행자보험, 펫보험, 배송보험 등 다양한 형태를 취급할 수 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유인효과가 강해 다른 상품을 구매하도록 연결하는 효과도 지닌다.

두 번째 온라인 전업 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이 종합손해보험 라이센스로 출발한 것이나, 카카오가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와 합작해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설립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경향이 반영된 결과다. 

7년째 적자…이번엔 바뀌나

라이프플래닛은 지난 2013년 9월 처음 설립된 이래로 단 한 번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연도별 당기순손실은 △2014년 167억원 △2015년 212억원 △2016년 175억원 △2017년 187억원 △2018년 168억원 △2019년 151억원 등이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결손금만 1110억원이다.

이번 증자 이전까지 교보생명이 투입한 금액만 1500억원에 달하지만, 라이프플래닛생명은 보험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했다. 라이프플래닛생명은 출범 당시 2017년까지 이익 전환하고, 2019년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목표달성은 실패했고 이번엔 결손금만큼의 증자를 받게 됐다. 최초 온라인 전업보험사로 출발했지만 시장의 반응이 예상보다 냉정했던 탓이다. 라이프플래닛생명 입장에선 이번 증자가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본 라이프넷과 교보생명의 합작사로 첫 시작을 알렸지만, 라이프넷이 사업에서 빠지면서 라이프플래닛생명은 온전히 교보생명의 책임이 됐다”라며 “디지털이 추세라지만 온라인 시장에서 생명보험사는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 완전히 새 비즈니스를 고민하지 않는 이상 출자금은 다시 적자를 메우는데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한편 신 회장은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해 디지털을 활용한 비대면 영업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새 비지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등 급속한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을 대비하자는 뜻을 밝혀왔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디지털영업 기반이 갖춰진 라이프플래닛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업계를 선도하는 디지털플랫폼회사로의 발돋움할 예정”이라며 “카카오, 토스 등과 경쟁하며 디지털보험시장의 성장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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