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기준 낮추고, 안정적 소득지원 약속
전속채널 수년째 답보…GA·손보사 영향도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삼성생명이 신인 전속설계사(FC)를 대상으로 고액의 정착 지원비를 풀기로 했다.

법인보험대리점(GA) 등으로의 이탈로 수년째 답보 상태인 전속설계사를 늘리기 위한 강수다. 최근 공통분모인 건강보험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손해보험사의 대규모 설계사 확충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달 20일 신인 전속설계사(위촉 24개월차 이하)를 대상으로 한 수수료 제도 개편을 실시했다.

수수료 구조를 단순화하고 정착을 위한 지원비를 대폭 상향한 것이 골자다. 실적 중심의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소득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먼저 신인설계사로 위촉되면 첫 달 교육만 수료해도 80만원의 교육비가 지급된다. 정착수수료를 받기 위해서는 매일 이뤄지는 오전미팅의 참석율이 70% 이상이고, 약 1년간 매월 최소 6~12명의 고객에게 컨설팅 동의를 받아야 한다. 신인설계사의 최소 활동기준을 만든 거다.

이 조건을 충족하고 삼성생명이 인정하는 실적(환산실적 30만원)을 채우면 1차월엔 200만원, 2~12차월엔 100만원을 준다. 실적을 채우지 못해도 3건 이상의 보험을 판매하면 정착비를 받을 수 있다. 보험영업을 통한 판매수수료를 제외하고도 1년간 최소 기준만 달성하면 1380만원의 인센티브를 추가로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다.

달성해야 할 목표가 높지 않다보니 활동성이 좋은 신인설계사에게 일종의 고정급을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업계는 해석한다. 여기에 신인설계사의 영업실적이 좋다면 연간 최대 3600만원까지 정착비도 추가로 지원한다.

이번 개편은 수년째 성장이 멈춘 전속설계사 채널의 규모를 대폭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다. 삼성생명의 전속설계사 수는 연도말 기준 △2016년 2만4892명 △2017년 2만5495명 △2018년 2만4402명 △지난해 2만4105명 등 큰 변화가 없어왔다.

몇년새 거대 판매채널로 부상한 법인보험대리점(GA) 영향으로 풀이된다. GA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판매할 수 있고, 판매수수료나 인센티브도 비교적 많아 전속설계사의 이탈이 가속화하는 추세다.

삼성생명과 GA간 본격적인 설계사 영입경쟁도 예고된다. 이번 개편에는 경력설계사에 대한 수수료체계도 변경됐다. 직전 회사에서 연소득이 1억원 이상인 경력설계사면 이직 후 첫 달에 한건의 보험만 판매해도 30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이다. 

삼성생명 입장에선 지난해부터 대형 생명보험사 이상의 설계사 도입을 기록하고 있는 손해보험사들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최근 생명보험사는 종신보험 대신 암·치매·간병 등을 보장하는 건강보험(제3보험) 판매에 열중하고 있다. 제3보험은 손해보험사도 취급할 수 있어, 업종과 관계없이 경쟁이 치열하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2016년 전속채널을 대폭 개편한 이후 지난해부터 매월 1000명 이상의 설계사가 새로 충원되고 있다. 현재 삼성화재와 더불어 전속설계사 숫자가 가장 많은 손보사다.

삼성화재도 지난해 9월 신인설계사의 소득지원을 강화한 수수료 개편을 진행했다. 이후 기존 대비 약 1.5배 이상으로 설계사 도입이 늘어났다는 후문이다. 

한 보험사 고위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건 생명·손해보험사 모두 마찬가지”라며 “포화상태의 시장에서 더 이상 히트상품을 찾기 힘들고, 금융당국의 소비자보호 기조에서 제도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결국 전속설계사를 늘려 신계약을 끌어올리는 것 외엔 특별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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