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은행장 리딩철학으로 자문역 그 이상의 역할 예상
잠재적이면서 강력한 금융지주 후보로서의 존재감 과시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1830년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혁명으로 샤를 10세는 강제로 퇴위당하고 루이 필리프(오를레앙공)가 왕위를 계승한다.

하지만 왕다운 행보를 보이지 않은 루이 필리프는 샤를 10세처럼 노동자들의 거센 시위에 쫓겨나고 만다. 왕보다는 중산층 자산가 같은 행보를 보인 탓이다.

자신의 권위를 머리에 쓴 왕관이나 손에 든 홀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공원 산책길에 회색 중절모를 썼고 우산을 손에 쥐었다.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그를 우러러보는 왕이 아니라 자신과 큰 차이 없는 시민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게다가 신흥 부르주아들을 동등하게 대우하며 이야기했고, 처신도 그렇게 했다.

그의 행동만 문제가 된 것은 아니었다. 혁명의 공간에서 그는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고, 오직 자신의 재산에만 관심을 보였다. 노동자는 물론 부르주아까지 정치적 개혁을 주장하고 있을 때 그는 프랑스 시민들의 요구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단순히 그들의 충성심만 요구했다.

그 결과 1848년 혁명이 발생하게 됐고 그는 쫓기듯 왕궁을 나와 잉글랜드로 달아났다. 혁명의 희생양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왕이 왕답지 못해 일어난 비극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사진>의 거취에 관한 기사가 차고 넘친다. 흥국생명에서 없던 부회장직을 만들어 그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은행업계에서 보험으로 말을 갈아타서 기사들이 만들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보험사행에 대한 의외의 반응도 있었지만, 금융회사 간의 장벽이 이름뿐인 시절에 그런 시선은 고답적일 뿐이다.

기사의 방향도 제각각이다. 흥국생명이 처한 CEO리스크에 대한 해법에 초점을 맞춘 기사도 있고, 전략통인 위 부회장이 보험업계에서도 이름값을 할 수 있을지 등 기자들의 관심사에 맞춰 다양한 관심사들이 글에 투영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로 비롯된 팬데믹이 웬만한 이슈는 모두 빨아들이고 있는 블랙홀이 된 상황에서, 금융권의 일상적인 뉴스는 더는 주목받기 힘들다. 이러한 시절에 위 부회장의 동정은 충분히 일반의 시선을 끌어당길 수 있는 기삿감이다.

게다가 신한금융지주의 수장을 두고 조용병 회장과 경쟁을 벌인 바도 있고, 특히 그 과정에서 별다른 잡음 없이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하고 진퇴를 분명히 한 점도 충분히 긍정적인 눈길을 줄 만한 대목이다.

그래서 위 부회장의 흥국생명행은 여러 의미가 내포된 결정으로 보인다. 평생을 금융업에 종사하면서 갖게 된 노하우, 특히 은행과 카드사의 수장으로서 경험한 리딩에 대한 철학은 분명 흥국생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CEO리스크에 노출된 태광그룹 차원에서는 위 부회장의 존재는 물론 지식 등이 더욱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예측된다. 언론 보도에서는 자문역할이라고 하지만 신설된 ‘미래경영협의회’의 의장으로서 그의 역할은 단순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식의 활용보다 더 큰 의미는 의도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의 건재함을 금융업계에 공개적으로 알린 점이다. 특히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 관계자들에겐 그 의미가 묵직하게 전달됐을 것이다. 즉 잠재적이면서 강력한 차기 회장 후보감으로 존재감을 제대로 알린 행보가 된 것이다.

따라서 흥국생명에서 위 부회장의 행보는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그곳에서의 결과가 자신의 성과로 남게 되고 이후의 평판과 행보에 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위 부회장은 자신의 건재함을 일로써 보여줄 것이며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감임은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흥국생명은 다음 행보를 위한 충실한 징검다리가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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