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분기 누적 매각익 올해 1분기만에 달성
미래 확정수익 팔아 주주 배당금 확보에 무게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교보생명이 올해 1분기에만 약 4000억원에 달하는 금융자산 처분이익을 내고도 순이익은 전년대비 반토막 났다.

분쟁 중인 재무적투자자(FI)를 달래기 위해 순이익을 끌어올린다는 업계의 관측에 힘이 실린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올해 1분기 매도가능자산 처분이익은 3910억원으로 전년동기(1639억원)대비 138.6%(2271억원) 늘어났다.

올해 1분기 교보생명이 처분한 매도가능자산만 5조444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동기(2조8942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교보생명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도가능자산 처분이익은 3963억원이었다. 지난해 3분기 동안 금융자산을 처분해 얻은 이익을 1분기 만에 달성한 것이다.

그럼에도 전체 이익은 전년동기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올해 1분기 교보생명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5.9%(1928억원), 57.2%(1619억원) 하락한 1519억원, 1211억원을 기록했다. 처분이익 없이는 적자전환도 불가피했던 셈이다.

금융자산 매각을 통한 이익방어는 최근 생보사들의 기조다. 사상 최저 기준금리에 보험사의 주요 투자처인 국고채 금리는 하락세다. 채권금리가 하락하면 보유채권 가격은 오른다.

문제는 과거에 사둔 고금리 채권을 팔아 현재의 손실을 메우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전체 생명보험사의 금융자산 처분이익은 1조10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교보생명이 차지하는 비중만 약 40%에 육박할 정도로 생보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보험에 정통한 회계사는 “채권가격과 금리는 반비례한다. 현재 채권가격이 고점이란 판단에 매각규모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익내기 좋은 시절은 맞으나 나중을 생각하면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금융자산 처분이익 확대 기조는 주주들의 배당재원 마련을 위함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18년 말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 지연 등에 반발한 일부 재무적투자자(FI)들은 신창재 회장에 풋옵션(지분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이후 FI측과 신 회장은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FI와 갈등이 본격화된 지난 2017년 교보생명의 배당성향은 16.0%였다. 이후 지난 2018년(20.2%) 사상 처음 배당성향 20%를 돌파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29.5%로 30%를 육박하게 됐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올해 1분기 보험사의 투자영업이익 증가 추세가 대부분 고금리 우량채권 등의 매각으로 이익을 조기 실현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는 장기 수익성 측면에서 부정적이라는 견해다. 실제 최근 3년간 보험사의 금융자산처분이익은 지난 2018년 1분기 5000억원, 지난해 1분기 7000억원, 올해 1분기 1조5000억원으로 매해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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