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코로나19 장기화따라 새로 주문
창의적이려면 기존 틀·제도 벗어나서 생각할 수 있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뉴턴의 만유인력 발견을 사과나무와 연결한 에피소드는 과학의 문외한들도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런 만큼 사실 여부를 두고 말도 많았다.

하지만 진위를 떠나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불현듯 중력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는 그를 대중적인 우상으로 만들기에 충분했고, 과학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바꾸는데도 한몫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당대는 물론 사후에, 뉴턴과 뉴턴과학은 17세기의 대표적인 과학자이자, 17~18세기 합리주의 시대를 연 이성적 과학의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뉴턴이 산 17세기는 자연과학자에겐 격동의 시기였다.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의 300년은 중요한 과학혁명이 연쇄적으로 일어난 시기이기 때문이다.

코페르니쿠스, 요하네스 케플러, 갈릴레오 갈릴레이 등의 과학자들이 내디딘 과학적 진보들은 하나같이 역사적 진보로 연결됐으며, 그들에게 진 빚으로 인류는 새로운 단계의 과학 기술혁명을 경험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들의 족적은 크기만 하다.

그중에서 뉴턴은 과학적 사고가 세상을 살아가는 문법임을 세상에 선포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우리에게 큰 의미를 남겼다.

그렇다고 뉴턴이 엄격한 시간 관리와 업무 프로세스를 유지하는 워크홀릭은 아니었다. 시간과 학습에 엄격했지만, 그는 정원에서의 명상에 인색하지 않았다고 한다.

과학사에서 뉴턴의 사과는 ‘우연한 행운의 순간’처럼 평가받기도 하지만, 정원에서의 사색을 통해 <프린키피아>가 완성된 점을 보면 단순한 행운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명상, 혹은 멍때림의 시간이 그의 생각을 더욱 숙성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뉴턴의 사과가 더는 가공된 신화나 정치적 우상화는 아닌 것 같다. 즉 더는 진위를 두고 설전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10년 전 영국 왕립학회에서 이 같은 논란을 막기 위해 아이작 뉴턴의 일화가 담긴 영국의 과학자 윌리엄 스터클리의 회고록을 전자책으로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다음의 내용이 나온다. “1726년 4월 15일, 나는 런던 켄싱턴 지역에서 하숙하고 있는 아이작 경을 방문해 함께 식사하고 둘이서 한나절 이야기를 했다. 그가 깊은 생각에 잠겨 앉아 있는 그때 사과가 떨어졌다”

중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 사색을 했고, 그런 가운데 사과도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농경 문화의 형성과 관련, 유력한 이야기는 수렵 생활을 하던 인류가 한해살이 식물의 식생을 경험적으로 체득한 후 채집한 씨앗을 다 먹지 않고 직접 재배를 선택한 한 창의적인 여인의 실험정신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강과 인접한 메소포타미아의 초승달 지역은 보리와 밀 등 야생 곡물의 집단 자생지가 많았으며, 지금도 터키 지역에는 야생 곡물의 자생지가 현존한다고 한다.

당시 시기에 맞춰 수렵채집을 위해 이동을 선택해야 했던 수렵채집민들에게 이곳은 식량의 획득은 물론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실험에도 적절한 장소였다고 한다.

수확시기에 맞게 이동해서 곡물을 수확해야 했던 그 시절, 수확을 관찰하던 한 여인은 곡물과 씨앗이 동일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을 실험으로 증명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여인은 노랗게 익어가는 황금 물결을 즐기듯 바라보다 한해살이풀들의 일생이 머릿속에 그려졌을는지도 모른다. 뉴턴이 사과나무가 있는 정원에서 사색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창의는 정신적 긴장보다는 이완에서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지난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은행장들의 간담회가 있었다.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후속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그중에서도 이 총재가 은행장들에게 간곡하게 당부한 것은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리스크관리’였다.

창의적인 리스크관리는 계량적 접근이 불가능한 관리 방법이다. 준비된 제도를 엄격하게, 혹은 느슨하게 적용할 수는 있지만, ‘창의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제도와 틀을 벗어나서 생각해야 가능해진다.

아마도 이 총재는 틀에서 벗어나 리스크관리를 해달라고 부탁한 것일게다. 리스크관리 담당자들의 머리가 더 아프게 생겼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