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 유튜브서 임직원 대상 리더십 강연
자긍심 북돋고 실천 가능한 지침 제시하며 소통도 강조

(사진= 진옥동 신한은행장)
(사진= 진옥동 신한은행장)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설득은 객관적인 데이터에 감성적인 논리가 곁들여질 때 기능한다. 여기에 탄탄한 서사 구조까지 보태지면 마음마저 울리는 데는 시간문제다. 명연설로 이름을 날리는 글은 모두 이 규칙을 지키고 있다.
 
그런 연설 중 하나가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에게해의 패권을 두고 벌였던 펠로폰네소스 전쟁 중에 만들어진다. 강력한 육군을 보유하고 있는 과두정 도시국가 스파르타가 패권 지향적 대외정책을 펼치며 에게해에서의 제해권을 뽐내던 아테네에 위기감을 느껴, 벌였던 전쟁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다. 이때 아테네를 이끈 지도자는 페리클레스다.

페리클레스는 개전 초기 스파르타의 공격에 두려움을 느낀 아테네 시민들을 규합하기 위해 전몰자 추도 집회를 열고, 이 자리에서 아테네를 하나로 모아내는 명연설을 하게 된다.

이 연설이 주목받는 이유는 아테네 시민들에게 타개해야 할 분명한 목표를 제시함과 동시에 충분히 따라 할 수 있는 행동 지침을 제시한 덕분에 자칫 흩뜨려질 수 있는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냈다는 점이다.

즉 개인적인 이익과 손해를 따져가면서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맞은 시민 개개인이 공동체의 유기적 구성원임을 자각하게 만든 것이다.

“어떤 말은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어떤 말은 사람들을 용감하게 떨치고 일어나게 만들며, 어떤 말은 사악한 설득으로 사람들을 홀리기도 하고 또 마비시키기도 한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기간에 아테네 있었던 그리스 철학자 고르기아스의 말이다. 그의 말의 핵심은 언어가 물리적 완력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고르기아스의 말처럼 페리클레스의 연설은 시민들에게 감동을 줬다. 경쟁 도시에선 절대 해낼 수 없는 민주정의 전통을 확립했고, 직업 군인 없이도 도시를 지켜낸 아테네의 국방력 등을 페리클레스는 놓치지 않고 언급한다. 그리고 자신 있게 ‘아테네가 헬라스의 학교’라고 규정한다. 헬라스는 지금도 그리스인들이 자신들을 지칭할 때 쓰는 자국칭이다.
 
‘헬라스의 학교’라는 페리클레스의 표현은 자신들이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모범이라는 것을 말하는 거다. 아테네가 삶의 방식을 만들어 전파하는 에게해 문명의 출발점이자 삶의 표준이라는 자부심을 한껏 드러낸 말이기도 하다. 이처럼 자신들의 자존감을 끌어올린 뒤 페리클레스는 아테네를 위해 죽어간 시민들을 추도하고, 스파르타와의 전쟁에서 물러섬없이 싸울 것을 결의한다.

이처럼 페리클레스의 전몰자 추도 연설을 길게 설명한 이유는 최근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자행 임직원을 대상으로 유튜브에서 행한 리더십 강연을 부연하기 위해서다.

진 행장이 이날 강연에서 말하고자 했던 리더십의 핵심은 팔로워와의 유기적인 소통이다. 이를 위해 도입부에서 코로나19가 만든 새로운 기준과 상황을 설명한다. 그러면서 ‘선진과 후진’을 가르는 일류국가의 기준도 변경됐다며 공동체의 존속과 지속 가능을 위한 헌신, 그리고 절제할 수 있는 시민을 기준으로 제시한다.

이 과정은 마치 페리클레스가 아테네 시민들의 자부심을 고양시키기 위해 도입부에서 자신들의 민주정과 국방력을 이야기한 대목과 오버랩이 될 정도로 교과서적이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리더십과 관련, 리더들의 능동적이며 꾸준한 변화를 주문하면서 가야 할 목표와 방향을 경험할 수 있도록 리더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아테네 시민들이 따라 할 수 있는 행동지침을 제시한 것처럼 신한은행의 구성원들이 실천 가능한 사례를 리더십의 표본으로 설명한 것이다. 그러면서 진 행장은 유기적인 소통을 통해 팔로워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리더의 크기가 팔로워의 크기로 결정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처럼 진 행장의 강연은 구조와 형식에서 페리클레스의 전몰자 연설과 많이 유사하다. 그런 점에서 고전의 가치는 통 시대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문장은 시대가 흘러도 여전히 쓰임새를 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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