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전문위원

금에 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

금 가격은 온스당 20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지난 3월 초 팬데믹 선언 직후 금 가격이 일시적으로 1470달러 수준까지 하락한 이후 약 40% 이상 급등한 것이다.

금 가격이 이처럼 상승했지만,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금 가격이 4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하고 있다. 그럼 금 가격 급등 혹은 금 수요를 견인하는 요인으로 살펴보자.

첫째, 코로나19로 인한 안전자산 수요 급증이다. 금은 잘 알고 있듯이 달러와 더불어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세상이 불안해질수록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쏠림 현상은 심해지면서 덩달아 금 가격도 상승한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19라는 공포, 즉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맞이하면서 극단적인 안전자산 투자 심리가 확산했고 이는 금 랠리로 이어졌다.

둘째, 미-중 갈등 확산이다. 금 가격은 지난 2019년에도 약 18% 정도 상승했는데 이는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 리스크가 한몫을 담당했다.

문제는 올해 들어 미-중 갈등이 미 대선을 앞두고 무역 갈등을 넘어 영사관 폐쇄, 틱톡 제재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고 이러한 우려감이 안전자산 수요를 꾸준히 자극하고 있다.

셋째, 달러화에 대한 신뢰도 약화다. 역사적으로 금 가격은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약화할 때 급등했다. 지난 1919년 대공황 직후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의 금 태환 정지로 금 가격이 한 단계 상승했고 이후 지난 1971년 8월 미국 닉슨 대통령의 달러화 태환 정지 선언으로 금 가격은 또다시 급등하게 된다.

이후 80년대 초중반에도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함께 달러화 가치 급락 등으로 금 가격은 장기 상승 랠리를 보인 바 있다. 가장 가까운 시기는 2000년대 중국 투자 붐과 달러화 위상이 약화됐던 국면에서도 금 가격은 어김없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참고로 지난 지난 2000년 1월 온스당 280달러 수준이던 금 가격은 2010년 12월에는 1400달러를 넘어섰다.

금과 달러 간 역상관 관계는 이번에도 확인되고 있다. 팬데믹 선언 직후 대공황 공포 등으로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달러화의 약세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미 연준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 정책과 더불어 미국의 대규모 재정적자가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킨 것이 금에 대한 수요를 더욱 자극하는 분위기다.

마지막으로 경기회복 기대감이다. 금은 안전자산이지만 일부 위험자산 성격도 보유하고 있다. 산업용 금 수요 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국의 이동 제한(Lockdown) 해제 이후 미국, 중국 및 유료경기는 예상보다 강한 반등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V‘자 반등이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질 공산이 높다. 즉, 경기 회복 흐름이 금은 물론 각종 원자재 가격의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금 가격 랠리에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어 향후 금 가격을 전망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금 가격이 나흘 만에 10% 가까이 급락하는 예상치 못한 변동성 흐름을 보여준 바도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금 가격을 전망하기보다는 금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와 금 가격의 변동이 시사하는 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향후 금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는 앞서 지적한 달러화 흐름, 대선 직전 미-중 갈등 증폭 여부 및 인플레이션 압력 그리고 코로나19 백신 출시 여부다.

특히 백신 개발 성공 여부는 금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공산이 높다. 최근 금 가격 하락 원인에는 러시아 백신 성공 뉴스가 크게 작용했다.

올해 말 백신 개발이 정말 성공할 경우 안전자산 수요 감소와 함께 유동성 축소 우려가 확산할 수 있고 금 가격은 물론 각종 자산 가격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미 대선 관련 불확실성 리스크도 당분간 주목할 변수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금 가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공산이 높다.

금 가격이 추가 상승하거나 하락할 수도 있다. 핵심은 금 가격 등락이 아니라 금 가격을 변동시키는 요인들이다. 세상의 불안을 반영한 안전자산 수요 때문인지 백신 개발 성공 등으로 인한 경제 정상화 기대를 반영할지에 따라 금 가격의 방향성이 결정될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과 경제 흐름도 확연한 차이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금 시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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